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_삽화 /사진=이지혜 |
교내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한 남학생에게 진술서 작성을 받아내기 위한 가정 방문에 학교 당국이 불법 촬영 피해자일 가능성이 큰 여자 교사를 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가정방문 교사와 불법 촬영 기기를 최초 발견한 교사 모두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2일 제주 교사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성범죄 대응의 첫 조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라며 "학교 교장과 교감은 본인을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는 여교사를 2차 피해위험에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제주 한 공립고등학교 체육관 여자 화장실에 있는 갑 티슈 안에서 촬영 기능이 켜진 휴대전화가 발견됐다. 이 사실이 경찰에 신고되자 다음 날 재학생 B군이 자수했다.
노조에 따르면 B군은 학교 측에 약 10회에 걸쳐 교내 여자 화장실에 불법 촬영기기를 설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3일 교감은 피해자일 수도 있는 담임 등 여교사 2명에게 "진술서 작성" 등을 이유로 B군의 집에 찾아가라고 지시했다. 교감은 '나는 보고 받는 입장이라 가정방문을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두 여교사는 가정방문 직전 차 안에서 '혹시나 가해 학생이든 아버지든 달려들면 한 명이라도 빠져나와 112에 신고하자'고 다짐했다고 한다"면서 "피해 교사는 충격과 공포에 따른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3개월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학교와 제주교육청에 해당 학교 교장, 교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피해 교사 지원을 요청했으나 요청 후 15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음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B군은 이달 교권보호위원회를 거쳐 퇴학 처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군이 범행에 사용한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마쳤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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