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별 상징이 들어간 현수막. 용산구 농구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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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가 구청장배 농구대회 현수막에 들어간 10·29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별 상징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현수막 시안을 변경하라고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2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용산구 농구협회는 제24회 용산구청장배 농구대회 개최를 이틀 앞둔 지난 16일 용산구로부터 현수막 시안을 교체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강문 용산구 농구협회장은 당일 용산구 관광체육과 소속 직원으로부터 ‘별 모양이 정치적이다. 현수막에서 빼라’는 내용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이 협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올해로 3년째 협회장을 맡아 대회를 준비하면서 현수막 디자인을 구청이 문제삼았던 적은 없었다”며 “별 모양이 왜 정치적인지 의아했고, 직원이 다그치면서 화를 내길래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구가 문제삼은 별 모양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상징할 때 쓰인다. 핼러윈 축제의 호박 가면을 상징하는 주황색, 애도와 독특함이라는 중의적 의미의 보라색이 섞인 별이다.
이 협회장은 “참사 1주기 이후 처음 대회를 여는데 장소가 장소인 만큼 사람들이 웃고 북적거리는 것이 죄스러워서 현수막에 별을 넣게 된 것”이라고 했다. 농구대회가 개최된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은 지난해 참사 직후 희생자 시신 46구가 임시로 안치됐던 곳이다. 이후 참사 유실물 센터로 운영됐다.
이 협회장과 용산구 농구협회 관계자는 용산구가 현수막을 문제삼아 농구대회에 불이익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측이 지난 18일 열린 대회 개회식 15분 전 갑자기 불참 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서 용산구청장배 농구대회가 열렸다. 용산구 농구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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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농구협회 관계자 A씨는 “개회식 전날까지도 구청장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었고 ‘참석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런데 개회식 15분 전에 구청 담당자가 ‘다른 행사 때문에 구청장은 못 온다’고 하더라”며 “다른 종목은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구청의 횡포이자 보복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구청이 구두로 약속했던 추가 대회지원금 50만원도 현수막 논란 이후 없던 일이 됐다”며 “빈석에 쓰이는 의자나 테이블도 구청이 대여해주기로 했는데 대회 전날 ‘알아서 하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용산구가 박 구청장이 구속돼있던 지난 4월 ‘박 구청장이 석방될 테니 구청장배 대회를 하반기로 계획하라’고 제안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A씨는 “애초 상반기에 농구대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구청에서 ‘하반기에는 구청장이 나와서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 구청장배를 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앞서 박 구청장 비서실장은 박 구청장이 보석으로 석방되기 수 주 전부터 용산구 관내 주민들을 만나 “구청장님께서 곧 나오시면 어르신들을 잘 모실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용산구 관계자는 “현수막에서 별 모양을 뺐으면 좋겠다고 협조를 구한 것”이라며 “구청장이 왜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예산 취소나 하반기로 대회를 미룬 것에 대해선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구속기소돼 서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보석으로 석방돼 구청장 업무에 복귀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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