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재발명 애플, 대중화 선점
삼성, 10·20대 마음 돌릴 묘수 필요
우리나라 성인의 97%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가운데, 삼성전자 갤럭시를 외면하는 10·20대 젊은 세대가 애플의 아이폰을 선호하는 현상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최근엔 갤럭시와 쓰레기를 합친 '갤레기'와 '아재폰' 등 삼성 갤럭시를 비하하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지경이다.
젊은 연령층의 맹목적인 아이폰 선호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시선을 갤럭시로 돌리는 것이 시급한 문제 중 하나라는 제언이 속속 나온다. 이들이 곧 미래 고객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지난 7월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에게 현재 스마트폰 사용 여부를 물은 결과 97%가 '사용한다'고 답했다. 현재 사용 스마트폰 브랜드를 연령별로 보면 20대에서는 애플(65%)이 강세를 보였다. 30대에서는 애플과 삼성이 각축을 벌였고, 40대 이상에서는 삼성이 지배적이었다. 50·60대 중 80%는 갤럭시로, 20대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향후 구입할 브랜드에서도 세대별 선호도가 엇갈렸다. 스마트폰 사용자(957명) 중 앞으로 갤럭시를 구입하겠다고 응답한 비중은 50·60대가 80%로 가장 높았다. 이어 30대 53%, 20대 34%였다. 반대로 아이폰을 선택한 비중은 20대가 59%로 높았고, 30대 41%, 40대 20%가 뒤를 이었다.
애플, 단숨에 스마트폰 최강자로
역사는 되짚어 보면 최초 스마트폰은 1993년 세계 최대 컴퓨터 제조사였던 IBM에서 나왔다. 당시 IBM은 '사이먼'이라는 스마트폰을 내놨는데, 기존 휴대전화에 있던 숫자와 다이얼 버튼을 과감하게 없애고 터치스크린 기능을 최초로 탑재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통화·메시지·팩스 송수신·오락게임 등 다양한 기능도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동 시간이 1시간밖에 되지 않은 탓에, 6개월간 5만여 대 정도 판매된 후 사라졌다. 이후 노키아(현 마이크로소프트 모바일)의 PDA 9000 커뮤니케이터(1996년)에 이어, 2007년 4월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에 나왔다.
이보다 앞선 2005년부터 애플이 휴대전화를 비밀리에 개발 중이라는 소문이 서서히 돌기 시작했다. 당시 휴대전화는 노하우와 기술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애플이 쉽게 따라올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가 어떻게 휴대전화를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1세대 아이폰 첫 출시 당시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폰을 '재발명'했다고 선언했다. 부드럽고 유연성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운영체제(OS), 각종 센서를 장착해 휴대전화 정의를 새롭게 만들어 낼 거란 자신감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아이폰 판매량은 출시 첫해인 2007년에는 600만대를, 7년 만인 2012년엔 1억대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업계 종사자 A씨는 "스마트폰 등장 초기만 해도 아주 극소수의 얼리어답터가 쓰던 것을 아이폰이 대중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아이폰이 스마트폰계 절대적 강자"라며 "삼성이 패스트 팔로워여서 그나마 (아이폰을) 따라잡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애플에는 업력과 감성, 앞선 기술 역량이 엄연히 존재한다"며 "삼성 입장에서는 경쟁 상대로 언급되는 것 자체가 스마트폰 성장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이폰 뉴진스vs갤럭시 손흥민···경쟁 치열
최근 갤레기·아재폰 등 갤럭시를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5일 가수 성시경은 본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갤럭시를 두고 겪었던 일화를 이야기해 화제를 모았다. 성씨는 "얼마 전 어린 여자애를 만났는데 '오빠, 갤레기 써요?'라고 하더라"라며 "어린애들은 당연히 아이폰이어야 하는 그런 (인식이 있다). 아저씨들 폰이니까"라고 말했다.
중학생 아들에게 갤럭시를 사준 직장인 B씨. 아들이 종종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아이폰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아이폰을 쓰는 친구가 많아지는 영향도 있으나, 본인이 보기에도 아이폰이 더욱 세련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아들에게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스마트폰을 바꿀 때까지만 버티라고 설득하느라 종종 진땀을 뺀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87%의 10대 청소년이 아이폰을 사용하며, 다음 스마트폰으로 아이폰을 구매할 의향은 8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최근 한국 시장을 노골적으로 노리고 있다. 아이폰 홍보에 4세대 K-팝 걸그룹 가운데 최고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그룹 뉴진스를 앞세운 것도 이를 방증한다. 지난 7월 아이폰14 프로로 촬영한 뮤직비디오 ETA를 공개됐다. 애플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아이폰 14 프로로 찍다. 뉴진스 ETA'라는 영상을 게재했다. 애플이 K팝 아이돌과 손잡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삼성은 축구스타 손흥민을 내세워 최근 출시한 갤럭시 제트(Z) 플립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0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갤럭시 X 쏘니: 당신의 하루는 갤럭시워치와 함께 밤에 시작된다'는 제목의 4분30초짜리 광고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 등장한 손흥민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먹고, 그 사과를 믹서기에 갈아 사과주스로 만들어 챙긴 뒤 집을 나선다. 삼성이 애플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젊을수록 아이폰을 선호하는 원인은 크게 성능의 차이보다는 애플의 고급 이미지 마케팅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이 미래 고객인 젊은 층의 마음을 되돌릴 묘수를 마련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아주경제=장하은 기자 lamen910@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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