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서 150분 분량 녹음 파일 재생…실제 재생은 4시간 가까이 이뤄져
특수교사 측은 ‘훈육 차원이었다’ 취지로 주장…검찰은 일부 표현의 감정 의뢰
웹툰 작가 주호민씨.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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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주호민씨 아들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특수교사 A씨 측이 27일 핵심 쟁점인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등 학대성 표현에 관해 “검찰이 아동학대라고 주장하지만 (아동이) 잘했을 때는 ‘옳지, 그렇지’라고 격려도 한다”며 “학생이 다른 행동을 하면서 수업에 집중을 못하니까 수업에 집중하라는, 전체적으로 보면 교육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A씨 변호인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진행된 4차 공판에서 파일이 재생되던 중, 논란이 된 표현 중 일부를 놓고 ‘훈육적인 차원’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을 보면 주목하도록 이끈다면서다.
검찰이 제출한 총 150여분 분량 음성 파일은 주씨가 지난해 9월 아들 편에 보낸 녹음기에 담긴 그대로이며, ‘아유 진짜 밉상이네’ ‘아침부터 쥐XX 둘이 와가지고’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 ‘너는 친구들하고 못 어울려’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야 너’ ‘아휴 싫어 죽겠어’ 등 공소장에 적시된 A씨 발언이 담겼다. 검찰은 이 중 ‘쥐XX’ 표현의 모호성을 정확히 가려내고자 전문 업체에 감정을 의뢰한 터라 감정 결과에 따라, 이후 공소장 내용 변경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1~2분 정도만 들어서는 사안을 판단할 수 없고 그럴 계획이 없다던 지난 3차 공판에서의 곽 판사 입장과 ‘비공개 재생’을 내건 검찰과 달리 공개된 자리에서의 재생을 원한 A씨 측의 요청에 따라, 방청객과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녹음 분량은 고스란히 재생됐다. 여기에 중간 멈춤과 부연 설명이 더해지면서 파일 재생은 4시간 가까이 이뤄졌다.
A씨 측은 ‘쥐XX’ 표현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해당 표현을 들어보면) 3음절이 아닌 2음절(로 들린다)”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쥐XX’가 아니라 ‘그새’ 둘이 와서(로 들린다)”라고 반박했다. 해당 표현의 전후 재생은 총 3회에 걸쳐 진행됐다.
통합학급에 다니는 주씨 아들에 대한 이러한 표현이 아동학대에 해당하느냐가 재판의 쟁점이다. 일반 학교에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일반 학생들과 같은 학급에 속하지만 수업은 특수학급에서 받으며, 수업 외 교내 다른 활동은 자신이 속한 일반 학급에서 하는데 이처럼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속한 학급을 통합학급이라고 한다.
A씨 변호인은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라던 음성에 ‘잠깐 재생을 멈추라’는 곽 판사 지시가 나오자 ‘훈육차원’이라고 부각했다. 경기도교육청 고문 변호사로 A씨 변호인과 동석한 김기윤 변호사도 “학대하는 톤이 아니라 교육차원에서 ‘뭘 하는 거야’라는 의미로, (잘 들어보면 목소리의 끝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주씨 측과 입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이는 부모들 사이에서는 황당하다는 듯 한숨이 나왔다. 재판 시작 30분 전부터, 공판이 개시될 수원지법 403호 법정 앞에는 양측과 입장을 나란히 하는 학부모나 교사 등이 줄을 섰고 스무 명 정도가 앉을 자리는 이미 가득찬 데 이어 의자 주변에도 취재진을 비롯해 같은 수만큼의 방청객들이 더 들어차 빼곡했다.
