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200./삼성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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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해 1~3분기에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구입에 70억달러(한화 약 9조원)를 쓴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가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부분 탑재되면서 삼성전자의 자체 AP인 엑시노스 시리즈가 병행 탑재되던 시기에 비해 칩 구매 비용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4일 삼성전자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모바일 AP 구매 비용은 9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재료 총매입액 대비 18.1%에 달한다. 대부분의 AP는 퀄컴에서 구입했고, 일부는 대만 미디어텍 제품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삼성전자 DX부문의 연간 모바일 AP 구매 총액은 9조원 수준이었고, 원재료 총매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8% 수준이었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모바일 AP 구매 비용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구매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삼성 프리미엄 스마트폰향 모바일 AP를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가 독식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다. 삼성전자 시스템LSI가 개발한 엑시노스 시리즈가 퀄컴 스냅드래곤과 함께 병행되던 2018년~2019년에는 모바일 AP 연간 구매 비용이 2조7000억~2조9000억원대에 불과했다. 4년 만에 구매 비용이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초 출시한 갤럭시S22 시리즈에서 퀄컴 스냅드래곤 탑재 비중은 75%였다. 엑시노스 2200은 유럽 일부 지역 제품에 적용됐다. 하지만 엑시노스 2200이 탑재된 갤럭시S22 시리즈에서도 성능 문제가 불거지자,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S23에서는 아예 엑시노스를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갤럭시S23 시리즈에는 ‘스냅드래곤8 2세대’ 모델이 전량 채택됐다.
퀄컴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모바일 AP를 판매하는 방식은 삼성전자 시스템LSI나 미디어텍 등 다른 모바일 칩 기업과 다르다. 퀄컴의 경우 오랜 기간 단말기 제조 원가를 기준으로 자사의 AP 가격을 책정하고 별도 라이선스 비용도 받고 있다.
삼성전자 MX사업부는 내년부터 삼성전자 시스템LSI의 엑시노스 신제품과 퀄컴 스냅드래곤을 혼용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별로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을 혼용하는 전략을 취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스냅드래곤에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가격협상 측면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S24 시리즈(가칭)에 시스템LSI 사업부가 개발하고 삼성 파운드리가 양산하는 ‘엑시노스 2400′과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 AP를 혼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위 울트라 모델에는 스냅드래곤을 탑재하고 일반 및 플러스 모델에는 지역별로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을 나눠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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