이스라엘군 탱크가 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이스라엘 국경에서 기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거점 칸유니스에 탱크를 투입하며 가자지구 공습과 북부 지상전에 이어 남북부 동시 지상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피란민이 밀집한 남부에서의 지상전은 북부 못지않게 까다로우며, 해를 넘기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쟁 세번째 단계…“가장 치열한 전투”
6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CNN 등을 종합하면, 칸유니스를 포위한 이스라엘군이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워 시내 중심부에 진입했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탱크는 칸유니스 동쪽 외곽의 바니 수하일라에 진입했고, 일부가 시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주거단지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전쟁 초기 북부에서 남부로 대피한 한 주민은 “밤새도록 폭발음이 들렸다. 그들은 매우 가까이 있다”며 “북쪽에서 겪었던 것과 같은 양상”이라고 가디언에 전했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공습을 퍼붓는 공중전, 북부 지상전에 이어 남부와 북부에서 동시에 지상전을 벌이는 전쟁 세번째 단계에 들어섰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북부에서도 여전히 포위 및 진압 작전을 진행 중이다.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한 대피소에서 5일(현지시간) 한 아동이 잠을 청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이스라엘군 남부사령관 야론 핀켈만 장군은 이날 “테러리스트 사살, 적과의 대치 횟수, 지상과 공중에서 아군의 발포량 등으로 봤을 때 지상전 시작 이후 가장 치열한 전투의 나날에 있다. 공격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남부 지상전 상황에 대해 “거의 모든 건물과 집에서 무기를 발견하고 있다. 집에 무기를 비치한 뒤에 민간인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가 전투를 벌이는 것이 그들의 수법”이라며 “여러 집에서 테러리스트를 발견해 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남부에는 북부에서 떠밀려온 피란민들이 더해져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약 70%가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북부 지상전에서보다 인구압이 훨씬 높다.
이스라엘 칼럼니스트 나훔 바니아는 현지 신문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에 “북부에서 내려온 180만명, 칸유니스 주민, 여기에 더해 (민간인을 보호하라는) 미국의 압력이 작전의 범위를 정한다. 아군의 오인 사격 위험도 있다”면서 “북부에서 치르고 있는 대가가 매우 골치 아프듯 칸유니스에서도 비슷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짚었다.
하마스 또한 이날 이스라엘군 10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하마스 알카삼 여단은 이날 칸유니스 일대에서 이스라엘 군용차량 24대를 파괴하고 이스라엘군 6명을 저격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는 종말론적 상황”
남부 지상전 개시를 두고 국제사회의 비판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민간인이 안전하게 대피할 곳이 없고 구호활동마저 중단된 상황을 두고 규탄이 이어졌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5일 가디언 인터뷰에서 “종말론적 상황이다. 이제는 더는 유의미한 군사 작전이 아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인도주의적 지원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난민위원회(NRC)도 성명을 내 “가자지구 현 상황은 인간애의 완전한 실패다. 살인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가자지구 주민들은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쓰레기더미를 파헤치고 있다고 미 CNN이 전했다. 중부도시인 데이르 알 발라에서는 밀가루 한봉지, 찻잎, 담요까지 뭐라도 손에 넣기 위해 몸싸움을 하는 모습, 어린 아이들이 불을 지피기 위해 종이 꾸러미를 들고 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 주민은 “혼란 그 자체”라며 “보육원도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가까스로 피하더라도 배고픔 때문에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까지 번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어린이들이 5일(현지시간) 물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미국은 남부 지상전 국면이 해를 넘겨 1월까지는 이어지리라고 봤다. CNN은 복수의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하마스 대원과 간부만을 좁게 표적으로 삼는 전략으로 전환하기까지는 최소 몇주가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일단 연말까지는 전면적인 지상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백악관은 앞으로 몇주 동안 이스라엘의 작전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상전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5일 인질 가족들과의 면담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인질 구출을 우선순위로 해달라”는 요구를 받고는 “현재로선 그들(인질들)을 모두 데려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럴(인질 전원 구출) 가능성이 있다면 누가 그걸 거부하겠느냐”고 답해 분노를 샀다. 아직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인질은 170명에 달한다. 일부 가족들은 언성을 높이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이 끌려간 한 가족은 “오늘 면담은 치욕이다. 너무 역겨워서 도중에 나와버렸다”고 말했다. 포로로 잡혔다 풀려난 한 사람은 “하루하루가 극도로 힘들었다. 우리는 지하터널 속에서 하마스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공격이 우리를 죽일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었다”고 토로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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