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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1호’ 두성산업 대표, 1심서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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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기각

경향신문

법원


국내 1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기소대상인 경남 창원 소재 두성산업 대표 A씨가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역노동계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했다.

창원지법 형사4단독(강희경 부장판사)은 3일 중대재해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두성산업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두성산업 법인에는 벌금 2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법원은 또 A씨에게 사회봉사 320시간도 명령했다.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1~2월 경남 창원에서 독성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테인이 든 세척제를 취급하면서 국소 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조처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로인해 직원 16명이 급성간염에 걸려 A씨는 지난해 6월 기소됐다. 이는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검찰이 회사 대표를 기소한 전국 첫 사례이다.

재판부는 “A씨는 안전보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작업자들이 독성화학물질에 노출돼 급성간염이라는 상해를 입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 “다만 이 사건 공소제기 전 피해자들과 합의했고, 피해자들이 수사단계에서부터 A씨 선처를 탄원하고 있으며 다행히 간 수치가 정상 수치로 회복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두성산업과 같은 세척제를 사용하면서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흥알앤티 대표 B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는 2021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김해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대흥알앤티를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유성케미칼에서 납품받은 두성산업과 같은 세척제를 사용하면서 성능이 떨어진 국소배기장치를 방치해 13명의 노동자가 독성간염 판정을 받았다. 대흥알앤티 법인에는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법원은 두성산업과 대흥알앤티에 유해물질이 든 세척제를 판매해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유성케미칼 대표 C씨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유성케미칼 법인은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C씨는 2021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김해에서 세척제 제조·납품업체인 유성케미칼을 운영하며 두성산업·대흥알앤티 등에 세척제를 납품하면서 유해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함유된 사실을 속이고 허위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이날 두성산업 대표 A씨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가 제기한 중대재해법 관련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에 대해 명확성 등이 위배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화우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제4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 1항 1호와 제6조(중대산업재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 2항에 대해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을 위반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바 있다.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세 원칙을 모두 위배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우리 사회의 부실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고,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보건 및 안전의무 부과로 중대재해 예방하기 위해 제정됐다”며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이 모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경남지역 노동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사법부의 판결은 화학물질 중독 사고를 부추기는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는 “모든 것이 명백한 사업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사업주들에게 안도감을 줄 것이며, 산업사회에서 중대재해를 어쩔수 없이 발생하는 ‘필요악’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조차 든다”며 검찰에 즉각 항소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기각에 대해서는 “당연한 결과”라며 “사업주들과 경영자 단체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고 위헌법률심판신청을 생각하기 이전에 노동자가 왜 사업장에서 죽어야 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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