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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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실무사 이씨는 2018년 4월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자폐장애인 학생이 자신을 때리자 팔을 뒤로 꺾어 엎드리게 하는 등 두 차례 신체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동복지법 제17조(금지행위) 3호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71조(벌칙) 1항 2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그리고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자신이 보호하는 아동에 대해 아동학대범죄를 저지른 경우 아동학대처벌법 제7조(아동복지시설의 종사자 등에 대한 가중처벌)에 따라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된다.
검사는 이씨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라고 보고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 이씨 측은 피해 아동이 난동을 부리는 것을 제압하거나 교실 밖으로 나간 아동을 다시 교실 안으로 데리고 가기 위한 목적으로 한 행위이기 때문에 학대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 측은 이씨는 특수교육실무사로서 초·중등교육법 제19조에 따른 교직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이 같은 이씨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아동학대처벌법위반죄 유죄를 인정,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 예방강의 수강명령과 5년간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학대의 고의가 없었다'는 이씨 측 주장에 대해 "아동복지법상 학대의 개념은 형법상 학대의 개념보다 넓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라며 "아동학대의 고의는 반드시 아동에 대한 신체적 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아동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키가 170cm, 몸무게가 91kg이었던 이씨가 키가 135cm, 몸무게가 30kg에 불과한 초등학교 4학년 피해 아동을 바닥에 눕혀 팔을 뒤로 꺾은 채 다른 한 손으로 피해 아동의 다리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무릎으로 피해 아동의 허리 부위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할 경우 피해 아동의 신체를 다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봤다.
또 재판부는 사건 당시 이씨의 강제력 행사가 필요한 긴급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 설령 피해 아동이 난폭한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씨와의 체격 차이 등을 고려할 때 팔을 붙잡거나 몸을 껴안는 등 보다 약한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제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중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이씨의 두 번째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초·중등교육법 제19조에 따른 교직원'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1항은 '교원'에 대해 정하고 있고, 2항은 '학교에는 교원 외에 학교 운영에 필요한 행정직원 등 직원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수교육실무사인 이씨를 기타 직원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시각장애나 지적장애 등 장애를 겪고 있는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해 보조인력을 제공하도록 정한 특수교육법 조항과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공무직원 정원관리 규정에서 특수교육실무사를 직원 총수에 포함시키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특수교육실무사도 아동학대 신고믜무자라고 봤다.
재판부는 "초·중등교육법 제19조 2항이 규정한 '직원'이란 교원이 아닌 사무원으로 채용돼 초등학교 등에서 학교의 행정사무를 담당하거나(행정직원) 그 밖에 학교 운영에 필요한 사무를 담당하는 자(기타직원)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특수교육실무사는 초·중등교육법 제19조 2항에서 규정한 기타직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한다"라며 "피고인은 초·중등교육법 제19조에 따른 교직원이 아니므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이씨가 초중등교육법이 아니라 특수교육법에 의거해 초등학교에 보조인력으로 배치됐다는 점 ▲초·중등교육법이 특수교육실무사를 비롯한 보조인력을 교직원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은 점 ▲1심이 근거로 든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공무직원 채용 등에 관한 조례는 근로기준법이나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기관에서 노동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는 노동자를 '교육공무직원'으로 정의하면서 교육공무직원에 한정된 노동관계를 유율하는 자치규범이므로, 위 조례의 규정을 들어 모법(근로기준법 등)도 아닌 초·중등교육법이 정한 교직원의 범위를 달리 볼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동학대처벌법위반죄는 성립할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해야 된다고 봤지만, 아동복지법위반죄(아동학대) 유죄를 인정, 1심의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2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수교육법이 정한 보조인력인 특수교육실무사 중 초·중등교육법에서 정한 학교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그 학교에 소속돼 근무하면서 교사의 지시에 따라 학교의 사무인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 및 학교 활동에 대한 보조적 역할을 담당하는 자"라며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 '초·중등교육법 제19조에 따른 교직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초·중등교육법과 특수교육 관련 법률, 시행규칙 등에 학교에서 시행하는 특수교육, 이를 지원하는 보조 인력에 관한 규정이 있고, 학교장에게 보조 인력 제공에 관한 의무를 지운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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