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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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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역설' 드러낸 아이폰15 성능…발열만이 문제 아니다 [열흘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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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아이폰15 시리즈 출시 첫날인 13일 서울 중구 애플스토어 명동점에서 1호 수령자 김민재 씨를 비롯한 사전 예약 구매자들이 신제품을 수령하기 위해 매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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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있어 한국은 특이한 성격의 시장이다. 시장 규모는 같은 동아시아 지역인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전자의 본진이다. 숫자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무엇보다 소비자 특성이 뚜렷하다. 정보기술(IT) 기기에 친숙한 사용자가 많고 플래그십(최상위기종) 선호도가 유독 높다. 아이폰 상위 모델인 프로·프로 맥스의 한국 시장 판매 비중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모델 수요가 애초에 갤럭시로 가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아이폰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기기 값이 비싸도 대부분 상위 기종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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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4 프로와 아이폰15 프로. 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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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흘간 아이폰15 시리즈의 상위 사양 모델인 프로와 프로 맥스를 사용해봤다. 상위 기종에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에서 만들어진 ‘A17 프로’가 탑재됐다. 3㎚ 공정으로 만들어진 반도체가 소비자용 제품에 적용되는 사실상 첫 사례다.

판매량을 좌우할 최대 이슈였던 발열 문제는 결국 애플이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iOS 업데이트 이후 출시 초기 수준의 발열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자체 운영체제를 쥐고 있는 애플의 강점이 발 빠르게 빛을 발했다.

다만 실제 사용해보니 업데이트 이후에도 체감되는 발열이 전작에 비해 분명히 존재했다. 비슷하게 기기가 뜨거워져도 아이폰14 시리즈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열이 빠져나갔다면 이번에는 발열 해소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느낌이었다. 고사양 게임을 하다 보면 나타나는 쓰로틀링(기기가 과열됐을 때 손상을 막기 위해 성능을 강제로 낮추거나 전원을 차단해 발열을 해소하는 기능) 문제에 대해 애플이 면밀히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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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5 프로맥스와 삼성 갤럭시S23 울트라. 티타늄 프레임을 적용한 아이폰15 프로맥스의 무게는 221g으로 전작 대비 19g을 줄여 갤럭시S23 울트라(233g)보다 가벼워졌다. 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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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 마감에 대해서는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애플은 프로 라인업에 항공우주 등급의 티타늄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티타늄 프레임을 적용해 무게가 줄었다. 아이폰15 프로 맥스의 무게는 221g으로 전작 대비 19g를 줄이며 비슷한 크기의 삼성 갤럭시S23 울트라(233g)보다 가벼워졌다.

음량 버튼 윗부분에 새로 생긴 동작 버튼은 사용 설정부터 직관적이었다. 국내 사용자 대부분이 동작 버튼에 카카오톡이나 카메라 기능을 연결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라이트닝 충전 단자 대신 들어온 C타입 충전 단자는 “그동안 버티다가 규제가 무서워 이제야 바꾼 것”이라는 비아냥은 할 수 있겠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압도적으로 편해진 것만큼은 부인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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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5 프로 라인업에 새롭게 도입된 동작 버튼. 설정만 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모드를 버튼 하나로 곧바로 쓸 수 있다. 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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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아이폰14 시리즈와 비교해 당장 느낄 만큼 좋아진 부분은 많지 않았지만 달리 경쟁사가 파고들 약점도 찾을 수 없었다. 실사용은 물론 성능 테스트(벤치마크)에서도 프로와 프로 맥스에 맞설 적수는 없었다.

애플이 처한 역설적인 상황이 아이폰15 시리즈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이폰의 경쟁자는 또 다른 아이폰이지, 다른 스마트폰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모두가 알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완성도를 조금씩 높이는 것만으로는 불황 속에서 200만원이 넘는 상위 기종을 예전만큼 많이 판매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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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서 프로 라인업에만 적용됐던 다이나믹 아일랜드. 아이폰15 시리즈에서는 전 모델에서 사용 가능하다. 사진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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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 아일랜드 도입 등 일반·플러스 모델 자체의 경쟁력도 올라갔다. 전작 프로 라인업에 탑재됐던 A16 바이오닉의 성능도 여전히 사용하기에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충분히 좋은 폰이지만 하위 모델과의 격차를 유의미하게 벌리지는 못했다. 데이터 전송 속도 등 전통적인 ‘급 나누기’ 전략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반·플러스 모델의 국내 판매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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