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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일회용품 줄이려던 사회적 노력 물거품···“일회용품 안 쓰려던 아이들에겐 뭐라 설명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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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부가 식당 종이컵 사용금지 조치 철회를 발표한 7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 종이컵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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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7일 발표한 일회용품 관리정책의 골자는 일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식당과 카페 매장 내에서도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할 수 있다. 카페의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의 비닐봉지 사용도 단속을 ‘무기한’ 유예하는 방식으로 허용한다.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등은 작년 11월 24일 시행된 일회용품 추가 규제 조치 중 일부다. 시행은 됐으나 1년 계도기간이 부여돼 최대 300만원 이하인 과태료 부과를 하지는 않았다. 정부는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일회용품 규제를 아예 포기하기로 했다.

정부는 일회용컵 등 사용 금지를 철회한 데 대해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하면 일회용품 규제 조치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친환경 정책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그중에서도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도 꼽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소상공인의 표심을 겨냥하고 선심성 정책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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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회용품 규제는 2003년 도입됐다. 식품접객업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이 금지됐다. 규제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6월 해제됐다가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에서 재도입됐다.

환경부는 2021년 식당·카페 등에서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를,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에서는 비닐봉지를 사용 금지하는 내용으로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지난해 11월, 제도 시행을 약 3주 앞두고 ‘1년간 계도 기간’을 두기로 방침을 바꿨다. 일회용품 사용 금지가 1년 유예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환경부는 7일 그나마 기한을 두고 유예했던 일회용품 규제 조치를 사실상 폐기했다. 자발적 감축과 재활용률 제고, 대체품 시장 활성화 등 실효성이 낮은 대안만을 제시했다.

녹색연합은 이날 ‘무책임하고 일관성 없는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포기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제목으로 성명을 냈다. 녹색연합은 “환경부는 산업계와 소상공인, 프랜차이즈협회,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등 규제 대상인 이들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며 “환경부가 산업부의 2중대라는 말이 윤석열 정부 이후로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일회용품 규제가 요동을 치긴 했지만 오랜 시간 동안 한국사회에는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정착됐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이마저 흔들리게 됐다. 한 학부모는 “그동안 초등학생인 아이들까지도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서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를 안 쓰려고 노력해 왔다”면서 “그런데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적으로 허용한다고 하니 아이들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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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준 환경부 차관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해 11월 시행된 일회용품의 규제 계도기간 종료에 따른 향후 관리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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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7일 브리핑에서 “국민들이 전체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며 “(자영업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 일회용품 줄이는 효과를 달성했다고 하는 게 과연 우리 사회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 차관은 또 “종이컵을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일회용품을 줄여나가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종이컵이 우리 폐기물관리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있는 품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 차관은 또 석유화학업계와 관련해서는 “플라스틱을 온통 만들지 못하게 생산 단계부터 규제하면 산업 경쟁력에도 큰 타격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급격한 정책 변화로 신뢰를 무너뜨린 것에 대해서는 “애초 도입할 때 철저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하고 있다”며 “(규제 강화에 맞춰) 미리 준비한 분들에게는 송구스러운 일이다.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라고 말했다.

임 차관은 이번 발표가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해 자영업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이 올해 11월이었고, 계도기간에 맞춰서 발표한 것”이라며 “총선과 연계시킨다는 것은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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