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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스프] '쿨'하지 못하게 된 진보, 다시 누군가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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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쉽] 진보정치 24년, 새로운 건 언제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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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쉽 네 줄 요약

· 진보정당 위기론은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최근 이뤄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치르며 극에 달했습니다.

· 지난 3번의 총선을 통해 분석해보면, 젊은 층의 진보정당 지지가 줄어들고 지역구 의석 수가 크게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 정의당 내부에서는 진보당과 연합하느냐 '금태섭 신당'과 함께하느냐를 두고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지지율 하락과 연합에 대한 논쟁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진보정당의 정체성과 세계관이 흔들리면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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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인 것의 몰락



이 사회에 노조와 시민단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나 명예로움 같은 공적인 가치는 비어있는 것으로 느끼고, 돈이 되는지가 우선적인 잣대가 됐다. 거기에 더해 노조와 시민단체를 포함한 ‘진보’에 대해서는 공적인 가치가 아니라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까지 덧씌워졌다.

어느 순간부터 진보는 멋지지 않다는 인식이 젊은 층을 위주로 자리 잡혔다. 대중적인 지지와 지원이 공적인 활동을 하는 조직에 중요하지만 노조나 시민단체보다 진보정당은 특히 더 민감하다. 정당은 표를 얻어야 하고 주기적으로 선거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평가받기 때문이다. 공적인 것이 퇴색하고 진보가 인기를 잃으면서 진보정당은 위기를 맞았다.

선거의 계절이 가까워지면서 각 정당은 혁신위나 비대위라는 이름으로 조직을 출범시켰다. 이대로 가다가는 선거에서 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의당도 비대위를 만들었다. 국민의힘, 민주당과 달리 정의당의 고민은 좀 더 심각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소멸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모두가 진보정당의 위기라고 말한다. 얼마나 위기인지 데이터로 살펴보려 한다.

실제로 얼마나 위기인가



박스권에 머무르는 의석 수

1등이 모든 걸 차지하는 선거제도는 양당제로 수렴한다. 승자독식의 대표적 제도인 대통령 선거에서 제3당인 진보정당은 양당의 구도에 따라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양당 후보가 팽팽하게 대결을 벌이면 진보정당 득표는 낮아지거나 단일화 압박을 크게 받는다.(2012년, 2022년 대선) 양당 후보가 차이가 안정적으로 벌어지면 평소 진보정당을 응원하는 이들이 소신 있게 투표를 해 진보정당 득표율이 높아진다.(2017년 대선) 따라서 대통령 선거는 진보정당의 노력과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기는 힘들다. 가장 뚜렷하게 진보정당 지지를 확인할 수 있는 투표는 총선이므로 시기별 총선을 통해 진보정당 위기론을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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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첫 선거에서 10석이라는 쾌거를 이뤄내고, 2012년에는 크게 세 가지 정파의 연합으로 만든 통합진보당이 13석을 얻는 등 성공적인 의석 수를 확보했다. 진보정당의 교섭단체 구성(20석)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닌 듯 보였다. 하지만 2012년 총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파들이 갈등하며 분당되는 사태가 일어났고, 2014년 통합진보당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해산 심판을 받는다. 통합진보당 분당 과정에서 비당권파들이 추슬러서 만든 정의당은 2016년, 2020년 총선에서 6석을 유지했다. 6석이라는 박스권에 갇혀있긴 하지만 진보정당의 다수를 차지했던 세력과 분리돼 독자적인 정당을 만든 점을 감안했을 때 나쁘지 않은 의석 수를 유지하고 있다.

떨어지는 젊은 층의 지지

위기의 징후는 의석 수보다 젊은 층의 지지율 하락에서 나타난다. "20대에 진보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 진보정당의 지지층은 젊은 층이 많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역대 선거와 관련해 연령별 정당 지지에 대한 통계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20대와 30대 비율이 높은 동네를 선정해 진보정당 지지율의 차이를 살펴봤다.

서울에서 2030비율이 가장 높은 동네는 대학가다. 관악구 신림동(66%), 광진구 화양동(65%), 서대문구 신촌동(60%), 관악구 낙성대동(56%) 네 곳은 2030세대의 비율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곳들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2023년 10월 기준) 4곳의 진보정당 지지율을 분석해 봤다.

