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피해 정황 쓰게 해"
글 1,000개·근조 화환, 항의 빗발
20일 오전 경남 창원시 경남도교육청 정문 앞에 '갑질 교장 파면' '교사 보호' 등을 촉구하는 근조 화환들이 놓여 있다. 창원=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교장의 폭언과 갑질을 폭로한 교사가 도리어 교육청으로부터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해 비판이 거세다. 전국 교사들은 해당 교육청에 근조 화환을 보내며 항의하고 있다.
21일 경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최근 신입교사 A(25)씨에 대한 외모 비하 발언 등 '갑질' 의혹이 제기된 양산의 한 초등학교장을 직위 해제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면서 A씨도 아동학대 혐의로 함께 수사를 의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앞서 A씨는 지난달 31일 교사 커뮤니티에 "교장이 '나는 수수한 차림도 싫고 어려 보이는 것도 싫으니 빚이라도 져서 백화점에서 옷을 사 입어라' '요즘 애들은 선생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본다. 예쁜 선생이면 민원도 없다'는 말을 했다"고 폭로했다. 또 "학부모 면담을 요청했더니 교장이 직원회의에서 '신규는 경험이 없어 종종 학부모 민원을 받는다'고 비난했다"고 토로했다.
A씨의 폭로에 도교육청은 해당 학교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14일 이 교장을 직위 해제했다. 이 과정에서 감사관실 측에 'A씨가 학생들에게 (B씨로 인한) 피해 상황을 일기와 편지에 적도록 했다'는 정서적 학대 신고가 들어왔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B씨는 지난달 A씨의 수업에 들어와 학생들에게 배운 내용을 일일이 질문하며 "잘못 가르쳤네"라고 A씨를 30분간 지적했다. A씨는 이달 초 학생들에게 'B씨로부터 당한 피해 상황을 일기나 편지로 쓰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정서적 학대 신고가 들어와 사실관계를 명백히 밝히기 위해 A씨에 대해서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사노조는 A씨에 대한 경찰 수사 의뢰가 '3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 김지성 정책실장은 "B씨의 갑질이 1차 가해, 이후 교육청이 조사 과정에서 A씨의 피해 사실을 축소하려 한 것이 2차 가해"라며 "교육청이 끝내 수사를 의뢰한 것은 3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확인되지도 않은 학대 정황을 밝힌 것은 결국 '교장 갑질 신고하면 이렇게 된다'며 교사들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국 교사들의 항의도 빗발치고 있다. 21일 기준 도교육청 홈페이지 ‘교육감에 바란다’ 게시판에는 B씨에 대한 항의글이 1,000건 가까이 게재됐다. '갑질 교장 직위 해제는 솜방망이 처벌' '파면, 해임시켜야 한다' 등 B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글이 대다수다. 'A씨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를 철회하라'는 글도 올라왔다. 20일 경남 창원시 도교육청 청사 앞에는 B씨의 징계와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근조 화환 수십 개가 배달됐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