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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3 (일)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말로만 민간인 보호… 미국, 이스라엘에 '1톤급' 벙커버스터 폭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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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미국 당국자 인용해 보도
1톤급 항공폭탄 100발 전달
한국일보

지난달 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촌 일대가 이스라엘방위군의 공습을 받아 초토화돼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이 공습 당시 2,000파운드(약 907㎏)급 항공폭탄을 최소 2발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가자시티=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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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게 1톤에 육박하는 대형 항공폭탄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비도심 개활지에서 쓰던 무기로, 인구가 밀집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투하되면 막대한 민간인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대외적으로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던 미국의 발언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후 미국이 이스라엘에 2,000파운드(약 907㎏)급 항공폭탄 최소 5,500발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미국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이 지원한 2,000파운드급 항공폭탄에는 BLU-109 항공폭탄 100발이 포함됐다. 철근 콘크리트를 2m까지 관통할 수 있는 막강한 위력을 가진 이 폭탄은 지하 시설물이나 강화진지 등을 파괴하는 데 쓰인다. 특히 지연신관이 달려 있어 목표물과 접촉하자마자 터지는 대신 내부로 파고든 뒤 폭발해 '벙커버스터'라는 별칭이 붙었다.

미국은 또 2,000파운드급 MK84 무유도 항공폭탄 5,400여발과 500파운드(약 226kg)급 MK82 무유도 항공폭탄 5,000여발, 재래식 항공폭탄에 정밀타격 능력을 부여하는 업그레이드 키트인 합동정밀직격탄(JDAM) 3,000개 등도 함께 보냈다.

군사 전문가들은 대형 항공폭탄 지원이 가자지구에 지하 터널을 구축한 하마스 지도부를 표적 삼은 것일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동시에 막대한 민간인 피해를 일으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 자문 변호사 출신 법조인 브라이언 피누케인은 "가자지구 터널 위에는 민간인 수십만 명이 있는 대규모 난민 캠프가 있다”며 “대형 폭탄 지원은 미국이 이스라엘에게 ‘소형탄을 사용하라’고 권고한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믹 멀로이 전 미국 국방부 중동 담당 부차관보는 "이 무기들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에서 도시가 아닌 개활지 전투를 위해 사용하던 무기"라고 말했다.

실제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지난달 가자지구 최대 난민 캠프인 가자시티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을 공습할 당시 2,000파운드급 미국제 대형 항공폭탄을 사용했고, 당시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100명이 넘는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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