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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 (금)

이스라엘, 휴전 동안 한쪽선 석방, 다른 한쪽선 '체포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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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휴전 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하고 있지만 휴전 기간 동안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적어도 수십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새로 체포해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휴전이 재차 연장되고 남성 및 군인 인질까지로 협상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휴전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스라엘이 하마스 궤멸이라는 목표 달성 및 수행 방법 관련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휴전 기간 동안 적어도 5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27일 소셜미디어(SNS)에 지난달 7일 이후 서안지구에서 20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휴전 시작일이었던 24일엔 지난달 7일 이후 195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단체와 팔레스타인 당국은 이 기간 동안 더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체포됐다고 집계했다. 28일(현지시각)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수감자 인권단체 팔레스타인수감자협회에 따르면 휴전 첫 나흘 동안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적어도 13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인질 협상의 일환으로 석방된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과 거의 비슷한 규모다.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보면 전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감자 위원회도 휴전이 시작된 24일 이후 서안지구에서 최소 112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수감자협회 대변인 아마니 사라네는 알자지라에 "점령이 지속되는 한 체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휴전 기간) 나흘 동안 더 많은 이들이 체포될 것이라는 건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점령이 계속되는 한 "이들은 언제든 다시 체포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주로 민간인인 1200명 이상을 죽이고 240명 가량을 납치한 뒤 서안지구에선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체포가 크게 늘었다. 이스라엘군은 체포 규모를 2000명이라고 밝혔지만 팔레스타인 중앙 통계국과 인권단체는 지난달 7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서안지구에서 32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쪽에 체포돼 구금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더해 팔레스타인 정치범 지원 단체인 앗다미르(ADDAMEER·아랍어로 '양심')의 탈라 나시르 변호사는 27일 미국 독립 매체 <데모크라시나우>에 지난달 7일 이후 구금된 팔레스타인인의 80%가 기소나 재판 없이 수감되는 행정 구금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앗다미르는 수감돼 있는 7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 중 3분의 1이 넘는 2500명 이상이 행정 구금 상태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무장 세력 억제 및 혐의 관련 자료 비공개 등 보안상의 이유로 행정 구금이 필요하다고 주장 중이지만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이 이를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행정 구금은 무기한 연장이 가능해 수감자들은 짧으면 몇 개월, 길면 몇 년 간 억류될 수 있다.

이스라엘군이 서안지구에서 수색 작전을 확대하며 인명 피해도 크게 늘었다. 유엔(UN)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이달 28일까지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에서 어린이 61명을 포함한 232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군과 불법 정착민들에 의해 살해됐다. OCHA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10월6일까지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쪽에 살해 당한 팔레스타인인의 수는 199명으로 분쟁 발발 뒤 두 달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살해당한 이들의 수가 올해 전체 피살자의 절반이 넘는다. OCHA는 해당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래 올해가 서안지구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한 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최소 500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3101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부상을 입었다.

OCHA는 67%의 사망자가 이스라엘군의 수색 작전 과정에서 살해됐고 사망자의 절반 이상은 무력 충돌이 발생하지 않은 작전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OCHA에 따르면 서안지구에서 불법 정착민 폭력도 증가해 지난달 7일 이후 287건이 기록됐고 이는 하루 5건 꼴로 하루 3건 꼴이던 올 초에 비해 증가한 것이다. 지난달 7일 이후 서안지구에서 살해된 팔레스타인인 232명 중 8명은 정착민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 휴전 길어질수록 하마스 인기 높아져 난감…NYT "미, 이스라엘에 '대규모 폭격 안돼' 경고"

30일 오전까지 이틀 연장된 휴전이 추가 연장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28일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 당국자가 30일 이후 "추가로 2~3일 간 인질 석방과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 기간을 가진 뒤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재개하거나 후속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당국자는 29일까지 대부분의 어린이 인질이 석방될 것으로 예상하며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20~30명의 여성 인질들 석방이 하루 10명씩 진행되는 동안 이스라엘이 교전 중단을 유지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여성과 어린이 인질들이 모두 풀려나면 남성 및 이스라엘군 인질로 협상 범위를 넓히자는 하마스 쪽 제안도 고려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석방 범위를 군인까지 넓히는 추가 인질 협상까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스라엘이 당초 제시한 최대 10일의 휴전 기간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경우 하마스 쪽에서 군인 1명 당 더 많은 수감자를 풀어 달라고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인질 1명을 석방할 때 팔레스타인 수감자 3명을 석방하고 있다. 반면 하마스에 납치돼 5년 간 인질 생활을 병사 길라드 샬리트 석방을 위해 2011년 이스라엘은 1천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해야 했다.

휴전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스라엘 쪽이 난처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많은 인질이 귀환하면 이스라엘 대중들의 상처를 보듬는 효과가 있지만 그만큼 석방된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도 늘어 이들이 귀환한 서안지구에서 하마스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이는 하마스를 뿌리 뽑겠다는 이스라엘의 목표에 위배되는 것이며 이 지역 갈등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휴전이 길어지면 하마스가 재정비할 기간이 더 확보됨은 물론이고 전투를 중단하라는 국제적 압력이 점점 커지며 이스라엘이 전투를 재개하더라도 민간인을 포함해 1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이전의 대규모 폭격과 같은 방식을 사용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28일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이 이스라엘에 교전 중단이 끝난 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로 진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부에서 했던 것과 같은 대규모 폭격을 재현할 경우 세계의 인도주의적 대응 능력을 넘어서는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미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당국자들은 미국이 더 이상의 대량 난민 발생을 막기 위해 더 정교한 작전 수행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극우 장관은 연정 탈퇴를 시사하며 휴전 종료 뒤 전쟁 재개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를 이끄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28일 성명을 내 "전쟁 중단은 정부를 깨는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연정은 의회 120석 중 과반이 조금 넘는 64석을 점하고 있는데 오츠마 예후디트가 그 중 6석,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 이끄는 또 다른 극우 정당 독실한 시오니즘이 7석을 차지해 정권 유지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매체는 다만 의회에서 12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가 전쟁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국가통합당의 지지를 얻는다면 벤그비르 장관 이탈에도 네타냐후 연정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시 휴전 연장 첫날인 28일 70살 이상 고령자 4명과 17살 청소년 1명을 포함한 이스라엘인 인질 10명과 태국인 2명이 석방됐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30명도 추가로 석방됐다. 5일간 이스라엘인 61명을 포함해 총 81명의 인질이 풀려났고 팔레스타인 수감자 180명이 석방됐다.

아직 가자지구에 160명 가량의 인질이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지난달 납치 당시 생후 9개월에 불과했던 최연소 인질 크피르 비바스는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28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군이 크피르와 형 아리엘(4), 부모 야르덴(34), 쉬리(32) 등 일가족이 함께 납치된 이 가족이 가자지구 내 다른 무장 단체로 옮겨져 남부 칸유니스에 억류 중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지금까지 인질 대부분이 하마스에 의해 풀려난 상황으로 다른 무장 조직에 잡혀 있다면 이번 이틀 연장 기간 동안 비바스 가족이 돌아올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프레시안

▲이스라엘로부터 석방된 팔레스타인 여성이 28일(현지시각)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목마에 태워진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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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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