2012년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은 전국에서 10%의 비례대표 득표율을 기록했다. 같은 선거에서 젊은 층 비율이 높은 동네의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득표율은 좀 더 높다. 신림동이 15.4%, 화양동이 13%, 신촌동이 14.3%, 낙성대동이 16.8%로 평균 14.8%의 득표율이 나왔다. 전국(10%)보다 젊은 층 비율이 높은 동네(14.8%)에서 4.8%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같은 방식으로 2016년 총선에서 정의당을 살펴보자. 전국은 7% 득표를 했는데 동네 4곳 평균은 10.8%를 얻었다. 젊은 층 비율이 높은 동네에서 3.8%만큼 더 높은 지지를 얻은 것이다.

가장 최근 이뤄진 2020년 총선의 정의당은 어떨까. 전국적으로 9.2% 득표를 했는데 동네 4곳 평균 10.8% 지지를 얻었다. 전국과 젊은 층 비율 높은 동네의 차이가 1.6%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2012년에서 2020년까지 총선에서 ‘전국 득표’와 ‘젊은 동네’의 격차는 4.8%에서 3.8%, 1.6%까지 줄어들었다. 이를 통해 젊은 층에서의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 이탈을 가늠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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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지역구 의석.. 비례대표에 의존

또 하나의 문제는 비례대표는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지만 지역구 의석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은 지역구에서만 7석을 얻었다.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에서 양당이 아닌 진보정당이 1등을 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탄탄한 지역조직이 있거나 전국적으로 알려진 정도의 인지도가 있어야 어렵게 가능한 일이다. 2012년 통합진보당은 수도권에서 4석(노회찬-서울 노원병 / 이상규-서울 관악을/ 심상정-경기 고양덕양갑 / 김미희- 경기 성남중원)을 얻었고 호남에서 3석(강동원-전북 남원순창 / 오병윤-광주 서구을 / 김선동-전남 순천곡성)을 얻었다.

2016년 총선에서 지역구는 2석으로 줄었다. 진보정당의 상징적인 얼굴인 심상정(경기 고양갑)과 노회찬(경남 창원성산)만 지역에서 당선될 수 있었다. 2020년 총선에서는 그마저 1석으로 줄었다. 진보정당의 간판을 달고 지역에서 1위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심상정(경기 고양갑) 의원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24년 전부터 주축이었던 심상정 이후로 지역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만한 ‘전국구 스타’가 배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진보정당의 위기를 보여준다.

최근 들어 더 악화된 지지도

진보정당의 진짜 위기는 2020년 총선 이후라고 말한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최근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보정당은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만 앞서 말했듯 대선과 강서구청장 선거처럼 1등을 뽑는 선거에서는 제3당의 실질적인 지지율보다 양당의 구도가 우선적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최근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율을 가늠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활용해 살펴보겠다. 스브스프리미엄 Poliscore는 여론조사 전수 데이터를 수집해 여론통합 지표를 메일 업데이트하고 있다. 분석에 활용된 여론조사 원자료는 해당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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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score를 통해 정의당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분석해 봤다. 올해 6월 19일 3%를 기록했던 정의당 지지율은 최근 11월 10일에는 2%까지 떨어졌다. 정의당이 유의미한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분열하는 모습이 나오면서 여론조사에서 지지도의 하향 추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너머의 위기의식



진보정당 스스로의 위기의식은 지지율이나 의석 수가 보여주는 것보다 크다. 지지율과 의석 수가 흔들리더라도 가고자 하는 방향이 확실하고 내부적으로 뭉쳐있으면 언제든 돌파가 가능하다. 지지율과 의석 수가 정당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진보정당이 아닌 거대양당으로 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진보정당이 느끼는 위기는 대중적 지지뿐 아니라 미래의 희망과 앞으로의 방향성이 흔들리는 데에서 오는 측면이 있다.

외부에서 비판하고 평가하거나 대책을 제시하기는 쉽지만, 내부에서 실제로 이뤄내는 건 어렵다. 그래서 진보정당 내부자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선정기준은 진보정당에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건 사람들이지만 국회의원을 하지 않은 사람들로 했다. 20년 가까이 진보정당에 투신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잘 받지 못하면서도 진보정당 운동을 이어왔던 이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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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은 모두 지금이 진보정당의 큰 위기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분당 사태 때와 비견할 만한 혹은 그보다 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동영
“지난해 대선, 지방선거 참패 이후 지금까지가 가장 위기라고 생각한다. 진보 정치에 대해서 효능감이나 존재 이유를 상실하면서 지지기반이 붕괴돼 있고 비호감도가 높아진 상황들이 중첩되어 왔다.”


