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1일 의대 정원 대학별 수요조사 결과 발표
전국 의대 “내년부터 2100~2800명 확대 가능”
대학생들 “반수생 늘어 학과 텅텅 빌듯”
2000명 확대 시 국수탐 합산 점수 3.9점↓
1문제로 나뉘던 의대 당락에 큰 영향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2025년 입시부터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가 병원 앞을 지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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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전국 의과대학이 당장 내년부터 최소 2100명의 학생을 추가로 선발할 수 있다고 응답하자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정원 확대로 대입 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반수’를 고민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지난 21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2주 동안 40개 의대를 대상 의대 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각 의대는 내년에 입시를 치르는 2025학년도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 2030학년도는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을 추가 증원할 수 있다고 답했다. 최소 수요는 교원, 교육 시설 등 현재 보유 역량으로 교육 가능한 인원이다. 최대 수요는 대학이 추가 요건 확보를 전제로 제시한 증원 희망 규모다.
▶“반수생 느는 건 필연”, “휴학하고 수능 볼까”=이날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2학년에 재학 중인 A씨(21)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원래도 입학하자마자 의대를 가기 위해 모든 수업에서 F 학점을 받고 반수를 하는 인원이 꽤 있었다”며 “오늘 알려진 것처럼 의대 정원이 확 늘어난다면 진지하게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은 물론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휴학하고 수능 한 번 봐볼까’하는 학생도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원 확대 방침이 정해진 뒤 ‘반수 후 의대’는 대학생들의 단골 대화 소재가 된지 오래다. 카이스트 재학생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의대 정원 확대를 주제로 한 글이 이미 여러 차례 ‘핫플레이스(많은 댓글이 달린 글)’가 됐다. 한 이용자가 “의대 1000명 이상 증원한다고 하니 의대 생각 없던 나조차 반수 생각이 든다. 이공계 이탈 더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글을 올리자 댓글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장기적으로 보면 의대가 갖는 혜택(특권)도 줄어들 거다”, “공대에서 적당히 사는 것보다 의사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등 찬반 의견이 줄을 이었다.
지방대학 한의대에 재학 중인 B씨(21)는 “예과 1~2학년 중 아는 반수생만 십여 명이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내년 학과가 텅텅 비게 되는 것 아니냐”며 “당장 의대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반수생이 늘어나는 건 필연적인 것 같다. 지금 막 시험이 끝난 고3 수험생, 재수생들도 1~2월이 되면 ‘한 번 더 해볼까’하는 마음이 들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C씨(24) 또한 “4학년이라 진지하게 고민하는 친구들은 많지 않지만 1~2학년들은 고민이 많이 될 것”이라며 “다른 대학에 있는 상위권 이공계 친구들도 우스갯소리로 ‘몇 년 만 더 늦게 태어날걸’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2000명 확대되면 국수탐 3.9점 하락…중도이탈 확대 우려=지금까지 고교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의대 진학은 킬러문항 1문제 싸움이었다. 만일 정원 확대 수요 조사 결과 대로 2000명 이상 의대 정원이 확대 될 경우엔 합격 가능 점수가 4점 가까이 낮아진다.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2024학년도 수능부터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밝힌 이후 N수생(졸업생) 수험생 비중이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내년 입시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종로학원은 의대 정원이 2000명 확대될 경우 수능 국어·수학·탐구 영역의 합산 점수가 3.9점, 3000명 증원시 5.4점, 4000명 증원시 6.9점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0명 증원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자연계학과 학생의 절반 이상(68.1%)이 의대에 합격 가능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대입정보포털에 공개된 2023학년도 정시 전국 의대 합격생 상위 70% 컷을 기준으로 추정한 결과다.
의대 반수생 증가에 따른 대학 중도탈락이 심화될 수 있다.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신입생 중 자퇴, 미등록 등으로 중도탈락한 신입생은 ▷2021학년도 611명 ▷2022학년도 817명 ▷2023학년도 1001명으로 꾸준히 증가 중이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신입생 중 중도탈락 학생 비율이 9%대를 기록, 신입생 10명 중 1명 꼴로 학교를 그만두고 있다.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카이스트 또한 지난해 중도탈락 학생 수가 125명으로 전년(100명) 대비 25명 늘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모집정원 확대에 따른 기대 심리로 상위권 이공계 대학 반수생이 증가하고, 당장 올해 정시 지원부터 이과 상위권 학생의 소신 지원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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