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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럼피스킨병 확산

[KISTI 과학향기]국내 최초 럼피스킨 확산에 축산업 '비상', 무슨 병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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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축산농가와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0월 19일, 충남 서산 부석면 한우 농장에서 국내 최초로 소 럼피스킨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럼피스킨은 얼마 안 가 경기, 인천, 충북, 강원, 전북 등 전국으로 퍼져나갔으며, 11월 8일 기준으로 총 85개 농가가 양성으로 확진됐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발병을 확인하자마자 농장의 소를 살처분하고, 농가에도 일시 이동 중지 명령과 긴급 소독 등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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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피스킨에 걸린 소. 출처: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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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농장주들은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5월에도 충북 청주시와 증평군의 소 사육농장 6개소에서 구제역이 4년 4개월 만에 발생했는데, 럼피스킨으로 또 골머리를 앓게 된 것이다.

럼피스킨 양성이 확정된 한 농장주는 “소를 전부 살처분하는 과정을 지켜보느라 말할 기운도 없다”며 한탄했다. 다른 농장주도 “안 그래도 한우 가격이 내려가고, 사료 가격이 급격히 올랐는데, 럼피스킨 때문에 더욱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이름도 낯선 럼피스킨이 어떤 병이길래 이토록 상황을 곤란하게 만드는 걸까? 어디서 찾아온 건지, 확산세를 막을 근원적인 대책이 무엇인지 하나씩 짚어보자.

◇전파력 높고, 무서운 혹 생기는 럼피스킨의 경로

럼피스킨(Lumpy Skin Disease)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피부(Skin)에 혹덩어리(Lumpy)가 생기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며, 병원체는 폭스바이러스과에 속하는 럼피스킨 바이러스다.

폭스바이러스과는 천연두(두창), 엠폭스(원숭이두창), 우두 바이러스 등이 속해있으며 공통으로 숙주에게 발열이나 피부 수포 증상을 일으킨다. 전파 양상은 제각각 다른데, 천연두는 사람 사이에서만 전파되며, 엠폭스는 설치류와 영장류, 사람에게까지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럼피스킨은 동물 사이에서만 전파되는 감염병으로 소나 물소가 주요 숙주이며, 양이나 토끼도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럼피스킨의 전 세계 전파 양상은 2019년에 발발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유사하다. 1929년 잠비아에서 최초로 발견돼 오랫동안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으로 머물렀다가, 1989년 이후부터 중동과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2013년에는 튀르키예와 동유럽, 러시아로, 2019년에는 방글라데시, 중국 등 아시아에까지 전파됐다. 2022년에는 인도에서 가축 2백만 마리가 럼피스킨에 감염되기도 했다.

주된 감염 경로는 모기와 진드기, 파리 같은 흡혈 곤충이다. 여기서 곤충은 감염되지 않고 운반체 역할만 한다. 곤충 외에도 럼피스킨에 감염된 동물과 직접 접촉하거나 바이러스로 오염된 사료에 닿아도 옮을 수 있다.

국내의 경우에는 흡혈 곤충이 해외 기류를 타고 넘어왔거나, 선박 같은 항만을 통해 유입됐으리라 추측되고 있다.

럼피스킨의 잠복기는 보통 4~14일 정도지만, 세계동물보건기구는 최대 잠복기를 28일로 보고 있다. 잠복기가 지나면 혹 같은 피부 결절과 식욕부진, 41도 이상의 고열과 전신성 발진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눈과 코에서 분비물이 나오고 과도하게 침을 흘릴 수도 있다. 발진은 피부와 근육에도 나타나며 통증까지 동반된다. 결절도 심해지면 괴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럼피스킨으로 인한 소 폐사율은 10% 이하지만, 축산업계와 낙농업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회복한다 해도 소의 체중이 줄고 외견에 흉터가 남아 도체(고기)에 손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암소의 경우 우유 생산이 급격히 감소하고, 불임과 유산이 늘어나는 후유증이 뒤따른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럼피스킨을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한다. 법정가축전염병은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발생 우려 정도에 따라 1, 2, 3종으로 나뉘는데,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처럼 치사율이 높거나 럼피스킨처럼 전파력이 강하면 제1종으로 분류된다.

다행인 점은 럼피스킨이 전파력이 강해도, 구제역처럼 공기 중 전파가 되지 않아 방제로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럼피스킨 발생 이후 축산농가 주변에 흡혈 곤충을 제거하는 방제 대응에 주력했다. 농식품부 권재한 농업혁신정책실장은 “모든 소 사육 농가들은 모기 등 흡혈 곤충 방제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럼피스킨은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먹는 소고기와 우유도 안전하다. 농식품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코로나19'로 약칭한 사례를 언급하며, 11월 7일부터 “'럼피스킨병'을 부르기 쉽게 '럼피스킨'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럼피스킨병이라고 하면 국민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소고기, 우유 소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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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피스킨에 대해 간단히 요약해주는 Q&A 포스터. 출처:농림축산식품부


◇전국 농가에 백신 접종 완료,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정부는 럼피스킨이 발생하자, 백신을 긴급 공수했다. 사전 비축 물량인 약 54만두를 포함해 총 400만두분을 확보해 지방 자치단체에 공급했다. 럼피스킨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부실장은 10월 30일 “전국 모든 소에 대해 백신을 접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1월 9일 전국의 모든 농가에서 백신 접종이 완료됐다. 럼피스킨 백신의 항체 형성 기간은 3주 정도다. 모든 접종 개체에서 정상적으로 항체 형성이 된다면 11월 중순쯤에는 면역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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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0월 28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자유무역지역에서 럼피스킨 긴급수입 백신 통관과 도착물량을 점검하였다. 출처: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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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처럼 바이러스 변이가 찾아올 가능성 때문에 걱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럼피스킨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라서 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낮아서 우려할 필요는 없다.

바이러스는 복제하는 데 필요한 유전 물질을 DNA 또는 RNA 형태로 담고 있는데, 코로나19의 병원체인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로 복제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RNA 바이러스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은 DNA 바이러스의 10만~100만 배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럼피스킨은 소강상태에 들어갈 전망이지만, 안심하기는 어렵다. 백신 접종이 완료된 9일에도 럼피스킨 발생 농가 1곳이 추가되고, 의심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류가 코로나19를 통해 전 세계적인 혼란을 겪었듯이 앞으로 가축 감염병도 점점 강해지고, 광범위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감염병이 퍼진 직후 수습하는 대책뿐만 아니라, 예방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글:박영경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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