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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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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비켜라···올 겨울 얼어붙은 마음 녹여줄 ‘엄마들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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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화 <3일의 휴가>는 하늘나라에서 3일의 특별휴가를 받은 복자(김해숙)가 고향에서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를 지켜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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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날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줄 영화들이 잇따라 관객을 찾는다. 딸을 이해하지 못해 답답한 엄마, 사고만 치는 구제불능 엄마, 비밀을 간직한 엄마 등 다양한 엄마와 자식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린 작품들이다.

내달 6일 개봉하는 <3일의 휴가>는 판타지가 가미된 독특한 힐링 드라마다. 죽은 지 3년째 되는 날 복자(김해숙)는 하늘나라에서 3일간 특별휴가를 받는다. 복자가 찾은 것은 고향에서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하고 있는 딸 진주(신민아)다. 복자는 미국 명문대 교수이던 진주가 시골에서 식당을 하는 모습을 보며 답답해하지만 진주는 엄마의 애타는 마음을 모른다. 혼령이 된 엄마의 모습을 볼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다.

영화에서는 서로 만지거나 대화할 수 없는 두 모녀가 사흘간 한 공간에서 지내며 그간 쌓인 오해를 풀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조금씩 드러나는 모녀의 상처와 아픔이 관객을 눈물짓게 한다.

하늘나라 신입 가이드 역의 강기영, 진주의 단짝 친구 미진 역의 황보라 등 조연들의 연기는 웃음을 선사한다. 진주가 엄마의 레시피로 내놓는 스팸김치찌개, 잔치국수, 만두 같은 친근한 음식들의 향연은 절로 입맛을 다시게 한다. <나의 특별한 형제>(2019)의 육상효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7번방의 선물> <82년생 김지영> 등 히트작을 낸 유영아 작가가 각본을 썼다. 105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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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온 편지>는 부산 영도에서 나고 자란 세 자매가 엄마의 오랜 비밀을 알게 되면서 생기는 일을 그린다. 판씨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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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개봉하는 <교토에서 온 편지>는 비밀을 간직한 엄마 화자(차미경)와 그의 세 딸 혜진(한채아), 혜영(한선화), 혜주(송지현)를 둘러싼 가족 드라마다. 세 자매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 물건을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가 하면 딸들의 직업·직장을 조금씩 바꿔 주변에 자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매는 오래된 일본어 편지 꾸러미를 발견한다. 억척스럽게 홀로 딸들을 보살펴 온 엄마는 알고 보니 일본인 엄마를 둔 혼혈. 딸들이 차별을 받을까 오랜 시간 자신의 가족을 숨겨온 것이다. 자매는 엄마의 뿌리를 찾아나선다. 이 여정은 엄마와 자매 모두가 한 뼘 자라는 기회가 된다.

김민주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담아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막내 혜주 역의 송지현을 제외한 대부분 배우가 부산 토박이다. 덕분에 이들의 연기는 부산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감독과 배우, 촬영 스태프 전원이 여성인 보기 드문 여성 영화이기도 하다. 102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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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물비늘>의 예분(김자영)과 지윤(홍예서)는 상실을 겪고 남겨진 뒤 서로를 보듬는 유사 가족 관계를 형성한다. 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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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극장을 찾는 <물비늘>의 주인공들은 유사 모녀 관계를 형성한다. 염습사 예분(김자영)은 1년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손녀 수정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 때문에 손녀가 죽었다는 죄책감으로 매일 강 속에서 그의 흔적을 찾는다. 수정의 단짝 지윤(홍예서)의 시간도 수정이 죽은 날에 멈춰 있긴 마찬가지다. 지윤은 수정의 죽음의 비밀을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해 고통스러워한다.

영화는 소중한 사람이 떠난 이후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보듬으며 앞으로 나아가는지 섬세하게 그린다. 그러면서도 흡사 공포, 스릴러 장르의 영화와 같은 기묘한 분위기를 내내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홈리스>를 연출한 임승현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99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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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리에게>는 아들마저 포기한 구제불능 엄마 레슬리(안드레아 라이즈보로)가 믿어주는 이를 만나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다. 영화사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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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개봉한 미국 영화 <레슬리에게>는 못난 엄마 레슬리(안드레아 라이즈보로)가 주인공이다. 그는 수년 전 19만달러짜리 복권에 당첨됐지만 술에 빠져 모든 것을 잃는다.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 장성한 아들 제임스(오웬 티그)를 찾은 레슬리는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아들에게 실망만 안긴다.

영화는 밑바닥까지 추락한 레슬리가 모텔 주인 스위니(마크 마론)를 만나며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스위니는 레슬리에게서 과거 자신 모습을 떠올리며 모텔 청소 일을 제안하고, 이것은 레슬리가 다시 일어서는 밑바탕이 된다. 자신을 믿어주는 한 사람의 존재가 누군가의 인생을 어디까지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영화는 따뜻하게 보여준다.

레슬리는 시나리오 작가 라이언 비나코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 캐릭터다. 레슬리를 연기한 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이 작품으로 제95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119분. 15세 이상 관람가.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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