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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딸 앞에서 살해된 여성…스토킹범 "사과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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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범행 장면 목격한 딸은 평생 고통"…엄벌 촉구

연합뉴스

옛 연인 살해한 30대 스토킹범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도 옛 연인을 살해한 30대 스토킹범이 사과를 받으려고 피해자를 찾아갔다가 범행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살인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30·남)씨는 21일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4차 공판에서 "(범행 당시)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찾아갔다"며 "미안한 마음이 없다면 피해자를 해치고 저도 해칠 생각으로 흉기를 들고 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인 사이였던 피해자의 권유로) 피해자가 다니던 직장인 보험사로 이직했는데 입사한 지 반년 만에 헤어지게 됐다"며 "피해자는 입사 전후로 행동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경제적인 타격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저 혼자 아무도 모르는 (부서로) 보내졌다"며 "저는 그만둘 경우 빚만 지게 되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사가 "피해자는 사망하기 전 피고인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했다는데 그때라도 (범행을) 멈췄으면 되지 않았느냐"며 "왜 다시 흉기로 찔렀느냐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게 목적이었던 게 맞느냐"고 질문하자 A씨는 아무런 말 없이 침묵했다.

이날 피해자 B(37·여)씨의 유가족은 직접 법정에 출석해 고인을 잃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A씨의 엄벌을 촉구했다. 유가족은 법정 내 모니터로 B씨와 B씨 딸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B씨의 사촌 언니는 "피고인은 본인이 회사에서 피해를 봤다고 하는데 오히려 동생(피해자)은 (피고인이) 이동하는 부서에 '잘 부탁드린다'고 메시지를 보냈다"며 "자신을 스토킹한 것만 제외하면 괜찮고, 엉뚱한 질문을 할 수도 있지만 잘 답변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B씨의 동생은 "저희 조카(피해자의 딸)는 눈앞에서 엄마가 흉기에 찔리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엄마와 마지막 인사도 못 한 6살 아이는 평생을 잔혹했던 그날을 기억하며 트라우마와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조카는 세상에서 본인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자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던 엄마를 잃었다"며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울다가 어른들이 걱정할까 슬픔도 참는 조카를 보는 저희 가족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한 마음"이라고 울먹였다.

그는 또 A씨의 범행을 막으려다가 다친 어머니와 관련해서도 "딸의 다급한 '살려달라'는 소리를 듣고 속옷 차림으로 문을 열고 나가 맨손으로 흉기를 막았으나 문을 열고 나온 손녀를 지키기 위해 손을 놓아야 했다"며 "딸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저희 엄마의 피해는 무엇으로 보상받아야 하느냐"고 한탄했다.

A씨는 지난 7월 17일 오전 5시 53분께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 복도에서 옛 연인 B씨의 가슴과 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당시 B씨의 비명을 듣고 집 밖으로 나와 범행을 말리던 피해자 어머니에게도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러 양손을 크게 다치게 했다.

A씨는 앞선 폭행과 스토킹 범죄로 지난 6월 "B씨로부터 100m 이내 접근하지 말고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도 금지하라"는 법원의 제2∼3호 잠정조치 명령을 받고도 범행했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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