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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4 (월)

“군에 왜 여성이 필요하냐고?”... 노르웨이·한국 여군의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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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르드 중장 “군, 모두가 건강한 공간이어야”
문한옥 대령 “성 편견, 평화 가져오지 않아”
한국일보

올해 9월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한국 2공병여단 부여단장 문한옥(왼쪽 사진) 대령과 노르웨이군 참모총장 잉그리드 예르드 중장. 예르드 중장은 유엔평화유지군의 사령관을 지냈고, 문 대령은 2009·2010년 유엔평화유지군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유엔여성기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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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군인은 어느 나라든, 계급이 높든 낮든 비슷하네요.”

노르웨이군 국방참모장 잉그리드 예르드 중장을 마주한 한국 2공병여단 부여단장 문한옥 대령의 진심 어린 한마디는 이랬다. 국적은 물론, 계급이나 이력까지 모두 판이하지만, 짧은 만남만으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얘기였다. 올해 9월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와 한국 국방부가 공동 주최한 ‘여성 유엔평화유지군 포럼’에 참석한 두 사람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 내내 서로에게 공감을 표하며 의기투합했다.

무엇보다 여성이 군에, 그리고 어떤 직위든지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군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여성, 특히 ‘대표’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군이 여성에게도 건강하고 우호적인 공간”이 되는 게 우선이라고 예르드 중장은 말했다. 노르웨이에선 여성도 징병하고 있는데, 관련 제도 도입에 앞서 이 부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성, 군대에 필요한 이유는

한국일보

올해 5월 당시 키프로스 유엔평화유지군(UNFICYP) 사령관이었던 노르웨이군 소속 잉그리드 예르드(앞줄 왼쪽) 중장이 요르단에서 현지 여성 군인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노르웨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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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공간’으로 여겨지는 군대에 여성이 왜 필요한가. 올해 7월까지 키프로스 유엔평화유지군(UNFICYP) 사령관을 지낸 예르드 중장은 분쟁지인 레바논에서의 경험을 털어놨다. 탄약과 무기 등의 밀수는 남성을 통해 이뤄진다는 선입견이 있으나, 여군을 투입해 수색한 결과 여성 밀수업자를 검거했다는 것이다. 그는 “남성으로선 불가능한 활동을 여군이 수행함으로써 작전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령도 여군이 필요했던 경험을 전했다. 14년 전 러시아와 전쟁을 치른 조지아에 유엔평화유지군으로 머물 당시 그는 군인을 두려워하던 현지 민간인들이 여군에겐 마음을 여는 모습을 목격했다. 문 대령은 “여성이 정찰에 효과적이었지만, 여군이 부족해 여성인 통역사까지 나서야 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한국 2공병여단 부여단장 문한옥 대령이 올해 9월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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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분쟁지엔 남성만 존재하지 않기에, 여성도 군인 등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문 대령은 “여성 역시 군인 또는 무장 세력의 조력자가 되거나, 남성도 성폭력 등에 시달릴 수 있다”면서 “남성은 ‘전투원’이고, 여성은 ‘피해자’라는 편견은 평화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평등은 작전 수행의 기본”

한국일보

유엔평화유지군(PKO)에서 활동하는 여성 군인들의 모습. 유엔은 2020년 4.8%인 PKO 여성 비율을 2028년까지 15%로 높일 계획이다. UN photo·Pasqual GORRIZ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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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보다는 여성의 숫자가 늘어났다 해도, 군은 여전히 ‘성평등 조직’과는 거리가 멀다. 예르드 중장 등 여성 사령관을 여럿 배출한 유엔평화유지군도 마찬가지다. 문 대령은 2009년 조지아 파견 당시 일화를 사례로 들었다. 자신이 운전하던 8톤짜리 장갑차가 언덕에서 굴러 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당시 남성이었던 보안·안전 담당자가 ‘이래서 여자가 운전해선 안 된다. 앞으로 여성에게 운전 임무를 주지 말라’고 타박했었다는 것이다.

예르드 중장도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여군에 대한 존중”이라고 거들었다. 그는 “군 내부에선 모든 군인이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고 존중받아야 한다”며 “서로를 향한 신뢰가 작전 수행의 기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노르웨이군은 누구나 안전하게 복무할 수 있는 조직문화 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1984년 군의 모든 직위에 여군 보임을 허용했고, 여성 징병도 성평등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런 분위기 덕에 예르드 중장이 군 참모장에 지명됐을 때 노르웨이 사회는 그의 성별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여성이 군 고위직에 오르면 ‘최초’ 등의 설명이 달리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여성도 할 수 있다”… ‘롤모델’ 필요

한국일보

노르웨이군 국방참모장 잉그리드 예르드 중장이 올해 9월 서울 중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엔여성기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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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르드 중장은 군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부대의 유일한 ‘여성’으로 지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는 “특별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고 존경받았으며 성공했다고 느꼈지만, 외로웠다”고 털어놨다. 문 대령도 “여기까지 오면서 롤모델이나 멘토가 없다 보니 힘든 순간이 있었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두 사람은 “군에서 여성의 비율, 그중에서도 대표성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성평등이 정치적으로 올바르기에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도 직접 군에서의 여성을 보고, 이들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체감해야 한다”(예르드 중장)는 이야기였다.

롤모델이 될 만한 여군의 존재는 또 다른 여성을 군으로 이끄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문 대령은 “14년 전 파병 당시 여성을 많이 보지 못했다”며 “예르드 중장이 유엔평화유지군 사령관을 맡은 것처럼 여성의 목소리가 군 정책에 반영되는 모습을 보면 후배들도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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