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박정희 추모식 가고 이태원은 안 가…"변한게 1도 없다"

尹, 끝내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식 참석 안할 듯

박정희 추도식 참석과 대비…박근혜 만나 "위로"

보선 참패 후 강조한 소통·통합, '보수 진영 내' 국한이었나

'수도권 위기론' 여당 내부 불만…"골든타임 지나"

"尹, 어려운 현실 직시할 용기 없어…따뜻한 곳만 찾아" 혹평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으로서는 처음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다. 현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박 전 대통령님과 유가족분들께 자녀로서 그동안 겪으신 슬픔에 대하여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위로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오는 29일 예정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식'에는 참석하지 않을 방침이다. 두 죽음을 바라보는 윤 대통령의 상반된 시각이 반영돼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겠다'며 강조해 온 소통과 통합이 결국 '진영 내 소통', '보수 통합'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여당 내에서도 "대통령이 변한게 하나도 없다"라는 비판과 함께 "내년 총선은 망했다"는 한숨이 터져 나온다.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오는 29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초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공동주최에 포함되면서 추모 행사라기보다는 정치집회의 성격이 짙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추모메시지들이 붙어 있다. 박종민 기자

하지만 이후 야당이 모두 공동주최에서 빠지기로 했고, 이같은 사실이 대통령실에 전달이 됐음에도 윤 대통령은 끝내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그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곧장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으로 향했다. 대구에서 상경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윤 대통령은 추도식 후 함께 산책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보수 대통합'을 호소한 셈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분', '조국에 대한 자부심' 등으로 언급하며 수차례 반복해서 강조했고, 박 전 대통령은 '우리 정부' 등으로 표현하며 화답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 배경에 최근 전통적 보수 지지층인 'TK'(대구·경북)와 '70대 이상'의 이탈 기류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서 보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TK와 70대 이상의 낙폭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결국 윤 대통령은 총선이 약 5개월 앞으로 다가 온 상황에서 지지율이 저조하자 우선 보수층을 먼저 결집하고, 추후 중도 확장에 나선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조차 윤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약 17%p 차이로 대패한 것에서 드러난 수도권 중도층 민심에 대한 해석을 거꾸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소속 이언주 전 의원(부산 남구을 당협위원장)은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왜 (여권이) 혁신을 해야 되는 상황이 왔느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돼야 된다. 지금까지 1년 반 넘게 대통령께서 민심하고 너무나 괴리된 국정을 해 오셨다"며 "그런 것이 쌓일 동안 국민들 여론이 되게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사태', '양평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 '일본 오염수 방류', '이태원 참사' 등을 거론하며 "이런 것들에 대해 여론이 되게 안 좋았다. 그러면 당이 얘기를 해서 조금이라도 시정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더 추종하거나 (정부가) 언론을 탄압할 때는 (여당이) 아예 그냥 홍위병으로 나서거나 이런 모습들을 보였다"며 "국민들이 '이게 우리가 아무리 얘기해도 안 되는구나. 그냥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거다' 그래서 이걸 (강서 보선에서) 심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주말 이태원 참사 추도식이 있는데, 이게 1년이 지났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국민들은 생각한다"며 "아무도 책임도 안 지고 더군다나 대통령께서 5일 동안 분향소를 가셨지만 그 이후에 보면 가족들 한번 안 만나시고 대화 한 번 안 하셨다. 그분들이 무슨 과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니지 않나. 일단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연합뉴스

이 전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한테 '이태원 참사 추모식에 참석해야 한다'고 건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는 "대통령한테 가시라고 얘기해야 한다. 5.18 묘역을 가는 이유가 뭔가. 그 정신을 기리자는 거지 않나"라며 "정신을 기린다고 해놓고 좀 다른 사건이긴 하지만 어쨌든 다중의 희생이 발생한 참사에 안 가고 포용하지 못한다는 건 같이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당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부에선 대통령이 변했다 어쨌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은 바뀐 게 하나도 없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된건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가 대통령에겐 없어 보인다. 위기일수록 더 숨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실을 보고 싶지 않으니 본인에게 환호하고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곳만 찾아가고 유튜버들한테 의존하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에도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을 때 찾아간 곳이 대구 서문시장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서는 우리 당에 대한 지지나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이미 골든타임이 넘어가 버렸다고 본다"며 "대통령은 이미 '체리 따봉'과 '바이든 날리면'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께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사라졌다. 국민들이 바로 믿어주는 것이 아니다. 당장 고개 숙이고 납작 엎드려도 국민들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선 최소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미 지나갔다고 본다"고 평했다.
한편 국민의힘 이만희 사무총장과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 일부는 이태원 추모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와 윤 대통령에게 참석 여부를 건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당 대표나 원내대표, 대통령께 그런 건의 하는 것 자체가 (혁신위의) 의무는 아니라고 본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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