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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만화와 웹툰

박태준 웹툰 인기 요인?…"독자 밀착도 높고 커뮤니티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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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주 만화평론가 분석…독자들, 댓글로 밈 형성하며 즐겨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누적 조회수 100억회의 웹툰인 '외모지상주의'를 비롯해 박태준 작가가 만든 작품들의 높은 인기의 배경에는 독자들 사이에 형성된 단단한 커뮤니티 문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른바 '박태준 일진만화'는 학교폭력과 '일진'(비행청소년)을 소재로 자극적인 이야기를 쌓아 큰 인기를 끈 작품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폭력성과 자극적 서사만으로 1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박태준 만화의 인기를 설명할 수 없으며, 독자 커뮤니티의 힘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웹툰작가 박태준 더그림엔터테인먼트 대표
[더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윤주 만화평론가는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서울웹툰아카데미(SWA)에서 진행된 열린만화포럼에서 '박태준 일진만화의 구조와 가치 탐구' 발제를 통해 박태준 웹툰 독자들의 커뮤니티 문화를 분석했다.

박태준 일진만화는 대표작인 '외모지상주의'부터 박태준의 웹툰 스튜디오인 박태준만화회사가 만든 '싸움독학', '인생존망' 등 다양한 작품을 지칭한다. 이들 웹툰은 일진을 미화하거나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설정을 깔았다는 비판을 받아왔음에도 네이버웹툰 요일별 최상위권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최 평론가는 "박태준 만화는 자극과 폭력이 재밌어서 본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다"라며 "(댓글에서의) 독자 커뮤니티가 박태준 만화를 재밌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10년 가까이 박 작가의 작품이 연재되면서 독자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커뮤니티 문화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일례로 '외모지상주의'의 에피소드가 지루해질 때면 독자들이 댓글에 뜬금없이 '갈비찜 레시피'를 올린다. 박 작가의 웹툰 한 회차보다 레시피를 읽는 것이 유익하겠다는 간접적인 비난이다. 이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서 조금만 전개가 느슨해져도 독자들이 댓글로 "태준이형, 레시피 필요하냐?"며 질책한다.

설정에 구멍이 생기거나 오류가 발생할 때면 댓글에 "태준했다"는 반응이 넘친다. 마치 '창렬하다', '혜자다'라는 유행어처럼 인물의 이름을 동사형으로 만들어 박태준 만화 특유의 허술한 설정이나 고증을 질책하는 것이다. 언뜻 봐서는 작가에 대한 비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독자들이 웹툰을 즐기고 노는 방식에 가깝다.

연합뉴스

한국만화가협회 부설 만화문화연구소의 열린만화포럼
[김경윤 촬영]


평소에도 독자들은 댓글에서 작중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를 활용하는 식으로 일종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형성했다. 작가를 '태준이 형'이라고 지칭하며 호형호제하기도 한다.

박태준만화회사도 이런 독자들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작중 아예 '태준이 형'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고, 유튜브에서는 댓글 속 레시피 따라서 갈비찜을 만드는 콘텐츠를 공개하기도 한다.

최 평론가는 "박태준 만화가 인터넷 라이브 방송 같고, 댓글도 라이브 방송 채팅 같은 느낌"이라며 "독자와의 밀착도가 높고 이들의 반응을 곧장 반영하는 유연함도 갖고 있다. 웹툰을 즐기는 하나의 방식을 제공 중"이라고 평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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