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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평균연령 '57.9세' 日 요코비키셔터 "81세도 능력 있다면 연봉 인상"[저출산 0.7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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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계속고용 우수기업 요코비키셔터 방문

근속수당 대신 능력에 따른 직능급으로 의욕 고취

종업원 34명 60~80대 비중이 50%이상 차지

81세 최고령직원 "일에 만족...건강 허락할 때까지"

헤럴드경제

일본 도쿄의 중소기업 요코비키셔터의 이치카와 신지로(가운데) 사장과 직원들. 이 회사의 전체 종업원은 34명으로 평균 연령은 57.9세다. 최고령 사원의 나이는 81세로 여전히 현역으로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요코비키셔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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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도쿄)=김용훈 기자] “3페이지에 나오는 우리 회사 사진을 한번 봐주세요. 저희 직원 수는 총 34명입니다. 70대 이상이 8명이고, 81세이신 분도 계세요. 얼마 전까지 최고령 사원은 95세였지만, 최근 돌아가셨죠.”

14일 일본 도쿄도(東京都) 아다치(足立)구 요코비키셔터 본사에서 만난 이치카와 신지로 사장(48·사진)은 앙증맞은 ‘게’ 캐릭터가 그려진 회사 소개 자료를 나눠주면서 이렇게 소개했다. 이치카와 사장이 보여준 사진만 보면 사실 회사가 아닌 ‘경로당’ 기념사진이라고 해도 속아 넘어갈 법하다. 실제 이 회사의 평균 연령은 57.9세다. 60대와 70대가 각각 9명과 8명으로 전체 34명의 직원 중 절반을 차지한다. 이어 40대가 6명, 50대가 5명, 30대가 4명 순이다. 20대와 80대도 각각 1명씩 있다.

회사 관두는 건 청년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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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계속고용 우수기업 요코비키셔터의 이치카와 신지로 사장(오른쪽)이 14일 일본 도쿄도(東京都) 아다치(足立)구요코비키셔터 본사에서 고령 근로자 채용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통역을 맡은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의 오학수 박사 [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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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비키셔터는 이치카와 사장의 부친이 1986년 4월 설립한 좌우로 여닫는 독특한 차고, 방범용, 특수 셔터를 제작하는 기업이다. ‘옆으로 미는 셔터’로도 유명하지만, 이 회사를 더 유명하게 만든 건 이차카와 사장이 소개한 높은 연령의 직원들이다.

요코비키셔터가 고령자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배경은 사실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영자 스스로도 고령자 고용의 효과를 확신하고 있다.

이치카와 사장은 “고령 근로자 고용에 대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고령 근로자들에게 일할 의욕이 있느냐’는 것”이라며 “청년들은 이·전직이 쉽지만 고령자는 전직이 어려워 회사에서 고령이 될 때까지 일자리를 제공하면 회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기 때문에 일할 의욕은 항상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회사에는 30년 전 입사한 79세 여성 직원이 60세 이후 PC를 배워 경리와 사무를 담당하고 있고, 근속 연수 21년의 79세 공장 직원, 56세에 입사해 현재까지 근무 중인 73세 청각 장애 직원도 있다.

이미 고령인 사람을 채용하거나 기존 사원을 계속 고용하는 등 본인이 원하면 나이와 상관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는 것이다. 의욕을 따라오지 못하는 ‘건강 문제’는 어떻게 할까. 그는 “고령 근로자는 고혈압 등 진단을 위해 대체로 한 달에 한 번 병원을 가는데, 그럼 하루 정도 휴가를 쓰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입사 후 회사를 바로 그만두지 않느냐는 질문도 자주 듣는다”면서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연령과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년 지나면, 있던 능력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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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일본 요코비키셔터 공장에서 고령 직원들이 셔터 제작 등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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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고용의 최대 난관은 ‘임금’이다. 우리나라는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높은 연봉을 감당하기 어려워 고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65세이상 고용률이 36.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유독 55~64세 고용률은 68.8%로 전세계 16위 수준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전체 직원의 평균 연령이 57.9세에 달하는 이 회사는 어떤 임금체계를 갖추고 있을까.

