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50인 미만 중소기업 대상 조사
내년 1월 27일 법 전면 시행 앞뒀는데
76% “별다른 조치 없이 종전상태 유지”
방대한 법 준수사항·안전인력 확보 어려워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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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50인 미만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은 유예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4곳 중 3곳꼴로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하거나 조치사항을 검토 중인 상황으로 중대재해법 대응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 안전 확보 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법으로 지난해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또는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인 업체를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내년 1월 27일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역상공회의소 22곳과 함께 지난달 11~27일 5인 이상 50인 미만 회원업체 64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89.9%가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더 연장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15일 밝혔다.
중대재해법 대응을 위해 조치를 취한 50인 미만 기업은 22.6%에 그쳤다. 반면 응답기업의 76.4%는 법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는 39.6%가 ‘별다른 조치 없이 종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고 36.8%는 ‘조치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중대재해법 유예 필요성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현재 국회에는 50인 미만 기업의 영세성과 인력부족 등의 상황을 감안해 중대재해법 적용을 2026년 1월 26일까지 2년 더 유예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계류 중이다.
지방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한 업체 대표는 “대다수 소기업은 ‘원맨 컴퍼니(1인 회사)’라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실질적으로 사업을 운영해 나갈 수 없어 사실상 폐업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준비기간을 추가로 부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서는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중대재해 감축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처벌만 강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중대재해법을 적용 중인 50인 이상 사업장의 산업재해 사망사고 추이를 보면 법 시행 전인 2021년 대비 2022년 사망건수는 1.7% 감소하는 데 그쳤고 올해 3분기 누적 현황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4.4% 증가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이 적용되더라도 뚜렷한 재해 감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설문에서 중소기업은 중대재해법 대처가 어려운 이유(복수응답)로 ‘안전관련 법 준수사항 방대’(53.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안전관리 인력 확보(51.8%) ▷과도한 비용부담 발생(42.4%) ▷안전지침 위반 등 근로자 안전인식 관리(41.7%) 등 순으로 답했다.
안전보건업무 담당 부서 설치여부에 대해서도 전체의 7.2%만이 전담부서를 두고 있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인 54.9%는 타 부서와 겸업하고 있었고 담당 부서가 없는 경우도 29.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대재해법 관련 기업이 바라는 정부 역할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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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관리 인식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 안전관리 인식을 묻는 설문에 응답기업의 95.5%가 ‘안전관리에 신경 쓴다”고 답했다.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중소기업이 정부에 바라는 역할(복수응답)에 대해선 업종별 안전매뉴얼 배포(59%)와 안전인력·인건비 지원(49.8%), 안전투자 재정·세제 지원(47.6%)을 꼽았다. 그 외에 ▷명확한 준수지침(43.5%) ▷안전체계구축 컨설팅 등 기술지원(30.7%) 등의 순이었다.
중소 제조업체 사장 A씨는 “안전관련법이 너무 방대하고 복잡해 어디서부터 챙겨야 할지 여전히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다”면서 “법 대응사항에 대해 정부에서 무료 점검과 지도에 나서주고 자금이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 확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대재해법 대응에 외부 도움·지원 여부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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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외부 지원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선 ‘자체적으로 대응’했다는 응답이 34.2%에 달했다. 나머지는 ▷산업안전보건공단(53%) ▷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22.5%) ▷대기업 등 원청업체(8.3%) ▷입주한 산업단지공단(3.4%)에서 각각 또는 중복해 도움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50인 미만 기업 내에서도 규모가 작을수록 재해사고 사망자 수 편차가 큰 상황”이라며 “법 적용을 추가로 유예하고 그 기간 중소기업이 안전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예방 중심의 법체계로 바꾸는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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