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디지털서비스법(DSA) 시행, 과징금 폭탄·퇴출 등 초강수
내년 유럽의회 선거 앞두고 대응 강화…DSA 이행 여부 조사도 진행
세계 첫 자율규제 행동강령도 도입…규제강화에 업계 반발·소송 움직임도
주요 온라인 플랫폼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허위 정보는 수백만 유로짜리 '대량 조작 무기'(weapon of mass manipulation)입니다. 러시아 및 다른 이들이 선거를 앞두고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거대 플랫폼은 반드시 위험성에 대응해야 합니다."
베라 요우로바 유럽연합(EU) 가치·투명성 담당 부집행위원장은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주요 온라인 플랫폼 관계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내년 6월 EU 전역에서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러시아발(發) 가짜뉴스 확산에 대한 대응의 시급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실제로 현 EU 집행부는 2019년 12월 출범 당시부터 이른바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유럽'을 최우선 정책과제 중 하나로 선정, 온라인상 허위·불법·유해 콘텐츠 대응에 칼을 빼 들었다.
강화된 규제는 그간 허위 정보 확산을 사실상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의무를 강화하는 동시에 업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허위 정보 실행 강령' 보고서 발표하는 EU 집행위원 |
◇ 19개사 특별규제 'DSA법' 시행…시정조치 안 하면 '과징금 폭탄'
대표적인 규제는 EU 역내 인구의 10% 이상이 이용하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서비스법(이하 DSA)이다.
집행부 출범 1년 만인 지난 2020년 발의돼 올해 8월부터 본격 시행 중인 DSA는 특정 인종, 성, 종교에 편파적인 발언이나 테러, 아동 성 학대 등과 연관 있는 콘텐츠의 온라인 유포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특히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엑스(X·옛 트위터), 유튜브, 아마존 등 19개 사를 '초대형 플랫폼'(VLOP)으로 지정해 더 강력한 의무를 부여했다. 향후 초대형 플랫폼 대상 명단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들 기업은 규제 시행에 따라 유해·불법 콘텐츠 발견 시 신속히 제거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신고 창구 등 예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허위 정보 확산 방지를 위한 자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시행해야 하며, 허위 정보를 퍼뜨릴 위험이 있는 합성 영상·이미지 등 인공지능(AI) 기반 생성 정보는 노출 시 표기 의무가 부여된다.
규정에 따라 시정 조처를 하지 않은 초대형 플랫폼은 연간 글로벌 매출의 최대 6%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여받을 수 있다.
반복적이거나 심각한 위반을 범하는 초대형 플랫폼에 대해서는 EU 역내에서의 운영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DSA는 개별 게시물을 일일이 단속하는 것을 넘어 빅테크 기업들이 허위 및 유해 정보 확산 방지에 기여하도록 기존 알고리즘을 탈바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EU의 규제 모델이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곤 한다.
DSA 시행 직후부터 플랫폼들은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불법 콘텐츠 신고란'을 신설하는 등 선제적 시정 조처에 나서기도 했다.
EU도 발 빠르게 DSA의 '실전 적용'에 나섰다.
법 시행 두 달여만에 중동에서 터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분쟁과 관련한 허위·불법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중순께부터 엑스(X·옛 트위터)와 메타, 틱톡 등을 대상으로 DSA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일단 EU 집행위는 엑스를 중심으로 한 허위정보 확산, EU의 명예훼손 위험 등을 이유로 들어 엑스에 유료광고 게재를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X 인수한 일론 머스크 |
◇ 세계 최초 자율규제 행동강령…머스크의 X는 '탈퇴' 논란도
주요 온라인 플랫폼의 자발적 자정 노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도 일찌감치 도입했다.
EU는 지난 2018년 주요 플랫폼, 광고업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이른바 '허위 정보에 대한 실행 강령'(Code of Practice on Disinformation·이하 실행 강령)을 발표했다.
참여 산업계가 허위 정보 대응을 위한 일종의 자율 규제를 이행하겠다고 선언한 이니셔티브로, 실행 강령에 서명한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허위 정보 관련 전담 모니터링을 실시해 EU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발표 당시 세계 최초의 '자율 규제' 성격으로 주목받았다. 강제 규제에 앞서 업계의 자발적 자정 노력을 유도하려는 조처인 셈이다.
이후 EU는 실행 강령 첫 도입 이후 지난해 6월 허위 정보 유포 방지, 정치적 광고에 대한 투명성 보장, '팩트체크' 기관과 협력 강화 등 보다 강화된 자율규제를 추가한 '2022년 실행 강령'을 추가로 마련해 시행 중이다.
현재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구글의 알파벳, 틱톡의 바이트댄스 등 주요 플랫폼은 물론 광고 업체 등 34개 사가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율 규제'라는 점에서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으면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는 한계는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엑스(X·옛 트위터)의 경우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인수하기 이전인 작년 6월 발표된 새 실행 강령에 동참했으나, 인수 이후인 올해 5월에는 실행 강령 탈퇴를 일방적으로 선언해 논란이 됐다.
'표현의 자유 보장'을 명분으로 머스크가 추진한 개편 정책의 연장선으로 해석됐다.
자율적 성격인 실행 강령에 동참했던 업체 중에서도 DSA 강력 규제에 대해서는 반발하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DSA 상 특별규제 대상인 아마존은 이미 지난 8월 EU 일반법원에 초대형 플랫폼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허위 정보 확산 방지를 위해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되면 자칫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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