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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민주당 선거제 두고 일촉즉발···또다시 약속 파기하려는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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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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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도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당 대표 선거·대선 공약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다. 이 대표가 공약 파기를 시사하자 당내에선 “지도자로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29일 민주당 의원 75명의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 요구에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즉석 유튜브 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 약속을 뒤집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민주당 이날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 여부 등 선거제 개편 관련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예정했다가 30일로 하루 미뤘다.

이 대표는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하거나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더라도 비례 위성정당을 만드는 방안 중 하나를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가면 민주당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일 때보다 더 많은 비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더라도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병립형 비례제를 도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병립형 회귀와 위성정당 창당 중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이 대표의 대선공약 파기가 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지난해 3월 대선과 8·28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연동형 비례제 확대와 위성정당 방지를 수차례 약속했다. 이 대표는 8·28 전당대회 출마선언문에서 “비례 민주주의 강화와 위성정당 금지”를 약속하면서 “약속을 지켜온 저 이재명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8·28 전당대회 전 당원 결의문에서 “정치공학이나 선거의 유·불리, 앞으로의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정치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명분보다는 현실’이 중요하다고 말하자 당내에서는 이 대표 지원 발언이 쏟아졌다. 이 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가장 나쁜 형태의 위성정당이 나왔던 제도를 다시 뜯어봐야 하고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서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며 병립형 회귀에 힘을 실었다. 진성준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다당제가 지고지선이라고 자꾸 주장하면서 민주당의 의석을 헐어가지고 다른 소수 정당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게 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자기모순, 자가당착”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현행 연동형 제도로 가되,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하고 우리도 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며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을 주장하려면) 슬로건만 들고나올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어떻게 통과시킬지 방법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을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병립형 회귀와 기득권 고수는 참패와 자멸의 길”이라고 반론했다. 강민정·김두관·민병덕·민형배·송재호·이학영·장철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위성정당 만들어 총선은 이겼지만 바로 그 위성정당 때문에 연합정치에 실패해 정권을 내주는 통탄할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말자”며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민주당과 연대할 정당, 민주당과 연합할 정당이 의석을 갖게 되고 민주당이 다당제 연합정치를 주도할 수 있고 국민의힘은 고립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부겸·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약속을 저버린 정치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약속을 파기하면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는 극단의 생각은 민주당의 길이 아니다”라며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정치를 해야 선거에 이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종민 의원은 SNS에 “선거 승리를 위해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선거제 퇴행으로 가겠다는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SNS에서 “정치교체, 정치개혁이 이재명의 대표 아젠다 중 하나였는데 이를 현실론에 기대어 거둬들이면 추후 정치개혁 아젠다를 다시 하겠다고 내세울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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