검은 옷차림에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나온 A씨는 파일이 재생되는 동안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있거나, 곽 판사의 질문 등에 앞뒤 경위 등을 설명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장애, 학부모, 교육단체 회원들이 지난 8월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주호민 작가 아들 사건 등에 대한 교사, 학부모에 책임을 전가하는 교육부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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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판사는 A씨의 혼잣말로 추정되는 일부 발언에 대해서는 재생 상황 등으로 미뤄 현장에서 주씨의 아들이 들을 수도 있다고 봤다. 법리적인 것을 떠나 부모 입장에서는 속상할 법한 표현이라고도 짚었다. 전체적으로는 훈육 차원이고 ‘학대 동기’도 없다는 A씨 변호인의 주장에 검사는 ‘의견이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친구들에게 못 가’ 표현에 검사는 “피해 아동이 비교적 성실하게 수업에 참여했는데 관련 없는 발언이 나왔다”며 지적했고, A씨 변호인은 “피해 아동이 교실에서 나가려는 (돌발) 행동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이 나왔다”고 맞받았다. 곽 판사는 “피해 아동에게는 자폐성 장애가 있다 보니 반복되는 내용 때문에 짜증나서 (돌발행동을 하는) 그랬을 수도 있고,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다”며 “훈육과정에서 (피고가) 부적절한 행동이라 생각하니 ‘친구들에게 못 가’라고 한 취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고개 숙인 채 듣고만 있었다.
특히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야 너’ 표현에 검사는 “잘 따라 읽는데도 이런 발언이 갑자기 나와서 피해 아동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웠을 것”이라 지적했고, 변호인은 다시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는 이야기는 그 전의 (바지를 내린) 행동이 고약하다고 한 것”이라며 “선생님이 반복해서 읽기를 가르치는데 한숨이 나오고 그런 상황인 것”이라고 대변했다.
앞서 올해 8월28일 3차 공판에서 A씨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장에 나타난 일부 발언을 두고 “당시 피고인은 해당 아동이 맞춤반(특수학급)에 분리 조치되는 바람에 오전 내내 쉬는 시간 없이 장애 아동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야 했다”며 “교실 전체 상황과 맥락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부만 반복할 게 아니라 연속적으로 들어봐야 한다”고 전체 파일 재생 필요성을 부각했었다. ‘밉상’이라던가 ‘머릿속에 뭐가 든 거야’ 등 발언이 혼잣말이라 주장하고, “검찰은 비공개로 검증해야 한다지만, 공소장 내용이 알려져 추가 가해 우려가 없다”며 공개 검증을 강조했다. 교사 모르게 녹음된 파일은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면서다.
곽 판사는 “재판부가 지금 증거채택 여부에 대해 확답드리기 어렵다”며 “위법수집 증거로 볼 여지도 있는 것 같고, 증거로 인정될 여지도 있다”고 향후 판결로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 판단 방침을 밝혔었다. 검찰이 제출한 녹음파일의 전체 재생 필요성을 언급한 곽 판사는 필요한 부분을 골라 1~2분 듣는 건 생각지 않는다고도 했다.
교원단체들은 녹음 파일의 위법성을 일제히 지적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은 “교사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녹음 행위를 엄벌에 처하라”며 성명을 냈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학부모가 교사와 다른 학생 모르게 교실 수업 내용이나 대화 내용을 무단 녹음해 신고한 사안”이라며 제출된 파일의 증거 채택 시 향후 교육현장에서의 무단녹음 횡행을 우려했다.
주씨는 통합학급에서의 아들 돌발행동과 특수학급 분리 조치 등을 올해 7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밝혔다. 그는 녹음본에는 ‘단순 훈육’으로 보기 어려운 A씨의 발언이 들어 있었고, 객관적 판단을 위해 외부 자문을 구했다면서 ‘교사 교체’는 사법기관 수사 결과에 따라서만 조치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변호사 등에게 받아 신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들의 돌발행동 등을 사과했다는 내용과 함께 “교사의 행동이 정당한 훈육이었는지, 발달아동에 대한 학대였는지 여부는 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던 글을 끝으로 더 이상 주씨의 SNS에 추가 게시물은 올라오지 않았다.
국가공무원법 제44조의 ‘아동복지법 제17조에 따른 금지행위를 한 경우 직위해제가 가능하다’던 조항이 적용된 올해 1월 A씨 직위해제를 두고 교직 사회에서는 검찰의 기소 시점부터 교사 직위해제는 잘못됐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7개월 만인 올해 8월1일자 A씨 복직을 SNS에서 알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달 “기관 차원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약속드렸다”는 글을 추가로 올렸다.
주씨 측의 무리한 신고였다는 지적과 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의 업무 복귀가 부적절하다는 취지 비판은 당분간 계속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사회적 화두인 교권 보호 사안과 얽히면서 더욱 주목된 이번 사건을 보는 일각에서는 자칫 양측의 갈등에만 초점이 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을 12월18일 오전 10시10분에 같은 법정에서 열기로 했다.
수원=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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