이치카와 사장은 “일본은 소위 종신고용이라고 해서 60세 또는 65세 정년으로 퇴직해서 재고용이 된다면 급여가 상당히 떨어진다”며 “정년을 맞이한다고 그 사람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회사는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 만으로 급여를 깎지 않는다.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이치카와 사장의 판단이다. 이 회사의 임금체계는 기본급, 직능급, 각종 수당,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등 네 가지로 나뉜다. 직종에 따라 기본급이 각각 18만엔(157만원), 22만엔(190만원)씩 결정된다. 해가 바뀌어도 기본급은 거의 바뀌지 않지만, 성과에 따른 직능급은 매년 바뀐다. 초임 직능급은 8만엔(69만원)으로, 회사에 대한 공헌 등에 따라 직능급이 인상된다.

이치카와 사장은 “20~30년 근속한다면 보통 월 60만엔(519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회사에 근속 수당은 없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똑같이 올라가는 건 공정치 않다”며 근속 수당을 폐지한 이유를 설명했다.

81세 사원, 올해도 직능급 올렸다

헤럴드경제

요코비키셔터의 최고령 사원인 가나이 노부하루씨는 올해 81세다. CAD를 사용해 원자력발전소를 설계하던 가나이씨는 76세에 요코비키셔터에 입사했다. 그는 81세의 고령의 나이에도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올해 직능급으로 월 3만엔(26만원)을 인상했다. [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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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의 최고령 사원은 올해 81세인 가나이 노부하루씨다. 하얗게 센 머리에서 그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을 뿐, 잘 다려진 푸른 셔츠에 감색 넥타이를 깔끔하게 갖춰 입은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현역’이다. 그는 정규직으로 월·화·목·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4일 근무한다.

CAD로 원자력발전소를 설계해왔던 가나이 씨는 76세의 나이에 요코비키셔터에 입사했다. 44년간 근무했던 회사에서 74세에 퇴직한 가나이 씨는 “2년 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는데 76세가 됐을 때 아내가 대장암에 걸렸다”며 “연금 만으로는 입원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고용센터에 가서 상담했더니 이 회사를 소개해줘서 지금까지 5년 간 근무하고 있다”고 입사 계기를 설명했다.

그의 두 번째 직장 생활은 어떨까. 가나이씨는 “고령자라고 해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안정적으로 고용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일 자체는 (원자력발전소 설계를 담당했던)이전 일에 비해 아주 단순하지만 한 건 한 건마다 일의 내용이 다르고 고객 요청에 맞춰 설계를 하기 때문에 일 자체에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가나이 씨는 1급 건축사 자격도 보유하고 있어 특수 설계도 가능한 전문가다. 그는 “일본에는 나이가 들어도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 사람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회사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코비키셔터사의 취업규칙 상 정년은 70세다. 일본은 1998년부터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를 시행했고, 2006년부턴 ‘65세까지 고용확보조치’를 시행했다. 기존 60세였던 정년을 현재 70세까지 늘렸다. 65세 고용확보조치는 ▷65세로 정년을 연장하거나 ▷65세까지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거나 ▷정년을 폐지하는 등 세 가지 조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 이에게 ‘70세’라는 연령은 큰 의미가 없다.

정년을 훌쩍 지난 76세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가나이씨가 일하고 싶은 나이는 몇 살일까. 그는 “건강해서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고 싶다”며 “요코비키셔터에서 하는 일도 상당히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직장에서 44년간 CAD 설계 업무를 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있고, 그것을 배워나가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요코비키셔터 이치카와 사장은 가나이 씨의 올해 직능급을 월 3만엔(26만원) 인상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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