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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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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우리만화賞 류승희 작가 "지난 10년에 대한 격려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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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만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아…제게 만화는 언제나 '책'"

2013년 '나라의 숲에는'으로…10년 만에 '자매의 책장'으로 두 번째 수상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올해가 첫 책을 내고 딱 10년이 되는 해에요. '자매의 책장'을 낼 때도 여러 고민이 있었고, 10년간은 (작업을) 했지만 앞으로 10년 더 작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거든요. 이 상이 지난 10년에 대한 격려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류승희 만화가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023 오늘의 우리만화'를 수상한 류승희 만화가가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11.5 nowwego@yna.co.kr


만화 '자매의 책장'으로 문화체육관광부·한국만화가협회 선정 2023 오늘의 우리만화 상을 받은 류승희(41) 만화가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 컨벤션센터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자매의 책장'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우주·미주 자매와 엄마까지 세 모녀가 보내는 어느 한 해를 담담하게 그린 만화다.

2013년 '나라의 숲에는'으로 수상한 뒤 10년 만에 다시 같은 상을 받게 됐다.

류 작가는 "2014년 첫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지 않은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장례를 치르면서 죽음과 탄생이 한 공간에 있는 느낌을 받았고, 처음에는 아버지를 중심에 둔 자전적인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자전적인 만화를 그리려 하니 이야기가 잘 안 나오더라"면서 "제가 세 자매 중 둘째인데, 자매 이야기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돌이켰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의 두 가지 키워드는 자매와 책이다.

작중 우주와 미주 자매는 서로 책을 주고받으며, 책 읽는 습관이나 밑줄 친 구절을 나눠 읽으며 서로를 어렴풋이 이해해나간다.

숨겨진 또 다른 주제는 아버지다.

류 작가는 "우주·미주 아버지는 '부재'(不在)로서 존재하는 사람"이라면서 "채우고 싶지만 채울 수 없는 빈칸"이라고 설명했다.

아버지의 부재와 각자의 고민 속에서 두 자매는 하루를 살아 나간다.

그는 "자매가 어떤 상처를 안고 사느냐보다는 담담하게 일상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친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대사를 최소한으로 하고 싶었고, (상처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류승희 만화가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023 오늘의 우리만화'를 수상한 류승희 만화가가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11.5 nowwego@yna.co.kr


'언니의 책장'은 올해 수상작 5편 가운데 유일한 출판만화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웹툰이 대세가 된 만화계에서 출판만화를 한다는 것을 어떤 마음에서일까.

류 작가는 "저한테 만화는 항상 책이었다"며 "저도 책으로 봤고, 항상 만화도 책으로 작업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주변에서 웹툰을 하라는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저는 출판만화가 낡았다거나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전히 출판만화만이 줄 수 있는 어떤 분위기,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류 작가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만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만화는 기본적으로 (작업에) 필요한 절대 시간이 있다"며 "어릴 때는 아이들이 자는 동안 밤 작업을 많이 했고, 요즘은 아이들이 7살, 10살로 좀 커서 아이들이 학교, 유치원에 간 뒤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어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아이들이 커나가면서 작업이 조금 수월해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어떤 만화를 그리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두루뭉술한 답일지 모르겠지만, 좋은 만화"라며 "그 안에 제가 생각하는 많은 것이 함축돼 있다"고 즉답했다.

"꾸준히 오래 작업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제가 평소에 느끼는 감정, 고민을 기록하면서 작업하고 싶고, 나중에는 할머니 만화가가 되는 생각도 가끔 해봅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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