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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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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픽!] 여성 기독교인이 던지는 깊은 물음…'비혼주의자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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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여자는 일체 순종함으로 조용히 배우라 /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노니 오직 조용할지니라'

사도 바울의 서한을 담은 디모데전서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그저 고릿적 사고방식이 담긴 옛날 사람의 말로 치부하겠지만, 기독교인이라면 성경에 쓰인 이 문구를 마냥 무시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연합뉴스

웹툰 '비혼주의자 마리아'
[에끌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비혼주의자 마리아'는 마리아·한나 자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기독교 공동체 속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아온 여성들을 조명한 웹툰이다.

독실한 기독교인 한나는 남자친구 민준과 결혼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걸림돌이 하나 있다. 과거 전도유망한 목사와 돌연 파혼한 뒤 비혼을 선언해버린 언니 마리아다.

마리아부터 결혼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엄포 때문에 한나는 언니를 찾아가, 자신이 남자친구를 만났던 독서 모임에 함께 나가자고 조른다.

이 모임에서 '바울과 여성'이라는 주제를 함께 토론하면서 한나는 그간 보지 못했던 교회 내 성차별과 성범죄 문제를 알게 된다.

작중 기독교 공동체 내 성차별은 아주 자연스러운 형태로, 소리 없이 벌어진다.

교회에서는 '돕는 배필', '가정의 머리는 남편'과 같이 성경 구절을 들어 여성을 부수적인 존재로 낮춰보는 발언이 예사로 오가는 식이다.

또 남성 목회자가 어린 여성 교인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 본인은 회개했다고 둘러대거나 교회 내 권력을 이용해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도 등장한다.

사실 마리아의 약혼자였던 윤 목사도 형편이 어려운 여성 교인들에게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 성범죄를 저질러 온 사람이었다.

이를 알게 된 마리아가 회의를 느끼고 윤 목사는 물론, 교회까지 떠나게 된 것이었다.

한나는 그제야 영영 알 수 없을 것 같았던 언니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연합뉴스

웹툰 '비혼주의자 마리아' 한 장면
[에끌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비혼주의자 마리아'는 페미니즘과 기독교라는 언뜻 보면 섞이기 어려울 것 같은 두 요소를 잘 버무려냈다.

"사도 바울이 여혐(여성혐오) 분자일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이야기를 열지만, 극단적인 성별 대립이나 혐오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가지 않는다.

교회 내 성범죄를 자극적으로 묘사하거나 이른바 '사이다' 전개를 통해 악인을 처단하는 직선적인 구조도 택하지 않았다.

대신 6명의 독서 모임 멤버 입을 빌려 제각기 다른 기독교인들의 생각과 입장을 들려주고, 성경 탐구를 통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일례로 성경에서 여성은 남성을 '돕는 배필'로 창조됐다고 하는데, 여기서 쓰인 도움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 '에제르'로, 하나님의 도움을 지칭하는 단어와 같다는 점을 지적한다.

헬라어(그리스어) '보에도스'로도 번역됐는데, 이는 더 강한 자에게서 오는 도움을 뜻한다.

이를 종합하면 '돕는 배필'이라는 구절이 그간 목회자들의 해석처럼 여성이 종속적이거나 보조적이라는 의미가 아닐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독교인으로서의 신앙도, 여성의 권리도 지키고 싶은 여성 기독교인들의 고민이 작품 곳곳에서 읽힌다.

이 웹툰은 에끌툰에서 볼 수 있다. 단행본으로도 출간됐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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