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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이태원 참사

유족들 “이태원 참사 기억한다면, 다시는 이런 비극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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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태원 참사 1주기인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추모 공간에서 유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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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간 지 1년이 흘렀는데 이제야 왔네. 1년 동안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던 것 같아.”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싶던 청년들이 내일을 맞이하지 못할 거란 걸 예상했을까요? 잊지 않겠습니다.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꼭 1년이 된 29일, 참사 현장인 이태원역 인근 골목.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벽을 가득 메웠다. 오후 2시쯤 4대 종단 기도회 참석을 위해 이태원역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인파 밀집에 대비해 역 안에 붙여진 이태원 골목 안내도를 보곤 “진작에 붙여 놨었더라면…”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참사 현장을 마주하곤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말과 함께 길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유가족과 시민 등 30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이곳을 출발해 서울광장까지 걸었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보라색 점퍼를 맞춰 입은 이들의 행렬은 마치 보라색 물결이 길을 따라 흐르는 듯했다. 일부 유가족은 희생자 영정사진을 든 채 “국가 책임 인정하라. 이태원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대통령실 앞을 지날 땐 행진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마이크를 든 고 유연주(참사 당시 21세)씨 아버지 유형주(53)씨는 “추모대회는 정치집회가 아니다. 자리를 비워둔 채 윤석열 대통령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오후 5시쯤 유가족들이 서울광장에 도착하자, 시민들이 박수로 맞이했다. 묵념에 이어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를 기억한다면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을 거고 더 이상 유가족도 없을 것이다.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건 이태원 특별법 제정”이라고 호소했다.

저녁에도 이태원과 서울광장 분향소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박모(59)씨는 영정에 헌화한 뒤, 유가족을 꼭 안으며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위로해 주고 싶었다. 상처받지 말고 다시 일어섰으면 한다”고 위로했다.

정치권도 대거 서울광장을 찾았다. 국민의힘에선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추모대회를 사실상 정치집회로 규정하고 당과는 거리를 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의원 수십 명이 총출동했다. 이 대표는 연단에 올라 “1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며 “유족들의 절절한 호소는 오늘도 외면받고, 권력은 오로지 진상 은폐에만 급급하다”며 정부·여당을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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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 예배에서 기도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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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를 찾아 희생자 159명을 추모하는 예배를 했다.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저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는 말로 추도사를 시작한 윤 대통령은 “정부가 지난 한 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앞으로도 안전한 대한민국이란 목표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태원 사고 현장이든 서울광장이든 성북동 교회든 희생자를 애도하는 마음은 다를 것 없다”고 말했다. 유가족의 공식 사과 요구에는 “윤 대통령이 4차례 이상 사과했다”고 설명하고 유가족과 따로 만날지는 “잘 한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이찬규·현일훈·위문희·김정재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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