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국회에서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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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회의원 총선거가 5개월도 남지 않은 12일 현재까지 선거제도는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문제를 일으켰던 비례대표 선출 방식이 문제인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과거와 같은 병립형으로 복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거대양당 독점구도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소수정당은 준연동형 유지를 주장한다. 어느 제도로 내년 총선을 치를지는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에 달렸다.
민주당 내에서는 여당인 국민의힘과 갈등을 줄이고, 위성정당 문제를 원천 차단하는 병립형 복귀와 대선 때부터 강조해 온 개혁 명분을 살리고 제3당과의 반윤석열 연대를 키울 수 있는 준연동형 유지 의견이 팽팽하다. ‘이준석 신당’, ‘조국 신당’에 검찰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재청구 등 변수도 있다. 민주당이 이런 변수까지 감안해 내년 초에 결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총선 : 준연동형 도입하고도 ‘위성정당’
선거제 논의를 거듭해온 여야는 지역구에서 소선거구제 유지에 뜻을 모았다. 의석수도 현재의 300석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남은 논의의 핵심은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준연동형으로 유지하느냐, 병립형으로 돌아가느냐다. 준연동형은 지역구에서 정당투표 득표율만큼의 의석을 채우지 못했을 때 비례대표(현재 총 47석)에서 모자란 의석의 절반을 채워주는 제도다.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과 상관없이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비례대표 의석을 나눈다.
2016년 총선까지 병립형을 적용하던 한국은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을 제외한 4당 합의로 준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했다. 표의 비례성을 높이고, 양당제의 폐해를 줄일 시금석으로 평가받았다. 지역구에서 당선되기 어려운 소규모 정당 입장에선 비례대표 의석을 더 받을 수 있는 준연동형이 유리하다. 하지만 통합당과 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효과가 사라졌다.
민주당, 위성정당 포기-다당제 개혁 선택할까
더불어민주당 의원 55명이 지난9월 14일 의원총회를 앞두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반대한다며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국회 소통관에서 열었다. 왼쪽부터 대표로 회견에 참석한 윤영덕·김종민·이탄희·홍영표 의원, 최강욱 전 의원. 이탄희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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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의 입장은 정해졌다. 국민의힘은 병립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정의당 등 진보정당과 진보 성향 시민단체에서는 준연동형을 유지하자고 주장한다. 제3지대에서 신당을 준비하는 세력들도 준연동형 유지를 원한다. 현재 제도대로면 2020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만 적용되던 준연동형 비례제가 이번엔 47석 전체에 적용돼 비례성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민주당은 모두 열어두고 고심하고 있다. 병립형 회귀는 여당인 국민의힘과의 마찰을 줄일 수 있는 선택지다. 위성정당을 만들 이유가 없어, 원천적으로 위성정당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 거대 야당이 유리한 제도여서 민주당이 손해 볼 일도 없다. 대신 양당의 야합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대선 공약과 대선 후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에서 거듭 강조한 비례성 확대 원칙을 스스로 저버렸다는 지적도 부담스럽다.
거대 양당에선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대신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눈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는데, 이러면 권역별로 배당된 의석이 줄면서 소수정당의 비례대표 문턱은 기존보다 더 높아진다.
준연동형 유지의 걸림돌 중 하나가 위성정당 문제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대적 공생관계로 목숨을 부지하는 양당제를 극복해야 한다. 위성정당 창당으로 단절된 제3당들과 연합·연대를 위해 연동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또 위성정당을 만들어도 민주당은 만들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대의에 충실해야 나중에 떳떳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비례대표 골목상권 47석’이란 표현으로 소수정당에 비례대표를 내주는 준연동형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국민이 심판해줄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지역구에서 30% 이상 후보를 낸 정당은 반드시 비례대표 후보를 내도록 하거나 총선 뒤 2년 안에 위성정당과 합당할 경우 국고보조금을 절반으로 깎는 등 위성정당방지법을 통과시키면 위성정당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3당까지 ‘반윤석열 연대’ 200석 맏형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일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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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더 있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의 창당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여권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하고 금태섭 전 의원을 만나는 등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야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주도의 신당 설립 가능성이 거론된다. 진보정당에서도 정의당과 녹색당이 같은 당으로 총선을 치르기로 하는 등 선거연합이 논의되고 있다. 준연동형 유지는 이들의 활동 공간을 넓혀줄 수 있다. 민주당이 자당 의석에 손해를 봐도 이들과의 ‘반윤석열’ 연대 파이를 키우자는 주장이 나온다. 이 의원은 병립형으로 회귀하지 않으면 국민의힘 외의 정당들이 200석 이상을 차지해 민주당이 맏형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 내에선 준연동형을 유지할 경우 조국 신당이 비공식 위성정당 역할을 해 줄 것이란 긍정적 시선과 ‘꼼수’ 위성정당으로 비판받을 것이란 우려가 교차한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조국 신당이 생긴다면 우리는 연관성에 선을 긋겠지만 국민이 믿어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3번째 구속영장 청구, ‘김건희 특검법’ 연말 국회 표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 등 뇌관이 거대 양당의 갈등을 폭발시킬 가능성이 있다. 물론 여당과 윤 대통령의 반대는 개혁 대 반개혁 구도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결국 이러한 변수들이 어느 정도 실체를 드러낸 후에야 민주당이 손익 계산을 마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무슨 개혁을 하든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없어야 의원들 반발이 적고 매도 덜 맞는다”며 “빨라도 (정기국회를 마치고) 연말은 돼야 본격적인 논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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