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유가족에 풍남문광장 분향소 자진 철거 구두 요청
유가족들 "정부에 맞서 시민들과 연대할 수 있는 공간"
"전주분향소 유지해달라" |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이태원 참사 전주분향소는 참사를 과거의 시간으로 묻으려는 정부에 맞서 시민과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이자 저희의 마지막 의지입니다. 분향소를 지켜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전북지부와 전북대책위원회는 8일 이태원 참사 분향소가 설치된 전주시 전동 풍남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호소했다.
유가족협의회와 대책위는 참사가 발생하고 두 달여 뒤인 지난해 12월 29일 풍남문 광장에 천막 한 동의 분향소를 설치했다.
하지만 전주시는 이곳이 경기전·전동성당 등 관광명소가 즐비한 한옥마을 입구의 맞은편에 자리해 주변 상인들과 시민들로부터 꾸준히 민원이 제기된다는 이유로 지난 5일 유가족들을 만나 철거를 요청했다.
행정대집행 등 강제 철거 절차를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분향소가 광장을 무단 점거해 사용하고 있는 만큼 분향소 운영을 종료해달라는 의미다.
하지만 가족들은 전주분향소의 의미를 들어 유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희생자 중 전북을 연고로 둔 10명의 유가족이 일주일마다 한 번씩 이곳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인근 지역인 광주·전남이나 충청도 유가족들도 오가며 연대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광주·전남에서 온 고 박초희씨 어머니 임나연 씨는 "전주분향소는 전국에 흩어져 있어 한 곳에서 만나기 어려운 유가족들이 한데 모여 서로 위로하고 보듬으며 하루하루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천"이라며 "유일한 이 공간을 없애려고 하지 말아달라"며 울먹였다.
풍남문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분향소 |
대전에서 온 고 송채림씨 아버지 송진영씨는 "지난해 이 분향소가 처음 차려졌을 때 이곳에서 '여러분의 관심과 기억만이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밝힐 수 있다. 관심을 가져달라'고 외쳤다"며 "1년간 전주시민의 도움으로 이 분향소를 지킬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사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았다"며 "참사의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이 공간이 유지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날 함께 참석한 전북대책위원회 관계자도 "이태원 참사는 서울이라는 특정한 지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전국 각지에 연고를 둔 희생자 유가족이 참사의 또 다른 피해자로서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전주시가 분향소를 민원의 대상이 아닌 사회적 참사의 해결과 시민의 권리 실현을 위한 공간으로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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