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의대 정원 확대

의협 “정부 일방 의대정원 확대 추진 시 총궐기···이번주 비대위 꾸려 투쟁 로드맵 마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결과 발표에 따른 파업 등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가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강당에서 열려 의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1.26. 김창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필두로 한 의료계가 26일 “정부가 일방적인 의대 정원을 확대 추진할 시 총궐기를 포함한 강경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주에 의협 산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대정부 투쟁 로드맵을 마련한다. 다만 의협과 보건복지부의 대화기구인 의료현안협의체 참여는 이어가기로 했다.

의협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연석회의는 정부가 지난 21일 전국 40개 대학에서 의대 정원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의료계가 향후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의료계는 연석회의 후 결의문에서 “전국 의사 대표자들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오직 힘의 논리로 의대 정원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행태를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온 힘을 다해 항전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결과 발표에 따른 파업 등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가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강당에서 열려 이필수 회장이 삭발한 후 머리띠를 메고 있다. 2023.11.26. 김창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삭발을 한 이필수 의협 회장은 연석회의 종료 후 브리핑에서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필수의료 살리기에 충분히 논의에 참여해왔지만 이번 의대 증원 수요조사는 정부가 그 신뢰를 깨뜨린 것”이라면서 “정부가 일방적 의대 증원을 추진한다면 권역별 집회부터 총파업까지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이번 주 비상대책위를 구성한 뒤 ‘정부가 의대 정원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서 투쟁 수위를 결정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와 진행 중인 의료현안협의체 지속 여부’와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이라는 신호를 무엇으로 보느냐’는 질의에 이 회장은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에는 계속 참여해나갈 것”이라며 “이번 의대 증원 수요조사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등 다른 방식(다른 논의체, 다른 조사결과 등)으로 이미 결과를 정해놓고 보여주기식으로 결과를 내놓는다면 언제든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박차고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의사들은 9·4 의·정합의대로 의협과 의대정원 확대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다 의사들이 집단휴진(파업)에 나서고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거부사태까지 이어지자,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그해 9월4일 의협과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고 합의했다. 의사들은 이번에 정부가 이 합의를 ‘파기’했다고 본다.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총선 승리용”이라며 “정부가 현재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을 추진하고 있어 9·4 의·정합의는 이미 깨진 것이기 때문에 투쟁에 임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는 “‘무슨 의료계가 투쟁을 하겠느냐’ ‘빈말이다’(라고 하는데) 그렇게 보셔도 좋다. 다만 이번에 총파업이 이뤄지면 2020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제가 의협 임원이었던 것과 별개로, 보수우파 진영에서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해온 사람인 걸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날 연석회의에는 의협 임원진을 비롯해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한국교육평가원, 대한의학회, 한국여자의사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단위별 의사단체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의협은 참석 대상자 200명 중 122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결과 발표에 따른 파업 등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가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강당에서 열려 이필수 회장이 삭발한 후 인사하고 있다. 2023.11.26. 김창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1일 정부가 발표한 수요조사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는 2025학년엔 최대 2847명, 2030학년도에는 최대 3953명 증원을 희망했다. 의료계는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 “비과학적 여론몰이”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위기감도 느끼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상황에서, 대학의 증원 희망 규모는 ‘대규모 증원’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협은 수요조사를 발표한 정부 책임자를 경질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연석회의에서 의사단체 대표자들은 공개적으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의사 증원이 웬말이냐. 벚꽃 지는 순으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말이 있는데, 대학들이 엄청난 의대 정원 증원을 원한다니 무슨 만용인가”라며 “반도체·자동차 산업이 주력인 나라에서 이공계에서 의대생만 배출하면 ‘소는 누가 키우냐’”고 했다. 좌중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정지태 대한의학회 회장은 연대사에서 “정부가 적정 의사인력은 과학적 근거에 따르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수요조사 결과 발표로 의료계는 물론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면서 “필수·지역의료 붕괴에 대한 정확한 진단,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지 의대 정원 확대라는 이상한 대안을 선택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원장은 “의사 정원 문제는 작금의 필수·지역 의료 붕괴의 다양한 원인 중 하나로 거론할 수 있지만, 의사 인력 충원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처럼 작용하리라는 것은 단선적 시각”이라며 과도한 의대 증원은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했다.

의료계가 ‘총파업’을 예고하긴 했지만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얼마큼 동력을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국회 여·야 모두 의대 정원 확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국민의 지지 여론도 높다. 정부가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책이나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책 등 ‘정책 패키지’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의사단체들이 의대 증원 문제에만 매달리면 다른 것을 얻어내는 데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저녁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한 총파업 언급에 대해 지난 1월 이후 18차례에 걸쳐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를 이어온 입장에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충과 의료사고 부담 완화, 충분한 보상, 근무여건 개선 및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병행해 추진할 사항”이라며 의대 정원 문제를 포함한 필수의료 확충·제도 개선에 의료계 외에도 환자, 의료소비자, 주민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 독립언론 경향신문을 응원하신다면 KHANUP!
▶ 나만의 뉴스레터 만들어 보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