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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이태원 참사

[포토기획] "10·29를 기억합니다"…이태원 참사 1년 '아물지 않는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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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1주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을 방문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읽고 있다. /서예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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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서예원 인턴기자] 지난해 10월 29일. 159명의 사망자, 31명의 중상자, 165명의 경상자가 발생한 악몽 같았던 ‘이태원 압사 사고’.

어느새 1년이 흘러 이태원은 다시 핼러윈을 맞았다. 국민들은 그날의 기억이 슬프고 안타까워 지난 1년간 떠올리기 조차 꺼려했다. 하지만 유족들에게는 '멈춰진 시간' 같은 날들이었다.

그날의 이태원과 오늘의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24일과 25일 <더팩트> 취재진이 현장의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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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핼러윈 데이를 하루 앞둔 이태원 거리(위)와 올해 핼러윈 데이를 일주일 앞둔 이태원 세계 음식거리(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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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앞둔 이태원 '예년과 다른 분위기'

핼러윈을 일주일 앞둔 이날, 이태원에서 예년과 같은 축제 분위기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클럽과 실내 주점을 찾은 관광객이나 젊은 연인, 직장인들이 곳곳에 보이긴 했지만 한산한 거리가 눈에 띄었다.

이태원은 참사 직후부터 인파가 급감해 주중, 주말 할것 없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태원 인근에서 '왁자지껄' 놀기가 부담된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문을 닫는 가게도 많은 실정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여느 때 같으면 으스스한 유령과 호박 장식으로 가득 찼을 10월이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핼러윈 장식과 옷 등을 팔고 있는 가게가 눈에 보이지 않았고 상권의 규모도 대폭 준 모습이었다. '이제 이태원에 핼로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취재 중 만난 한 외국인 관광객은 조용한 이태원 일대를 둘러보다가 취재진에게 "이 골목이 작년에 사고 났던 곳이 맞냐"고 묻고서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참을 참사 현장에 서 있기도 했다.

또 한 외국인은 "당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사고를 당한걸로 알고 있다. 뉴스로만 봤던 참사 현장에 직접 와보니 마음이 경건해진다"며 슬픈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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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어두운 분위기의 해밀톤 호텔 옆 참사가 벌어진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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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 많은 이태원, 상권 회복 '시간이 필요해'

참사 이후 이태원은 유동 인구가 감소해 상권 회복까지 여전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에서 8년째 거주하고 있는 이 모 씨는 "예전 이태원은 주말에 사람이 많아서 움직일 수 없고 휴대폰이 잘 터지지도 않았다"며 "지금은 유동 인구가 없어 사라진 매장도 많다. 제 주변 상인들이 운영하는 매장의 평일 매출은 그 전과 비교했을 때 90% 이상 줄어서 임대료가 감당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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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 반경 200m 이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공실 매매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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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고 현장 인근을 둘러보면 '임대' 딱지가 붙은 매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집 걸러 한 집꼴로 붙어있는 공실 매매 안내문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태원의 상권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인근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권 모 씨는 텅 빈 가게들을 가리키며 "(건물을) 팔지도 못하고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오지도 못하는 가게들이 널렸다. 세 집 중에 한 집은 비어 있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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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6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열린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묵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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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물지 않은 유가족의 상처...책임자 처벌은 '제자리걸음'

참사의 상처는 유가족들에게도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재판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가) 1년이 다 돼 가는데도 그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 유가족의 참담한 마음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죄를 물을 수 있는 상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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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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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과 생존자들은 일 년째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피해 보상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피해자와 유족 지원을 위한 법으로 지난 8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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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용산구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이 기자회견 시작 전 구청 정문을 막는 구청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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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 처벌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국회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참사 대응 부실에 대한 책임으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으나 지난 7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 청구가 기각되면서 업무에 복귀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은 참사 책임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9개월 넘게 재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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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현장에 조성되는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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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공사 중임을 알리는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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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안전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이태원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이태원 지역 주민, 시민대책회의는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참사 현장이라는 슬픔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안전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에 참사 1주기를 맞아 이태원역 1번 출구 참사 현장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조성했다.

‘기억과 안전의 길’에는 길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목과 참사의 의미를 담은 바닥 문구, 사진작가 황예지의 작품, 시민들이 남긴 포스트잇, 이태원 참사를 설명하는 3개의 빌보드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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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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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공간에서조차 안전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저희는 잊지 않고 바꿔가겠습니다'라고 적힌 메시지가 담긴 빌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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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를 맡은 권은비 미술가가 이 길에 부여한 메시지는 ‘미완성’이다.

권 미술가는 "우리 사회는 아직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희생자, 구조자, 유가족, 지역상인, 주민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미완성인 이 길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제정되고 책임 있는 사람들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할 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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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잠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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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상권 회복과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사고 방지 대책 마련, 피해자 회복 등 참사 1주기를 맞은 이태원은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와 풀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참사가 남긴 과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태원에 남겨진 상처는 아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yennie@tf.co.kr
사진영상기획부 phot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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