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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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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 “열세였던 엑스포 유치전 이젠 박빙… 막판 부동표 잡겠다”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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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투표… ‘바둑 몇집차’ 접전 예상

정부·국회·기업 원팀 뭉쳐 대역전 기대

시장도 140개국 VIP 만나며 발로 뛰어

가덕도 신공항 ‘글로벌 물류 허브’ 초석

엑스포 계기 탄력… 내년 말 착공 기대

북항 재개발·산은 이전 등도 속도낼 것

‘수도권 일극주의’ 국가 잠재력 저해

디지털 신산업 혁신… 청년 고용 창출

서울·부산 두 바퀴로 가는 나라 돼야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나선 초기 사우디의 위력에 눌렸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박빙의 ‘계가(바둑에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기 위해 집을 세는 일)’ 승부라고 보고 있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31일 부산시청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상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몇몇 소수의 왕족들이 움직이는 사우디와는 달리 정부와 국회, 기업이 원팀으로 뭉쳐 부산시민을 비롯한 전 국민의 염원을 담은 ‘부산이니셔티브’로 진정성을 전달하는 대한민국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박형준 부산시장이 31일 부산시청에서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2030세계박람회 유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박 시장은 “엑스포 유치과정에서 ‘세계 여러 나라와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와 ‘글로벌 중추 국가가 되겠다는 국가 외교 비전을 제시한 것’이 우리가 얻은 최고의 수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산은 6·25전쟁 당시 100만명의 피란민을 보듬은 곳으로, 다양한 문화와 사람이 섞여 융화할 수 있는 도시”라며 “이와 같은 포용성을 바탕으로 해양과 대륙이 만나는 관문도시로서 인류화합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이 채 한 달(11월 28일)도 안 남았다. 득표 현황은 어떻게 예상하나.

“유치 결정까지 이제 약 한 달, 축구경기 후반으로 치면 10분 정도 남긴 상황이다. 물밑에서 개별국가 유치교섭에 매진하고 있는 시점에 득표현황을 일일이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유치전 초반 극도로 열세였던 상황을 이겨내고 최근 심포지엄을 계기로 종합적으로 점검해보면 ‘몇 집 승부로 끝까지 계가를 해봐야 되는 바둑’으로 비유할 수 있다. 아직도 여전히 부동표가 많은 상황에서 섣부른 낙관도,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방심하지 말고 ‘우리만 잘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투표 당일까지 계속해서 득표 작업에 임할 계획이다.”

세계일보

-지역별로 특정 국가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역별 지지 현황과 부산에 대한 지지도 분석은.

“우리보다 앞서 유치교섭을 시작한 사우디가 선점한 상황을 감안해 종교적·지역적으로 똘똘 뭉친 중동을 제외하고는 박빙 또는 우리가 유리한 형세를 보여 고무적인 상황이다. 유럽의 경우 투표가 임박해지면 지지국가를 결정하는 편이고, 가치와 명분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크므로 우리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유치전이 진행될수록 의사결정권자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부동표가 존재하는 곳이다. 아시아의 경우 서아시아 쪽은 사우디, 동아시아 쪽은 부산이 앞서며 박빙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주와 태평양도서 국가들도 솔루션 플랫폼을 지향하는 부산엑스포의 비전에 공감하며 아주 팽팽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특히 카리브해와 태평양 도서국가들도 작은 나라지만 똑같은 1표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나 관광 및 해양 등에 대한 맞춤형 교섭전략을 수립하고 득표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정부 유치단과 부산시의 차별화된 투표전략은 무엇인가.

“앞으로 채 한 달이 안 되는 시간이 대체로 판세가 굳어지는 시기지만, 개별국가 유치교섭에 최선을 다해 우리나라 쪽으로 표를 모을 계획이다. 그동안 저도 시장인지 외교관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140개국 이상의 외국 VIP들을 국내외에서 직접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당부해왔고, 앞으로도 부산을 방문하는 VIP는 물론 파리와 베를린, 브뤼셀, 런던 등에 상주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들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전 세계가 직면한 물과 식량, 에너지, 기후변화, 보건·의료 등의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의 성장 경험과 기술을 활용해 공동의 해법을 모색하자는 부산이니셔티브의 ‘맞춤형 협력’과 역대 최대이자 경쟁국 대비 압도적인 수치를 자랑하는 발전도상국 지원 등을 통한 ‘맞춤형 지원’을 전면에 내세울 방침이다.”

