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민노총이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 연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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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 시점을 2년 더 유예하기로 공식화했지만, 법 개정을 위해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적지 않다. 공식 사과 및 로드맵 마련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것은 물론, 최근 사회적 대화에 복귀한 노동계에 대한 설득 작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2년 뒤에 또다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경영계의 주장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확실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2년 유예를 논의할 수 있는 조건으로 3가지 원칙을 분명히 말했다”며 “이것이 합의되지 않으면 유예를 논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홍 원내대표는 ▶정부의 공식 사과 ▶향후 법 시행을 위해 최소한 2년간 매 분기 구체적인 준비 계획과 관련 예산지원 방안 마련 ▶2년 유예 이후엔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정부와 관련 경제단체의 공개 입장 표명 등 3가지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적용 유예는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2021년 1월 제정돼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부칙으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 또는 공사금액 50억 미만 공사에 대해선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하지만 여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경영계 호소가 나오면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추가로 2년을 더 유예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근 야당도 ‘조건부 동의’로 기류가 바뀌면서 당정은 적극적인 설득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3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당정은 이달 중에 ‘50인 미만 기업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야당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법 개정 필요성을 설명하기로 했다. 다만 ‘공식 사과’나 ‘준비 계획’과 관련해 야당이 어느 정도 수준을 요구할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 1일 비상경제차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50인 미만 적용을 위한) 정부 지원책이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했다’며 준비가 부족했다는 취지의 메시지가 나가긴 했는데, 더 구체적으로 (야당에)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에 대한 설득 작업도 필요하다. 최근 한국노총의 복귀로 노사정 대화 체제가 재가동된 만큼 정부로서도 ‘노동계 패싱’은 쉽지 않은 선택지가 됐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노총은 지난 1일 정부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직후, 항의성으로 당일 예정됐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부대표급 회의에 불참했다. 한국노총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적용 유예 연장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이다.
결국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는 실질적인 로드맵을 수립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노동계에선 2년 뒤에도 똑같이 ‘준비가 덜 됐다’며 추가 유예를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의 6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확실히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644명 중 60.2%인 388명이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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