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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열달째 제조업 취업자 ‘내리막’… 반도체 경기 꿈틀하는데 고용 훈풍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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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분야의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가 열 달째 감소하고 있다. 제조업 취업 현황은 ‘양질의 고용’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꼽히는 만큼, 해당 지표의 감소세 지속은 고용시장의 암울한 성적이라 볼 수 있다. 제조업 내에서도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부품 업종의 부진이 이런 추세를 견인했다.

최근 곳곳에서 감지되는 반도체 수출 등 경기 회복 신호가 우리나라 제조업 고용 시장의 훈풍으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다만 제조업 분야는 경기와 고용 간 시차가 6~12개월 정도로 긴 편이어서, 이르면 내년 중하순에나 고용 효과가 가시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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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1일 대구 북구 영진전문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한 취업준비생이 화상 면접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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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때만큼이나 긴 제조업 고용 한파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7만7000명 줄어든 444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는 올해 들어 1월부터 10개월 내내 지속됐다. 지난달 감소 폭은 지난 4월(-9만7000명)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컸다. 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3월~2021년 3월(13개월) 이후 최장기간 감소세 기록이기도 하다.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 수가 호조세를 보인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었으나, 제조업 경기의 부진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통계청은 이런 부진한 양상이 제조업 내에서도 세부 업종별로 차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산업 중분류별 수치를 따로 공표하진 않지만, 추세만 보면 자동차·의료 분야의 제조업 취업자 수는 증가했다”며 “전자부품·금속 가공·기타 기계장비·화학물질 관련 제조업 취업자 수는 감소해 명암이 극명하게 나뉘는 편”이라고 했다. 통계청이 꼽은 주요 감소 제조 업종인 전자부품에는 반도체가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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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 구인 정보 게시판에 주 52시간을 기본으로 한 근로 시간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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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업 경기 회복→고용 호조까진 6~12개월 시차

그런데 올가을 들어 곳곳에선 제조업 경기 회복의 신호가 감지된다. 지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지수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전년 동기 대비 감소 흐름을 11개월째 지속하다가, 1년 만에 증가 전환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 조짐도 관찰된다. 관세청이 발표한 이달 1~10일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는데, 반도체 수출이 1.3% 늘어 ‘플러스’ 전환한 것이 이런 성적을 견인했다. 16개월 만의 월간 반도체 수출 증가 전환이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엔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16개월 만에 증가 전환(전년 동월 대비 1% 증가)하기도 했다. 여기에 가격까지 도와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수출입물가지수에서도 반도체와 관련한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를 중심으로 공산품 수출 물가가 전월 대비 0.5% 올랐는데, 글로벌 반도체 수출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름세인 영향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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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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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제조업 경기에 훈풍이 불더라도 이것이 고용 시장까지 전해지기엔 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고용동향 분석 브리핑을 열고 “올해까진 기저효과가 커서 전년 동기 대비 취업자 수 자체는 계속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조업 수출이 늘고, 반도체에서의 회복 흐름도 있으나 고용 개선에는 시차가 있단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제조업 경기와 고용 간 상관관계를 연구한 강신혁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과거 통계를 바탕으로 계산해 봤을 때 서비스업은 경기와 고용이 즉각 동행하는 성격이 있으나, 제조업은 6~12개월 정도의 시차를 보인다”며 “다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에 제조업 고용 회복 시기에 대해 단언할 수는 없다”고 했다.

세종=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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