세계일보

-엑스포 유치에 실패할 경우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에 차질이 있을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가덕도신공항은 단순한 여객공항이 아니다. 부산이 세계 2위 환적항이라는 사실은 그만큼 지정학적 위치가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덕도신공항은 물류 기능에 방점을 둔 남부권 관문공항이다. 신공항 바로 옆에 있는 세계 2위 환적항과 연계한 복합물류체계를 구축해 싱가포르나 두바이 같은 세계적인 물류 허브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엑스포 유치를 계기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엑스포 유치과정에서 신공항 개항을 6년이나 앞당겼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안)에 가덕도신공항의 조기 개항이 반영됐고, 조기 개항을 실행할 건설공단 설립도 확정됐다. 기존 제출된 가덕도신공항 건설 예산에 더해 공단 설립 예산을 반영하고, 보상도 조기에 완료해 내년 말에는 첫 삽을 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30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한다면 부산시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부산시정이 추구하는 두 가지 축은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과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이다. 이 두 가지는 결국 행복도시 부산을 만드는 것이며, 엑스포 유치 과정은 부산의 획기적인 도약을 앞당길 마중물이 되고 있다. 부산의 숙원사업인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을 필두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북항 재개발, 어반루프 구체화, 스마트시티 도심 융·복합 특구 등 부산의 발전을 앞당길 확실한 기반을 마련했고, 올해는 취임 전보다 20배 정도인 역대 최대의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덕도신공항 건설, 한국산업은행 이전, 디지털 신산업 혁신으로 물류와 금융, 미래 신산업의 허브도시 기반을 마련하고, 부산만의 특색 있는 문화와 관광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15분 도시의 가치를 도시 곳곳에 확산시켜 세계가 인정하는 아시아 최고의 행복도시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다면 어떤 감정이 들 것 같나.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다면 대한민국 국운이 정말 뻗어 나간다고 생각할 것 같다. 기존 한 바퀴로 돌리던 우리나라는 두 바퀴로 돌리는 나라로 더욱 확실하게 변화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터닝 포인트(계기)가 될 것이다. 엑스포는 부산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 엑스포 유치라는 기회를 통해 부산을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글로벌 허브도시로 만들면 모든 면에서 역동적으로 대한민국이 움직일 기회가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전쟁과 산업화, 민주화를 동시에 겪으면서도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나라다. 엑스포 유치는 산업화 이후 미래세계로 이동할 초고속 엘리베이터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래서 대한민국에 대운이 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계일보

-지역 위기 해소를 위해 어떤 노력과 정책을 펼치고 있나.

“지방의 인재들이 서울로 다 몰리고 있다. 서울만 가면 다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각 시·도가 수도권 일극주의 해소를 위해 나름대로 몸부림치고 있으나, 구조적인 흐름이 수도권의 강한 흡입력으로 인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지고 보면, 최선진국으로 가는 나라 가운데 정체를 겪지 않고 탄력을 받는 나라들은 모두가 여러 개의 거점을 가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와 일본은 파리중심주의 도쿄중심주의가 어느 순간부터 그 나라의 잠재력을 갉아먹고 정체하기 시작했다. 반면 50개 주가 혁신 거점이고, 그것이 엄청난 강점으로 작용하는 미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연 4%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서울 일극체제로 가서는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한계효용’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부산의 인구절벽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인구 위기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모든 지자체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국가적인 과제다. 이제 단편적으로 지자체 간 인구수를 가지고 경쟁하듯 발표하는 나열식 정책으로는 인구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행복하게 자신의 꿈을 이뤄 가는 데 부족함이 없는 행복공동체, 나아가 행복국가를 만드는 데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수도권 일극주의라는 두꺼운 벽을 걷어 내야 한다. 좋은 일자리를 바라는 지역의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국가불균형의 상황에서는 현재의 인구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서울과 부산 두 바퀴로 가는 대한민국’을 새로운 지방시대 모델로 제시했고, 부산도 엑스포 유치와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등 국가균형발전 실현의 새로운 전기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해간다면 인구 문제도 장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확신한다.”

박형준 시장은…

●1960년 부산 출생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학·석·박사)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 ●부산경실련 기획위원장 ●제17대 국회의원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청와대 사회특별보좌관 ●국회 제28대 사무총장 ●제38·39대 부산광역시장(현)

대담=박종현 사회2부장, 정리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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