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일본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낙마 도미노’가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두달 동안 경질된 고위급 관료만 벌써 3명이다. 임명권을 가진 기시다 총리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자민당 내에서조차 당의 얼굴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대로 역대 최저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시다 정권의 퇴진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14일 요미우리신문·지지통신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세금 체납으로 물의를 빚은 간다 겐지 재무성 부대신(60·자민당 중의원 의원)이 전날 사표를 제출했다. 요미우리는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3주 동안 대신(장관), 부대신(차관), 정무관(차관급) 등 정무 3역 인사가 낙마한 것은 이번이 벌써 세번째다. 지난 10월 말 야마다 다로(56·참의원 비례대표 의원) 전 문부과학성 정무관이 20대 여성과의 불륜 문제로 사임했고, 가키자와 미토(52·중의원 의원) 전 법무성 부대신도 31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사퇴했다. 일본 언론들은 각료 4명이 줄줄이 사퇴한 지난해 악몽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3일 사표를 제출한 간다 겐지 재무 부대신. |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기시다 총리에 임명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9월 2차 개각을 단행하며 “적재적소에 인선했다”고 자평했지만, 이후 관료들이 잇따라 부패·부적절 행위로 사직하면서 ‘적재적소’ 발언 자체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 자민당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가장 부적절한 인재를 가장 부적절한 자리에 임명했다고 비판받아도 반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는 전날 기자들에게 “잇따른 정무3역 사임은 비정상적인 사태로 기시다 총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민당 소속 전직 중의원 의원은 “당의 얼굴을 바꾸는 게 좋겠다”며 기시다 총리 연임을 반대했다.
게다가 이번 경질을 두고 기시다 총리의 판단이 지연된 점도 여당 내에서 비판적인 반응을 키우고 있다. 야마다 전 정무관과 가키자와 전 부대신은 문제가 발각된 당일에 사표를 수리한 반면, 간다 전 부대신의 세금 체납은 이달 8일 첫 보도됐지만 5일 뒤에야 사퇴 결정이 내려졌다. 당 간부는 “총리 관저가 ‘세 번째 사임’을 싫어했다. 결국 세금을 납부해 위법성은 해소됐다는 논리로 흐름을 바꾸려 했다”고 지지통신에 말했다.
내각 지지율은 또다시 하락해 정권 퇴진 수준에 근접했다.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은 민영방송인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 함께 지난 11~12일 119명(이하 유효 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지난달 14~15일 조사보다 7.8%포인트 하락한 27.8%로 나타났다고 이날 밝혔다.
산케이는 2021년 10월 기시다 정권 출범 이후 두 달 연속으로 최저 지지율을 경신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정당 지지층 법칙’과 ‘아오키의 법칙’을 근거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정권 퇴진 수준에 근접했다고 짚었다.
정당 지지층 법칙은 총리를 배출한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내각 지지율이 60%를 넘기지 못하면 다음 중의원(하원) 선거와 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 전략을 짜기 어려워 정권 유지가 힘들다는 견해를 지칭한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2021년 8월 산케이 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층으로부터 59.1%의 지지를 받았고, 결국 그해 9월 말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형식으로 퇴진했다. 이번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 지지층의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9.1%포인트 급락한 64.5%로 나타났다.
아오키의 법칙은 내각과 제1여당의 지지율 합계가 50%에 미치지 않으면 내각이 버티기 힘들다는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기시다 내각과 자민당 지지율 합계는 56.8%였다. 산케이는 “기시다 정권 출범 이후 내각과 자민당 지지율 합계가 50%대로 떨어진 것은 처음으로 (퇴진) 위험 수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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