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대정원 증원이 아니라 필수의료 분야 지원이 선결과제" 주장
의료 전문가 대학 현장점검 중단 요구
복지부 "필수의료 지원은 이미 추진 중···의료공급 충분하다는 과학적 근거 제시해라"
일주일 전처럼 10분 만에 파행으론 안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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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얼마 전 발표한 의대정원 수요조사 결과는 단순히 대학들이 희망하는 인원 만을 그냥 더하기만 한 무의미한 숫자다. 현장점검은 중단돼야 한다."(대한의사협회 관계자)
"복지부의 사명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정상화 될 수 없다. 의협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얘기해달라."(보건복지부 관계자)
지난주 10분 만에 파행을 겪은지 일주일 만에 열린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정부와 의협 양측은 이와 같이 각각의 입장을 밝혔다.
29일 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의협과 복지부 관계자들은 제19차 의료현안협의체를 개최했다. 이번 의료현안협의체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21일 정부가 전국 40개 대학의 의대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분위기가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발표 바로 다음날 열린 18차 의료현안협의체는 10분 만에 결렬됐고, 의협은 26일 전국 대표자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총파업 찬반투표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이 자리에서 이필수 의협 회장은 삭발까지 단행했다.
이날 의협 협상단장인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을지대학교는 현재보다 3배가 많은 120명의 증원을 요구하는 등 교육 인프라나 현실 여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사가 난무하고 있다"며 "합리적 근거가 없는 부족절한 수요조사 결과를 정부가 무리하게 발표해 의료계는 물론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합리적이지 못한 수요조사와 짜맞추기식 현장점검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며 "진정으로 의사 수만 늘리면 지역 필수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양 의장은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보다 의료 종사자들이 안심하고 환자 진료에 전념할 수 있또록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의료전달 체계를 바로 세우고 의료 생태계를 지켜야 하며 의사들이 의대증원을 말하기 전에 기존 의사들이 필수지역 의료로 유입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과 로드맵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협은 향후 의료현안협의체의 불참의사를 밝히지 않아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양 의장은 "의협은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진정성을 갖고 정부와 대화에 임할 것"이라며 "부디 정부도 의료계의 합리적인 비판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의협 외에도 다양한 창구를 통해 의대정원과 관련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금까지 17차에 걸칠 의협과의 논의를 기록해서 상급종합병원, 중소병원과 의학회, 의학한림원, 의과대학 교수님들과 전공인협의회 등 의료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며 "이같은 의견을 반영해서 응급의료와 필수의료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해 나가고 있는 중인데 18차 회의에서 합리적인 보상방안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협력의 자리는 상호 노력할 때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복지부의 사명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며 의협도 같은 사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의료법령과 의협 정관에도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협의 추진 중인 강경투쟁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경실 정책관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이 정당화 될 수 없다"며 "정부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의료 취약지, 의료 공급 현황과 국제 비교 등 객관적인 통계와 정교하고 과학적인 근거들을 축적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협은 정부의 노력에 대해서 과학적이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박홍용 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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