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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한 달에 연 8%… ‘단기 예·적금’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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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한 달에 연 8%… ‘단기 예·적금’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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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예금금리가 1년짜리 '역전'
반복되는 수신 경쟁에 "만기 분산"
서울 종로구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신규 예·적금 상담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서울 종로구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신규 예·적금 상담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최근 은행권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이자가 1년 만기 상품을 추월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객의 단기 상품 수요와 은행의 만기 분산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1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KB스타 정기예금’의 6개월 만기 상품 최고금리는 연 4%로 1년 만기 상품(연 3.95%)보다 0.05%포인트 높게 공시됐다. 9월 말까지 1년 만기 예금상품 금리가 더 높았지만 10월을 기점으로 역전된 모습이다.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도 1년 만기 금리(연 3.95%)가 6개월 만기(연 4.05%)보다 0.1%포인트 낮았다. 신한·하나은행은 6개월 만기 예금과 1년 만기 예금 금리가 모두 연 4.05%로 동일했다.

적금의 경우 1개월짜리 ‘초단기’ 만기로 최고 연 8% 이자를 제공하는 상품까지 등장했다.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23일 출시한 ‘한달적금’이 그 사례다. 31일간 하루 최대 9만 원(계좌당 3만 원) 이하 금액을 빠짐없이 납입하면 기본금리 연 2.5%에 매일 우대금리가 0.1%포인트씩 쌓여 최고금리를 받을 수 있는데, 출시 11일 만인 3일 누적 100만 좌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은행 예·적금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아진다’는 게 상식이다. 소비자가 맡긴 돈을 은행이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면 긴 기간 유치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상식이 뒤집힌 건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다.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은행에 장기간 돈을 맡기는 것을 기피하는 고객이 늘었고, 단기 상품 선호가 강해졌다.

무엇보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가 큰 영향을 줬다. 당시 채권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자 은행권은 자금 조달을 위해 1년 만기 예금 금리를 너도나도 끌어올렸는데, 올 4분기(10~12월) 한꺼번에 만기가 돌아오면서 수신 경쟁이 다시 촉발했다. 이번에도 1년 만기 수신 상품에만 돈이 몰리면 내년 비슷한 자금 유출 압박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만기를 여러 시점으로 분산할 필요성이 커졌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레고랜드발 자금 재유치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10, 11월 수신금리가 상당히 높아졌고, 올해 초쯤 안정됐다”며 “만기가 대거 몰린 연말까지는 금리를 더 얹어서라도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3개월, 6개월 상품으로 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