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의료진과 소방대원들이 압사 사고 사망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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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29일 밤 코로나19(COVID-19) 이후 3년만의 핼러윈 파티가 한창이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약 10만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부근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공식 집계된 희생자는 사망 159명, 부상 334명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대규모 사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있다. 이태원참사는 국가적으로 다중 밀집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계기가 됐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아직 겪어보지 못한 재난에 대비하는 자세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통제되지 않은 인파가 몰려 발생한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은 압사 사고에 대해 위기 의식을 느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박유빈씨(28)는 "출퇴근 길이 미로처럼 구불구불하고 좁은 길인데 이태원참사 이후 이곳에서도 그런 일이 터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경기 의정부에 사는 민용한씨(50)는 "사람이 모이는 게 위험하다고 인지를 못했는데 참사 이후 공포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사회적인 위기감으로 인해 인파 관리는 민간·공공 영역에서 '지상과제'가 됐다. 그 시작은 참사 약 1개월 뒤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이었다. 지난해 12월2일 H조 조별 리그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최종전 당시 광화문 일대에만 1만2000여명이 몰렸다. 당시 주최 측은 관람구역을 5개로 나눠 인파를 분산했고 관람구역 사이 통로에는 안전요원이 일방통행을 유도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했다.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이 열린 7일 저녁 홍대 일대에서 진행된 거리응원전에서 시민들이 한데 모여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3.10.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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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거리응원이 열렸다. 마포구는 사람이 몰리면 자동으로 안내 방송을 전파하는 AI 인파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이번 핼러윈 파티에도 활용된다.
공공 영역에서도 인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범정부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에는 인파 사고가 화재·붕괴 등과 같은 사회재난에 포함됐다. 또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작성한 공문서를 볼 수 있는 '정보공개포털'을 보면 이달에만 '인파'에 대한 안전관리 계획은 31건이다.
이태원참사로 '인파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일깨워졌지만 다른 사회적 재난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가 대표적이다. 지난 7월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상가 골목에서는 피의자 조선(33)이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이어 10여일 만인 지난 8월3일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피의자 최원종(22)이 흉기를 휘둘러 14명의 사상자가 났다.
지난 7월15일 장맛비로 물이 가득 찬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에 차량이 침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과 경찰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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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지난 7월15일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제2지하차도(오송지하차도)에서는 수몰 사고가 발생해 14명이 숨졌다. 미호강 제방이 터져 순식간에 물이 들이닥치면서 발생했는데 부실한 임시 제방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증요법' 식으로 안전 대책이 수립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실패로 인해 학습하고 대책을 세우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며 "아직 발생하지 않은 신종 재난을 예측하고 방지하는 전문가들이 양성돼야 한다"고 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사고가 터지면 유사한 사고에만 집중하는 단편적인 대응으로는 부족하다"며 "재난을 대비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직도 지하철 환승 통로에서는 10명 중 9명이 휴대전화를 보고 걷는다"며 "법과 제도의 정비와 더불어 국민들이 안전에 대해 갖는 인식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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