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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이태원 참사

핼러윈 주말, 홍대 10만 인파 '들썩'…이태원은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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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데이를 맞아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축제거리에 몰린 사람들이 이동하고 있다. /황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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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황지향 기자·서다빈·이윤경 인턴기자] 핼러윈 주말을 맞은 28일 홍대 일대에 무려 10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반면 지난해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이태원 일대는 핼러윈 분위기 대신 고인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조심스럽지만, 핼러윈 즐기러", 인파 몰린 홍대

이날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풍선을 들고 분장을 하고 나온 시민들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거리 곳곳에는 형형색색 조명을 달고 호박 모형으로 꾸민 술집이 눈에 띄었다. 마녀, 좀비, 유령 인형과 피 흘리는 마네킹까지 홍대 일대는 핼러윈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오후 6시가 넘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홍대축제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인파가 운집하면서 시민들은 지하철 홍대입구역부터 길게 줄을 늘어섰다. 경찰이 지정한 고밀도 위험 골목길인 잔다리로12(포차골목)와 와우산로17길 12(클럽거리골목)는 상점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과 핼러윈 사탕을 나눠주며 호객행위를 하는 종업원들로 시끌벅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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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축제거리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코스프레를 한 남성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황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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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복장을 한 시민들도 늘었다. 얼굴에 가면을 쓰거나 분장을 한 이들부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해골이나 유령 복장을 입은 이들도 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처럼 꾸민 한 남성이 등장하자 주위에 100여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모여들기도 했다.

이곳저곳 구경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시민들, 길거리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은 선 시민들, 개인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는 유튜버 등으로 거리는 혼잡했다. 홍익로3길 32(곱창골목)에서 마시멜로를 판매하는 A씨는 "여긴 워낙 주말에 사람이 많다"며 "오늘은 오히려 통제 때문에 사람이 좀 적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마포구가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를 기반으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홍대 관광특구에는 최대 9만4000여명이 운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당초 예상한 7만명을 상회하는 것이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원래 예상 운집 인원은 오후 8시에서 10시 사이 4만에서 7만명을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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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강남역 인근에도 인파가 몰려있다. /이윤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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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일대도 이날 오후 7시를 넘기면서 5만여명이 모였다. 고밀도 위험 골목길인 강남대로 438(CGV 앞 골목)과 강남대로 408길(영풍문고 옆 샛길)을 중심으로 혼잡한 모습이었다. 다만 평소 주말 저녁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을 뿐 핼러윈으로 붐비지는 않았다. 핼러윈 장식을 한 상점이나 핼러윈 복장을 한 시민들도 많지 않았다.

일부 핼러윈 복장을 한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1년이라 아직은 조심스럽다면서도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지인들과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최모(28·여) 씨는 "핼러윈을 챙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이태원은 아직 조심스럽고, 강남이 만나기가 편해서 분장하고 왔다"고 말했다. 김모(20) 씨도 "유감이지만 주말을 보내는 건 별개라 생각한다"며 "이태원은 좀 부담스럽고 그래서 홍대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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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은 지난해 발생한 10.29 이태원 참사로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다. /서다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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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분위기 사라진 이태원, 추모의 발길 이어져

반면 용산구 이태원 일대는 1년 전 참사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조성된 추모 공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은 늦은 밤까지 국화를 들고 찾는 이들로 가득했다.

'기억은 힘이 셉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부착된 추모의 벽에는 수많은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었다. 포스트잇에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적힌 추모의 글이 눈길을 끌었다. 추모의 벽 앞에는 국화와 백합 등 다양한 꽃은 물론이고, 음료와 과자 등도 놓여 있었다.

포스트잇에 추모의 글을 적다가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참사 당시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 지나가던 행인, 10대 학생, 외국인 등도 들러 묵념을 통해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인근 편의점에서 막걸리와 소주, 커피 등을 구매해 추모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조연수(12) 군은 "부모님이 가자고 해서 왔는데 추모하니까 마음이 아팠다"며 "하늘에서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상기(40) 씨는 "안타까운 일을 당하신 분들을 추모하기 위해 왔다"며 "작년엔 확실히 경찰이 없었고 정부 대처가 없었는데 앞으로 대처나 예방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응급구조학을 전공한다는 대학생 김윤권(20) 씨는 "많이 의지했던 형이 아쉽게 사고에 휘말려 1년 동안 마음을 정리하다가 오늘 기회가 돼서 왔다"며 "이제 마지막으로 보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이후 진로가 확고해졌다"며 "와서 보니깐 미끄럼 방지 같은 걸 해놨던데 이전에 이런 대처를 해놨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은 안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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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관광특구에 경찰 인력이 배치돼 인파 관리를 하고 있다. /황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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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 관리 총력…"사전에 예방하니 좋아"

관할 지자체와 경찰, 소방은 이날 홍대와 강남, 이태원 일대 인파 관리와 질서 유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곳곳에는 현장상황실과 신속의료대응반, 행정지원반 부스를 마련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과 구청 직원들은 수시로 순찰을 돌며 질서 유지뿐만 아니라 치안 활동에 주력했다.

경찰은 주요 골목 곳곳에 안전 펜스를 설치했다. 도로 한가운데 안전 펜스를 길게 설치하고 ‘시민통행로’ 입간판을 세워 양방향 통행을 유도했다. 시민들은 방향 지시에 따라 통행하면서 혼잡을 최소화했다.

시민들은 정부의 안전관리에 대체로 만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모(23·여) 씨는 "인파 관리 덕분에 매우 평화롭다고 생각한다"며 "눈에 계속 경찰관들이 보이고 구급차가 와있고 하니 뭔가 마음 놓고 놀아도 되는 분위기라 좋다"고 말했다.

이준기(42) 씨는 "공권력 낭비라는 말도 있지만 사전에 예방하면 좋지 않냐"고 했으며, 정은총(29·여) 씨도 "이미 참사가 한 번 일어났는데 인파 관리를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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