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유예를" 中企사장 5만명 서명 국회로…민노총에 '맞불'

유예는 법개정 사항...오는 9일 정기국회 종료 전에 처리돼야

왼쪽부터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윤학수 전문건설협회장, 이정한 여성경제인협회장, 심승일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조인호 기계설비건설협회장./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50인 미만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를 촉구하며 작성한 서명서가 5일 국회로 전달됐다.

중소기업중앙회(중앙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표자들은 이날 오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50인 미만 중대재해법 유예 촉구' 서명운동 결과를 전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10월16일부터 43일간 유예에 반대하는 6만17명 서명을 받고 국회에 전달한 데 대한 맞불 성격이다. 중기중앙회 서명에는 50인 미만 사업자 5만3925명이 동참했다.

김기문 중앙회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준비 시간을 더 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라며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중소기업들도 자발적으로 노력할 것인데, 정부와 국회도 예산과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밝혔다.

내년 1월27일부터 50인 미만 중소기업도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는다. 법이 2021년 시행되고 2년 유예를 받았지만 중소기업들은 준비를 충분히 못 했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지난 8월 중앙회 조사에서 중소기업 80%가 "법 시행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고 했고, 85.9%가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대재해법이 △기업마다 안전 전문가 별도 채용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의무화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재정, 인력 여건상 준수가 어렵다고 한다. 정부의 지원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50인 미만 기업은 전국에 83만곳인데, 정부의 중대재해법 컨설팅을 받은 사업장은 지난해 1만4000곳, 올해 1만6000곳으로 3.6% 수준이다. 부실한 정책 지원에 사설, 불량 컨설팅 업체가 기승이다.(관련 기사 : "컨설팅 안 받으면 처벌?" 거액 냈는데…'중처법'에 떠는 사장님 당했다)

중대재해법은 대표자 처벌이 골자인데 중소기업은 경영자가 생산, 사무, 배송 등 '일인다역'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구속되거나 기소되면 경영에 참여할 수 없어 회사가 폐업 기로에 놓이기 때문에 법 시행을 향한 우려가 특히 크다. 김 회장은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법을 시행하면 소규모 사업장이 폐업하고 범법자만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 유예는 법 개정 사항이라 이달 9일 정기국회 종료 전에 통과돼야 하고,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김 회장과 중소기업 단체 대표자들은 이날 오전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면담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민주당은 △정부 사과 △2년 유예 시 분기별 준비로드맵 △관련 단체 조건 없는 시행 약속 3가지 조건이 선행돼야 중소기업계와 면담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해졌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 대책 회의 후 야당의 요구에 관해 "어떤 요구,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가급적 수용해서 민생과 국민을 위해 해야할 일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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