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의대 정원 확대

"그래도 필수과는 안 가"…의대 정원 증원에 의대생들 반응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전경. /사진=정진솔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의과대학 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에 의사단체가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대부분 반대 의견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한 의대 입학 정원 수요조사 결과 2025학년도 증원 수요가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이었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각 대학은 정원을 계속 늘려 2030학년도까지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을 추가 증원하기를 희망했다. 현 의대 정원인 3058명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규모다.

중앙대 의대에 재학 중인 박모씨(23)는 "의료시스템에 대한 고려 없이 의대 입학생만 4000명이 갑자기 늘면 졸업 후 전공의가 되지 못한 채 여기저기 떠도는 의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내건 데는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러나 의대생들은 의대 정원 확대가 이 문제를 풀 열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의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씨(26)는 "정원이 늘어도 바이탈(필수의료)과를 지망하는 인원은 늘지 않을 것"이라며 "질병이 악화하는 원인에는 의사 잘못 외에도 기존에 앓던 병이나 평소 습관 등이 있을 수 있는데 부작용이나 사고 발생하면 모두 의사가 감당해야 하니 누가 필수과를 지원하겠나"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의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씨(28)는 "의사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지방 의료나 소외된 사람에 대한 사명감이 있지만 결국 환자가 많고 인프라가 좋은 수도권으로 갈 것"이라며 "증원이 지방의료 붕괴의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의대생 수가 급격히 늘면 의대 수업과 실습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아주대 의대생 A씨는 "해부실이나 실습실 자원과 공간은 한정돼 있고 교수님 1명이 맡는 학생 수도 한계가 있는데 갑작스럽게 많은 인원이 증원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진료과에 어느 정도의 증원이 필요한지 꼼꼼히 따져보고 대학병원 등 전문의 수련기관에서 증원된 의료진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지 세심하게 살핀 뒤 인원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의대 3학년생인 윤모씨(25)는 "의사 국가고시를 치려면 의대 졸업을 먼저 해야 하는데 학생 수가 과하게 늘어 학습의 질이 떨어지면 졸업도 못 하는 학생이 늘 것"이라며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수 수도 충분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보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의료수가를 조정해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법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의대생 김모씨(24)는 "수가가 낮은 일부 과는 운영할수록 오히려 적자라고 한다"며 "필수과로 사람을 더 보낼 방안을 생각해야 하는데 단순히 파이를 키운다고 효과를 볼 거라고 예측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중앙대 의대에 재학 중인 박서준씨(23)는 "현재 전체 진료수가의 총합, 즉 국가에서 진료수가로 나가는 총예산이 동결돼 있다"며 "필수의료과 수가가 올라가면 다른 과의 진료수가가 줄어드는 희생이 따르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때문에 진료수가 총합이 늘어야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대생은 2년 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의사단체와 함께 단체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정부가 10년간 400명씩 정원을 늘려 의사 4000명 추가 양성을 추진하자 의사국가고시 응시 거부와 동맹 휴학 등으로 맞서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연 3058명으로 동결됐다.

의대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으로 구성된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오는 25일 서울에서 임시총회를 열 계획이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