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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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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팬데믹! 가짜뉴스] ⑫ '먹잇감' 된 연예인들…"대응할 방법 없어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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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노린 유튜브 영상, 홍보수단 SNS 허위계정, '지라시' 등

"유포자 추적 어려워…피해 연예인, 심하면 정신과 치료받기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현빈 손예진 결혼 6개월 만에 이혼…충격이네요!!', '배우 박보검 하지원 깜짝 결혼 발표', '백종원 소유진 결국 이혼', '가수 김호중 송가인 12월 결혼'

이들은 모두 지금은 폐지된 한 유튜브 채널에 게재됐던 짧은 동영상들의 제목이다.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과 관련한 굵직한 소식을 주제로 하는데, 모두 아무런 근거가 없는 허위의 내용이다.

유튜브에서 퍼진 이 같은 허위 정보는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들에게 값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피해를 준다.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는 만큼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영상은 연예인들의 사진을 엉성하게 짜깁기하고 기계로 생성한 듯한 목소리를 입힌 조악한 것들이었다. 동영상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이 아닌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제목과 섬네일만 보고 지나치면 무심결에 내용이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일 우려도 있다. 이 영상들은 이목을 끄는 내용인 만큼 대부분 조회수 수십만을 넘겼다.

이 채널은 지금 폐쇄됐지만,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도 연예인들의 사진과 자극적인 제목 등을 이용해 눈길을 끄는 콘텐츠를 게재하는 채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채널에 올라온 영상 섬네일에는 '현재 난리난 상황', '결국 이럴 줄 알았다' 등 연예인이 부도덕한 일을 한 것처럼 암시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가짜뉴스 유튜브 채널
[유튜브 화면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유튜브·SNS·지라시…수단 가리지 않는 연예계 가짜 뉴스

이처럼 허위 정보, 더 나아가 가짜 뉴스는 연예계에 막대한 피해와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가짜 뉴스는 좁은 의미로는 언론 보도의 형식을 갖춰 신뢰도를 높인 허위 정보를 뜻하고, 대중적으로는 사실과 다른 허위 정보를 모두 지칭한다.

앞서 든 사례처럼 유튜브에 가짜 뉴스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이른바 '지라시'(사설 정보지)로 불리는 짧은 글의 가짜 뉴스는 보다 오래전부터 일상에 깊이 파고들어 있다.

2018년에는 나영석 PD와 배우 정유미의 불륜설이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지라시에 담겨 유포됐다. 이는 허위였고, 유포한 이들은 방송작가들로 밝혀져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엔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불법 촬영 영상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유포된 사실이 밝혀지자 유명 배우들의 이름이 지라시로 돌았다. 당사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이후로도 지라시 내용을 뒷받침할 어떤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

올해 9월에는 조인성이 SBS 출신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박선영과 결혼한다는 지라시가 빠르게 퍼지자 조인성 측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연예인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는 사실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사망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인 데다 전후 맥락이 중요하지 않아 지라시의 진위를 판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배우 서이숙 씨는 2021년 자신의 사망설을 유포한 이를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2016년엔 미국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사망설이 소셜미디어(SNS)에 떠돈 바 있다.

이외에 특정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사망했다는 가짜 뉴스가 떠돌아 언론사에 문의 전화가 쏟아지는 사례도 있다.

연합뉴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사칭한 계정(왼쪽)과 더본코리아의 입장
[페이스북 갈무리·더본코리아 웹사이트. 재판매 및 DB 금지]


◇ 가짜소식 전해 돈 버는 유포자들…아예 연예인 사칭도

연예계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금전적으로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도 운영 중인 한 가짜뉴스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44만 명에 이르고 영상별 조회수가 최대 200만에 달한다. 광고가 붙는 점으로 미뤄볼 때 수익 창출도 신청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접 촬영한 자료도 없이 이미 인터넷상에 퍼져 있는 사진들을 짜깁기한 동영상만으로 40만 넘는 구독자를 모은 것은 그만큼 가짜 뉴스의 수요가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예 분명한 금전적 목적을 갖고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SNS에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사칭한 계정을 만들어 상품을 홍보하는 데 악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배우 이영애·김희애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이들의 이름으로 계정을 만들어 이들의 사진에 제품을 합성해 게재하는 식이다.

물론 모든 가짜뉴스가 금전적 목적을 위해 유포되는 것은 아니다. 지라시를 통해 유포되는 가짜 뉴스는 직접적으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연합뉴스

지라시 찌라시(일러스트)
제작 김동임(디지털뉴스부 김동임 인턴사원)


◇ 심하면 연예인 정신 질환까지…"대응에 한계 있어"

가짜뉴스는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내용 일색인 만큼 이름을 올린 연예인으로서는 물론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사실과 다른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다.

한 연예기획사 임원은 "물론 소속사도 힘들지만, 당사자인 아티스트는 가짜 뉴스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 정신적으로 굉장히 심약해진다"며 "병원 치료를 받게 되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피해가 명백하고 극심한데도 정작 가짜뉴스에 대응할 방법은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유포자가 쉽게 특정되지 않는 만큼 고발을 하더라도 '성명 불상자'를

한 중견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아직 많이 퍼지지 않은 가짜뉴스는 아예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안고 가는 수밖에 없다"며 "대응하는 순간 반박 내용과 함께 가짜뉴스 내용도 빠르게 확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에 본사가 있는 SNS나 유튜브에 가짜 정보라고 신고해도 쉽게 정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일벌백계해서 바로잡으려 해도 유포자가 누구인지를 추적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고 짚었다.

가짜뉴스는 필연적으로 연예인 이름과 초상, 음성 등을 도용하는 만큼 '퍼블리시티권'(인격표지영리권) 침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면 가짜뉴스를 막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상벌조정윤리위원회 관계자는 "가짜뉴스를 배포하는 사람들이 유명인의 성명, 사진, 음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는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해도 민사 배상 책임만 있을 뿐 형사처벌은 되지 않는데, 그러다 보니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퍼블리시티권이 적용돼도 악의적으로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이들은 법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잘 알고 있어서 사실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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