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없이 관료·전문가 인선…'여성'이 절반
한동훈·박진 등 이달 추가 개각 전망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후보자,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아랫줄 왼쪽부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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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6곳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6월과 8월, 9월에 이은 네 번째 개각이다. 중폭 개각은 윤 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내년 총선 출마가 관측되는 '스타 장관'들의 후임자를 인선한 측면이 크다. 이들이 내년 총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선거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새로 지명된 후보자들은 모두 정통 관료·전문가 출신으로,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국정운영 동력을 끌어올리려는 인사 조치로도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획재정부와 국가보훈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교체하기로 하고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번에 교체 대상이 된 6개 부처의 장관들은 모두 내년 총선 링 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본인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으로 돌아가 3선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도 이곳에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어 여권 내 조율이 관건이다.
이번 개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6명의 장관들은 모두 내년 4월 총선 출마가 전망된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원희룡 국토부 장관, 추경호 기재부 장관, 박민식 보훈부 장관, 이영 중기부 장관, 조승환 해수부 장관,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임영무·이동률·이새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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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국회의원과 제주도지사를 지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자객공천'이 유력하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원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을 파헤친 '이재명 저격수'로도 활동한 바 있다. 1기 신도시 재개발 이슈가 있는 경기 고양갑에서 '4선 중진'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의 대결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 대표와의 '빅매치'가 성사될 경우 여야 대권 잠룡의 대결로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인 인지도가 높은 원 장관을 인천 계양을로 보내면 이 대표가 지역구 사수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총선 전체 판도를 흔들 수 있을 것으로 여권은 보고 있다.
원 장관도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구에 공개적으로 응할 정도로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 장관은 이날 국토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역구는) 정해진 건 아직 없다"면서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가장 큰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의 하나이고 당의 간판을 달고 선거를 치러온 사람이라서 그에 걸맞은 책임을 다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희생과 어려움이 따라도 앞장서고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국가보훈처의 승격으로 장관이 됐다가 6개월 만에 물러나게 된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경기 성남 분당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분당을은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재선의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자리 잡고 있다. 분당을은 경기도 용인·과천 등 수도권 남부 전선까지 영향을 미치는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다만 지난달 30일 조직개편으로 교체된 김은혜 전 홍보수석, 전 당협위원장을 지낸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 등과의 교통정리가 불가피하다.
이 외에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황보승희 무소속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중구·영도구에,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이영 장관은 같은 당의 박성중 의원이 버티고 있는 서울 서초을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성추행 혐의로 민주당에서 제명 당한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있는 충남 천안을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2차 가객을 통해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지난달 21일 오후 ·과학기술 우수인재 간담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는 한 장관. /이동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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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하순에 추가 개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통령 참모들의 총선행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차 개각으로 총선전에 뛰어들지가 여권 최대 관심사다. 한 장관의 출마 지역으로는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출마 예상지역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의 '간판' 역할을 위해 비례대표 앞순번을 받고 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 등 직책을 맡을 것이란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2차 개각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지역구인 강남으로 돌아가거나, 수도권 험지에 나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총선 레이스에 합류하면서 여권은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이후 '위기론'에 휩싸였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참모들과 당내 현역 인사 간의 맞대결이 불가피해지면서 향후 여당의 공천 방침도 주목된다.
야권은 내년도 예산안 등 주요 현안이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총선용 개각'이라고 지적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 회의에서 "현재 경제난에 가장 책임이 크고, 내년도 경제 위기가 심각한 경제 위기설까지 나오는데 이 사람들(교체 대상 장관들)을 다 총선에 내보내시겠다? 대통령의 관심은 총선에만 있고 국정운영과 경제, 민생에 관심이 없나"라고 꼬집었다.
이번에 지명된 장관 후보자는 최상목 전 경제수석(기재부), 송미령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농식품부),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국토부),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해양수산부), 오영주 외교2차관(중기부), 강정애 전 숙명여대 총장(보훈부) 등이다. 모두 각 분야에서 수십 년간 활동해 온 관료, 학계 전문가로 정책통이다.
특히 초대 내각 인사에서 비판받았던 이른바 '서오남'(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성) 인사에서 탈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오남'은 최 후보자 1명뿐이다. 또 강정애·오영주·송미령 후보자 등 이번 인선의 절반은 여성이 차지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들이 국회 인사청면회를 통과해 임명되면 19개 부처 중 여성 국무위원은 4명으로 늘게 된다.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해당 부처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경제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외교부 2차관을 지낸 오 후보자가 깜짝 발탁됐다. 대통령실은 오 후보자가 외교부에서 해외와의 경제 협력을 총괄했던 2차관을 맡았던 만큼 향후 중소벤처기업의 신시장 개척과 글로벌화를 이끌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중소, 벤처, 소상공인 등을 아울러 정책을 수립하는 자리라 부처 장악력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강 전 총장은 경영학을 전공해 보훈 관련 행정 경험은 전무하다. 6·25 참전 용사로 무공훈장을 받은 국가유공자의 딸이자, 독립운동가의 손자며느리인 점이 깜짝 인선의 배경으로 알려졌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개각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개각은 총선 출마자들이 도망친 자리를 채우는 '도주 개각'"이라며 "급하게 자리를 채우려고 후보자의 전문성마저 무시했다. 외교부 관료 출신을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하고, 경영학과 교수를 보훈부 장관으로 등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맹비판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의 적합성 등과 관련해 야권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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