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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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등판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권 내부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주류는 ‘이준석 신당’ 대응 카드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한 장관이 당을 장악할 경우 밀려날 가능성이 있는 당 지도부와 영남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견제하는 기류도 읽힌다.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 격인 한 장관의 정치 입문이 ‘이준석 대 한동훈’의 대립 구도를 강화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20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장관의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한 장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 장관의 행보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 참석차 서울 코엑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출마설과 관련해 “보도나 추측, 관측은 하실 수 있는 것”이라며 “제가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현재 일을 열심히 하겠다면서도 출마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읽힌다.
외부 행사 참석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평소에 대구 시민들을 대단히 깊이 존경해 왔다”며 “총선은 국민들 삶에 중요한 것인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오는 21일 대전의 한국어능력평가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찾는다. 오는 24일에는 울산 현대중공업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을 방문한다.
친윤석열계 등 당 주류 세력은 한 장관의 총선 참여를 반긴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당에서) 뉴스를 끌고 갈 수 있는 다양한 포스트들이 필요한데, 한 장관이 가진 포스트는 이준석 전 대표한테 가는 뉴스를 더 끌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 광진갑 출마를 목표하는 김 최고위원처럼 험지인 수도권 출마자나 지역구에 도전하는 정치 신인은 한 장관 출마를 환영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론 주목이 절실한 데다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라 당 이미지 쇄신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움직임으로 주목받자 ‘여론 대항마’가 필요하다는 계산도 읽힌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만약 한 장관이 정치권으로 나오게 된다면 다음 총선에 출마하는 거의 모든 후보가 자기 지역에 지원 유세 와달라고 한 장관에게 엄청나게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장관의 대구 방문 날 ‘사인 행렬’을 거론하며 “신당 만들겠다, TK(대구·경북)에 가겠다고 하는 이 전 대표 같은 분들도 3시간씩 사람들이 줄 서서 사인해달라고 하진 않을 것”이라고 이 전 대표를 견제했다. 장 최고위원은 부산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 출마설에 대해 “환영한다. 그런 경쟁력 있는 분들이 와서 (당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인 위원장은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 지역에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는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당 지도부와 영남 지역에서는 한 장관의 등판을 반기면서도 역할에 제한을 두려는 기류가 읽힌다. 총선 출마나 공동선대위원장은 모르겠지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국민의힘이 ‘한동훈당’이 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는 한 장관을 통한 이미지 쇄신은 반갑지만 현 지도부 체제가 흔들리면 곤란하다는 위기감이 깔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장관이 입당하면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더라도 당의 무게추가 그에게 쏠릴 가능성이 있다. 한 장관으로 대표되는 검사와 대통령실 참모 출신의 입지가 커지면 보수 강세 지역인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공천에서 불리할 수 있는 현역 의원들의 위기감도 엿보인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 장관 비대위원장설은 언론이 만들어내는 소설에 불과하다”면서 “총선은 어차피 총력전이라서 한 장관이 올 수도 있겠지만 얼마나 파괴력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한 장관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대립 구도 형성을 꾀하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 YTN 라디오 등에서 한 장관을 “긁지 않는 복권”이라고 칭하며 “재밌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전날 광주콘서트에서는 “미래의 경쟁자”라고 불렀다. 이 전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부정 평가가 고착돼 가는 분위기이다 보니, 한 장관도 윤 대통령의 황태자 또는 후계자 이미지로 선거에 진입하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한 장관이) 어느 시점에는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야될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 전 대표는 또 장관이 과거 ‘4·15 부정선거가 실체가 있는 의혹이냐’는 질문에 입장 표현을 회피한 사례를 거론하며 “한 장관의 지지층은 강경보수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그쪽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상황이 올 텐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한동훈당’이 된다면 자신의 신당을 차별화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둔 정치판을 ‘개혁보수 이준석 대 윤 대통령 대리인 한동훈’ 구도로 만들려는 포석도 엿보인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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