나경채
“2020년 총선에서는 10%에 가까운 득표율을 얻었는데, 2022년 대선에서는 2.3%,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는 광역 비례를 기준으로 4.1%를 받았다. 올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는 1.8%를 받았다. 득표율만 보더라도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감님의 전성기는 언제였나요?"



지금이 가장 큰 위기라면 진보정당이 가장 빛났던 시기는 언제였을까. 한국 진보정당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56년 창당한 조봉암의 진보당이 나온다.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초대 농림부장관으로 임명돼 농지개혁을 이끌었던 조봉암은 평화통일과 대중의 권익 실현을 표방하면서 진보당을 만들었다. 1956년 대통령 선거에서 조봉암은 23.8%의 높은 지지율을 받았지만, 조봉암과 진보당은 이승만 정권에 의해 사라지게 된다.

당시 정부는 평화통일론이 국시에 위배되고 북한의 간첩과 접선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진보당 간부를 일제 검거하고 정당 등록을 취소했다. 조봉암은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1959년에 사형이 집행됐다. 조봉암은 2011년에야 대법원에서 재심이 이뤄져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진보당 사건 이후 민주화 이전까지는 진보정당이 합법적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 동안의 역사적 단절이 있은 뒤 1987년의 민주화 운동과 그 해 7·8·9월의 노동자 대투쟁과 12월 첫 직선제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진보정당 운동은 다시 시작되었다.

1987년부터 2000년까지 수많은 이름의 진보정당이 생겼다 사라지며 맹아를 틔웠지만,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진보정당의 뿌리는 2000년에 창당한 민주노동당으로 볼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창당 뒤 치른 첫 총선에서 10석을 얻는 돌풍을 일으켰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농민·빈민·중소상공인의 정당이며여성·청년·학생·진보적 지식인의 정당이다.”
-민주노동당 창당선언문(2000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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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당시 심상정, 권영길, 노회찬 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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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선 후보로 나온 권영길은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말로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2004년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나온 노회찬은 TV토론 프로그램에서 ‘삼겹살 불판’을 갈아야 한다며 50년 동안 양당이 만들어온 정치를 비유했다. 인터뷰한 5명 모두 2004년을 전후한 민주노동당 시기가 진보정치의 황금기였다는 데 동의했다. 이 시기 민주노동당은 무상의료와 무상급식, 무상교육 등 ‘무상시리즈’를 정책으로 내세웠다. 부자들의 불로소득에 세금을 더 걷자는 ‘부유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한국이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으로 일부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인터뷰이 중 일부는 두 번째 전성기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시기를 꼽았다. 통합진보당 분당 이후 진보정치의 다수파였던 ‘NL(자주파)’과는 어느 정도 분리된 이들이 모여 정의당을 만들고 총선에서 6석을 얻었던 시기다.
이병길
“심상정 후보가 나섰던 2017년 대선부터 경남 창원 보궐선거에서 여영국 후보가 당선됐던 2019년까지를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정의당이 260만 표를 득표하고 지지율이 18%까지 오르던 때이기도 하다. 2020년 총선 전까지 정의당은 창당 이후 성장을 멈추지 않는 정당이었다.”


조성주
“이전까지는 ‘운동권 정당’의 느낌이었다면 2016년 전후에는 의회에서의 조율과 타협의 역할을 진보정당이 할 수 있었다. 정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명확한 문제의식이 있었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산업안전보건법도 개정(‘김용균법’)해내고 주52시간제 도입 과정에서도 정의당이 역량을 잘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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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선 심상정 후보 선거유세


2017년 대선 당시 유세현장에서 심상정 후보를 만난 여성들이 포옹을 하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상징적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진보정당은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역할과 이미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20대 국회 전반기와 촛불정국으로 만들어진 대선까지는 진보정당이 성장하고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종된 진보정치 3세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진보정당은 흔들렸다. 정부·민주당과의 관계 정립에서 진보정당 안에서도 잡음이 나왔다. 21대 총선과 지난해 대선,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지금처럼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이 위기는 진보정당의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나왔다.

