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0일 혁신위 출범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광주광역시 국립 5·18 민주화묘지 내 행방불명자 묘역을 찾아 헌화한 뒤 한쪽 무릎을 꿇고 묵념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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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혁신위원들과 함께 30일 오전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혁신위의 첫 외부 일정이다. 인 위원장은 행방불명자 묘역에 헌화한 뒤 5초가량 한쪽 무릎을 꿇고 묵념했다. 2020년 8월 광주를 찾은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곳에서 무릎을 꿇었다.
인 위원장은 방명록에 “광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고 적었다. 그는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유대인들이 한 말을 빌리자면, ‘용서는 하되 잊지 말자’”고 했다. 인 위원장은 연세대 재학 중일 때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의 통역을 맡은 인연이 있다. 인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은 오후엔 서울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인 위원장의 첫 외부 일정은 그가 야심차게 던진 ‘통합’의 화두가 삐걱대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혁신위는 현충원 참배 뒤 1호 안건인 ‘당내 대사면 건의’를 의결했는데, 사면 대상자인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반발했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제발 사면 받아줘’는 인제 그만 하라. 좀스럽고 민망하다”고 했다. 국회를 찾은 홍 시장도 “사면이란 건 죄지은 자를 용서해 주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용어 자체가 적절치 않다. 오히려 징계를 받은 게 앞으로 정치 역정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사면에 관심이 없고, 거기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에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홍 시장은 징계 사유인) 수해가 엄청 심했던 상황에서 골프를 쳤던 걸 이제 와서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이 전 대표를 겨냥해선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지난 학기에 교수가 평점을 안 줬다거나, 조교가 학사지도를 잘 안 해줬다고 불평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꼬집으며 갈등이 표출됐다.
또 당내에선 전광훈 목사와 5·18 망언 등의 대화를 나눠 징계를 받은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사면 대상에 포함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의 중진 의원은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혁신위가, 같은 날 5·18 폄훼 망언을 한 사람을 사면 건의한 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인 위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김기현·주호영 등 영남 스타 험지 출마론’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으로’ 등의 발언에 대해서도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이 반발했다. 김용판(대구 달서병)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된 곳이 TK 아니냐. 이런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마치 잡아놓은 고기 취급하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의총에선 “혁신위에 내년 총선 출마 예정자들이 포진해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등의 성토도 나왔다고 한다.
인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한 적이 없다”며 전날에 이어 또 한번 부인했다. 그는 “많은 오보가 나간다. 정확하게는 ‘경상남북도에 훌륭한 국회의원들이 서울에 와서 경쟁력이 있으면 좀 도왔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내에선 혁신위가 여권 위기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의 수직적 당정관계가 수평적으로 변화하지 않고선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 위원장은 “저는 온돌방 아래서 자란 사람이다. 월권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은 나라를 이끌 분이고, 당 대표는 당을 이끄는 분인데 거기에 관여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김기정·전민구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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