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교육 디지털 개혁 방안’ 정책현안 토론회에 참석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내년도 예산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특별교부금’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러면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보통교부금’의 비중은 그만큼 줄어든다. 교육청들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규모가 줄어 전체 교육 예산이 축소됐는데 여기에서 교육청의 자체 예산이 또 줄어든다며 반발한다. 유아교육·보육 통합(유보통합) 재원까지 마련해야 해 부담이 더 커졌다고 주장한다.
올해 국세가 예정보다 59조원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세 규모와 연동하는 교육 예산은 ‘확’ 줄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교육교부금은 전년 대비 6조9000억원 깎였고 올해 교육교부금도 기존 예산안에서 약 11조원 줄어들 예정이다.
이 와중에 국회 본회의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지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교육교부금 중 교육부가 특정 목적에 사용하도록 하는 ‘특별교부금’ 비율을 3%에서 4%로 올리는 것이다. 대신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보통교부금’의 비율은 1% 줄인다. 교육부는 증액된 특별교부금은 인공지능(AI) 교육 등을 강화하는 데 투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교육감협)는 지난 5일 입장문을 내고 “개정안이 시행되면 보통교부금이 매년 약 7000억원가량 줄고 시도교육청의 재량을 축소하게 된다”며 “AI 교육이라는 특정 사업만을 위해 특별교부금 비율을 상향하려는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청은 유보통합 추진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도 호소했다. 정부는 유보통합에 쓸 예산으로 교부금을 활용할 방침이라 교육청은 당장 내년부터 만 5세 유아교육비와 보육료를 교부금에서 지원해야 한다. 교육감협은 “이 부분에 드는 예산만 2024년 1759억원을 시작으로, 2026년에는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교육감들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육감협은 지난 4일 ‘유보통합 여건 조성 촉구’ 입장문을 내고 “현재의 교육교부금으로만 충당한다면 성공적 유보통합은 요원해질 것”이라며 “교육교부금 교부율을 상향 조정하거나, 어린이집 지원에 사용되는 예산을 특별회계로 넘기는 방식 등으로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예산 갈등이 이어지면 과거 ‘누리과정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2년 누리과정(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육과정을 표준화한 교육과정)을 도입할 때 정부는 매년 교부금이 3조원씩 늘어날 것이란 전제하에 계획을 짰다. 그러나 교부금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았고 일부 교육청은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6일 기자와 통화하며 “특별교부금 비율을 늘리면 교육청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재정을 경직적으로 운영하게 만든다”며 “시급한 일이 있더라도 AI 교육에 써야 하는 등 재정 압박의 가능성이 크게 되기 때문에 갈등이 이어질 소지가 커 보인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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