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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서울 1호’ 중대재해법 기소 건설사 대표, 1심서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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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법원


서울 서초구 건설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업체 대표이사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서울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이 법이 적용돼 유죄 판결이 나온 건 처음이다.

이종민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판사는 21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68)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A건설업체에는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3월25일 서울 서초구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A사 소속 노동자가 지하 3층에서 환기구에 페인트칠을 하다 지하 4층으로 떨어져 숨졌다. 이씨는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사는 노동자에게 안전모·안전대를 착용하게 하지 않고 안전대 걸이와 추락 방호 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이 판사는 이씨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 판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작업자 안전을 위해 안전대 등을 설치하도록 하고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책임자가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무로 했다”며 “이씨가 이런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결과 (노동자의) 사망이라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해 그 자체로 죄질이 무겁다”고 했다. A사가 과거 수십차례 산업안전 문제로 벌금형 등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이 판사는 이씨가 사고 이후 공사 현장의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는 등 재범 방지를 다짐하고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 이 건 외에는 A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을 들어 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중대재해법 위반 사범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드문 것을 두고 산재 사망을 막겠다는 법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종연 변호사는 “집행유예 선고가 일종의 관행으로 굳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법을 둘러싸고 ‘처분이 과도하다’는 등 사회적 논쟁이 계속되다 보니 재판부도 이를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 법의 취지였던 노동자들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실형 선고 등 엄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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