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박동룡 |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이충원 기자 = '악당(장동휘)의 부하'(원한의 거리에 눈이 나린다, 1971), '남로당 졸개'(암살지령, 1974), '야마모토의 부하'(돌아온 외다리, 1974), '공산당 졸개'(일격필살, 1977), '주인공(이대근)을 괴롭히려고 죽은 척하는 악당'(뒤돌아보지 마라, 1979), '돌팔이 의사'(오늘같이 좋은날, 1991), '나이트클럽 사장'(이유없는 반항, 2001) 등.
1970∼1980년대 한국 액션영화에서 주인공이 노리는 거물이 아니라 주인공이 활약하는 장면에서 맥없이 쓰러지는 '악당의 부하' 역할을 자주 맡았던 원로배우 박동룡(朴東龍)이 19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3세.
영화계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전 4시 50분께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
1940년 부산 영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교 졸업 이후 한국과 일본을 왕래하는 외항선에서 일하다가 상경, 1967년 신필름에서 일하던 친구(백영민) 소개로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편거영 감독의 '돌아온 팔도 사나이'(1969)에 20살 연상인 배우 장동휘(1920∼2005)의 애인(김지미)을 뺏으려고 하는 악당으로 출연한 것이 처음이었다. 당시 편 감독이 "나이가 어려서 장동휘를 상대하는 악역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콧수염을 붙이라고 한 걸 계기로 트레이드 마크인 콧수염을 길렀다.
큰 키(178㎝)에 강렬한 인상의 외모를 가진 고인은 1970∼1980년대 거의 모든 액션 영화에 조연이나 단역으로 출연했다. 일본군, 북한군, 건달 등 악역을 많이 했다. 당시 액션 영화 주연을 맡았던 최무룡(1928∼1999), 장동휘, 박노식(1930∼1995) 등이 악역으로 고인을 선호했고, 특히 박노식이 키가 큰 고인을 즐겨 지명하곤 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원한의 거리에 눈이 나린다'(1971) 중 고인 |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는 '십자수권'(1978), '별명 붙은 사나이'(1980), '그대 앞에 다시 서리라'(1981), '여자 대장장이'(1983), '작년에 왔던 각설이'(1985), '밤의 요정'(1986), '87 맨발의 청춘'(1986) 등이 있다. 2007년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감독 한명구)에 버스 기사 역으로 출연할 때까지 총 450편에 출연했다. 2021년 6월 연합뉴스 기자를 만났을 때 "출연작 리스트를 작성한 적이 있는데, 720편은 부풀려진 거고, 실제로는 450편쯤 된다"고 했다. "(단역만 맡아도) 한 달에 6∼7편씩 출연했기에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며 "한번은 친한 후배(백일섭)가 '내가 돈을 댈 테니 고깃집이라도 한번 해보라'고 권한 적이 있는데 내가 싫다고 했다. 난 복잡한 게 싫다."고도 했다.
2004년 제41회 대종상 시상식에서는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특별연기상을 받았다. 한국영화인원로회 상임이사로도 활동했다.
유족은 딸 박수연씨 등이 있다. 한국영화인원로회가 장례 절차를 돕기로 했다. 빈소는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202호, 발인은 21일 오전 11시20분, 장지 분당 스카이캐슬. ☎ 02-2262-4800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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