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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르포]버튼 꾹 누르니 알아서 밭 갈아준다...'고령화' 한국 농업에 똑똑한 답 내놓다[Car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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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농업 플랫폼 기업 대동의 충남 당진 시연회
최초 작업 시 경로 저장…별도 제어 없이 스스로 경작
농업인구 감소·1인 경작지 확대되며 수요 늘어나
"데이터 수집 통해 스마트 농업 솔루션 제공"
한국일보

25일 충남 당진시 사성리에서 대동 관계자가 자율주행 3단계 트랙터를 시연하고 있다. 대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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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충남 당진시 사성리 황금빛 들판에는 고개 숙이고 있는 벼들이 빼곡했다. 이날 오전 미래농업 플랫폼 기업인 대동은 약 3,300㎡(1,000평) 규모의 논 위에 국내 최초로 자율작업 3단계 농기계인 콤바인1, 이앙기2, 트랙터3를 선보였다. 자율주행 단계는 △0단계 원격제어 △1단계 자동조향 △2단계 자율주행 △3단계 자율작업 △4단계 무인 작업으로 나뉘는데 3단계는 작업자의 운전과 작업 제어 없이도 농경지 환경에 맞춰 작업하는 수준이다.

기자가 직접 운전석에 앉아 자율작업 트랙터를 체험해 봤더니 마치 알아서 밭을 갈아주는 '로봇' 같았다. 가장 먼저 '작업 시작' 버튼을 누르자 트랙터가 경작 시작점으로 움직였다. 시스템에 입력해 둔 작업 경로에 따라 시작 위치와 회전 각도, 방향 등이 설정된 덕분이다. 핸들, 브레이크를 따로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가로·세로 약 30m 길이의 밭을 갈며 작업하는 동안 운전석 우측 모니터에는 경사도, 엔진 부하율, 엔진 회전수 등이 실시간으로 떴다. 이제 운전자가 할 일은 트랙터가 작동하는 동안 정해진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지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자율 작업 중 핸들 및 브레이크 조작이 감지되면 알아서 멈춘다. 대동 관계자는 "밭을 가는 깊이나 넓이 등이 일정하게 나오니 누구든 전문가 수준으로 작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기계는 '주행'보다는 '작업'이 주요 목적이지만 운전자의 편의성도 살폈다. 운전 및 작업 시 운전실에 전달되는 진동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 운전석의 높낮이, 방향 회전, 등받이 각도 등을 체형에 맞춰 전자식 버튼으로 바꿀 수 있다. 실제 트랙터가 밭을 가는 동안 큰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었다. 그늘 하나 없는 땡볕에서 일하는 환경을 고려해 통풍 전동 시트도 장착했다.

작업 효율성-생산성 극대화 동시에 '달성'

한국일보

자율주행 트랙터 운전석에 달려 있는 모니터. 우측 하단 '작업 시작' 버튼만 누르면 별도 작업 없이 정해진 경로에 따라 트랙터가 경작을 시작한다. 당진=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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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추수를 해도 정미소에 가야 수확량을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자율 주행 콤바인은 금세 알 수 있다. 대동은 국내 최초로 자율 작업과 수확량 모니터링이 가능한 콤바인 'DH-6135-A'를 출시했다. 대동의 농업 솔루션 플랫폼 '대동 커넥트' 애플리케이션에서 농경지 구획 면적을 정하면 구획마다 곡물 수확량을 볼 수 있다. 이 데이터는 이듬해 비료나 농약을 어디에 살포할지 판단하는 자료로 쓰인다. 올해 일반 콤바인과 자율주행 콤바인을 가지고 추수를 마친 청년 농업인 박상욱(32)씨는 "처음 일반 콤바인을 썼을 때 조작이 쉽지 않더라"며 "자율주행 콤바인은 회전이나 직진 동작을 기계가 알아서 해주니 수확이 훨씬 쉬웠다"고 평가했다.

대동은 이날 무엇보다 효율성을 높이고 노동력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통 모내기는 2인 1조로 한 사람은 모판을 쌓고 또 다른 사람은 모를 심는 반면 자율작업 이앙기로는 혼자서도 거뜬히 해낼 수 있다.

한국일보

자율주행 작업 중인 트랙터의 핸들을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트랙터가 밭에서 경작을 진행하고 있다. 당진=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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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업 스마트화 통해 미래농업 선도할 것"

한국일보

25일 충남 당진시 당진상공회의소에서 나영중 대동 AI플랫폼사업부문장이 미래농업 사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대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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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은 '완전 무인' 자율 작업 4단계 농기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목표는 2026년이다. 대규모 농경지를 경작하거나 농작업 대행을 하는 영농 법인, 민간 농작업 대행사 등에 자율 작업 농기계를 보급하거나 농작업 대행이 필요한 농가와 연결해 주는 '농작업 중계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내 농업의 스마트화도 추진하고 있다. 농업 인구 초고령화에 따라 농업 인구는 줄지만 농작업 '대행'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농민 한 사람이 경작해야 하는 면적은 커지고 있다. 원유현 대동 대표는 "대동의 미래 농업 상품과 서비스로 벼농사 중심 스마트화를 시작하고 이를 확대해 밭과 과수 농업 스마트화에 필요한 농업 로봇과 정밀 농업 서비스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 콤바인
농경지에서 수확한 곡물을 탈곡한 다음 자루나 통에 쏟아주는 농기계
2 이앙기
모를 논에 옮겨 심는 농기계
3 트랙터
견인을 통해 밭을 가는 작업을 하는 농기계


당진=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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