정의당 부대표였던 이기중은 최근 정치를 은퇴했다. 1999년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학생운동을 하던 그는 2000년에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지면서 입당을 했다. 이후 학교가 있는 관악구에서 지역 기반을 다지면서 진보정당 이름으로 지방선거에 출마를 해왔다. 2010년과 2014년의 낙선을 딛고 2018년 세 번째 도전에서 관악구의원으로 당선됐다. 2022년에는 정의당 당직선거에서 부대표에 당선됐다. 스물한 살 때부터 40대 초반이 될 때까지 20여 년간 진보정당에 몸담았지만 이제는 진보정치에서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기중은 그 이유로 “이 시기가 지나면 나아질 거라 위무하며 스스로 믿지 않는 정치를 해나갈 의지가, 제겐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그렇다고 과거를 등지고 이상을 좇을 용기도 없다. 무엇도 택하지 않고 관조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고 썼다. 지금의 정의당 지도부가 추진하는 방향이 자신이 하고 싶은 정치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기중
“지지율의 위기가 제일 크지만 정체성의 위기도 있다. 1987년에 학생운동에서 나왔던 담론들이 지금까지 크게 업데이트된 것이 없고 결국 유효기간을 다했는데, 여전히 낡은 사고방식에 빠져서 극복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민주당도 똑같이 낡았는데 민주당은 세력이 더 클 뿐이고 지금의 진보정당은 언럭키(unlucky) 민주당 같은 것으로 보이게 됐다. 진영 논리에 갇혀서 무조건 검찰은 나쁘고 권한을 뺏어야 한다고 보거나 조국 사태가 일어났을 때 도덕적인 문제들을 감싸는 것이 진보인지, 실제로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이 됐는지 의문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조성주는 당을 떠날지 고민하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인 류호정, 장혜영 의원과 조직을 만들어 같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정의당을 해체한 뒤 새롭게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에는 금태섭 신당과 함께하며 ‘제3지대’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당내에서 주류, 다수가 되지 못했다. 지난 5월에는 장혜영, 류호정 의원이 원내대표와 부대표로 순번상 할 차례가 왔지만 당의 주류는 이미 두 번이나 했던 배진교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조성주는 진보정당 내부적으로 변화가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40대 초반인 이기중과 조성주는 ‘진보정치 2세대’라고 볼 수 있다. 진보정치의 첫 세대가 1980년대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을 거치며 형성됐다면, 2세대는 2000년 초반에 만들어졌다. 이들은 20대 초반인 대학생일 때 학생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에 합류했고, 이후 20년 가까이 진보정당에 몸담았다. 50대 이상의 나이가 된 진보정치 1세대는 생물학적 연령으로 보아도 새로운 길을 선택하기가 힘들다. 기존에 맺어왔던 네트워크와 역사, 가치관을 새롭게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40대 초반인 진보정치 2세대는 이대로 하던 대로 가기엔 애매하다. 남은 사회적 활동 기간도 20년은 남아있는 상태다. 이대로 계속 갈 수도,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기중은 정치를 떠났고, 조성주는 정당을 떠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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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류호정 정의당 의원 우)장혜영 정의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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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진보정치의 3세대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더 이상 학생운동에서 진보정당으로의 유입 구조는 유의미하게 존재하지 않다. 2000년대를 거치며 2세대가 ‘마지막 운동권’이었고, 이제 대학가에는 운동권과 비운동권 구분도 의미가 크게 없을 정도로 학생운동이 쇠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대의 나이로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류호정, 장혜영 등이 있지만, 세대라고 하기에는 특출한 개인이 튀어나온 측면이 있다. 조직(한총련, 21세기 등)이 없고, 세대 경험(민주화 운동과 노동자대투쟁 등)이 없다는 점에서 ‘3세대’라고 하기는 어렵다. 젊은 층 중에 똑똑한 사람과 능력 있는 사람이 진보정당에 충원이 안 되고 있다는 평이 나온 지 오래다. 학생운동에서 진보정당으로 넘어와 경험을 쌓고 지역에서 운동을 하며 기반을 다지며 출마를 하는 경우는 점차 사라졌고, 비례대표 공천에 뽑혀 ‘한 방에’ 국회의원이 되는 경로만 남았다.
이병길
“2020년 총선부터 비례대표 선거에 당력을 모두 쏟아붓게 되면서 40명이 넘는 후보가 난립했다. 지역구 후보자는 ‘헌신하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이 생겨서 이들의 지원을 위해 당은 수십억의 빚을 떠안게 됐다. ‘비례정당’이라는 오명 아닌 오명을 떠안은 것은 스스로였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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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우 기자 dennoc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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